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오르비스 스테이션, 중앙 연구 허브. 무중력에 가까운 부유감이 익숙한 연구원들의 발걸음조차 무겁게 가라앉았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SF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피해자는 스테이션의 핵심 인력이자 공간 왜곡 이론의 선구자인 엘리아스 폰 헤르츠 박사. 그의 개인 연구실은 일명 ‘제타 구역’이라 불리는 최고 보안 등급의 챔버 안에 위치해 있었다. 두꺼운 강철 문, 생체 인식 스캐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광자 방벽까지. 외부에서 침입은 물론, 내부에서 외부로 무언가를 몰래 반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다.

“……말도 안 됩니다.”

캡틴 정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봤다. 홀로그램 영상은 박사의 연구실 내부를 360도로 비추고 있었다. 산산조각 난 데이터 패드와 엎질러진 푸른색 액체 샘플만이 격렬했던 죽음의 순간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제로. 내부에서 누군가 빠져나간 기록도 제로. 심지어 박사의 시신에는 물리적인 외상조차 없었다. 사인은 급성 심부전. 그러나 50대 초반의 건강한 박사가, 스트레스 하나 없는 연구실에서 갑자기 심부전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모든 센서 기록을 검토했습니다. 문이 열린 기록은 박사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시각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광자 방벽도 완벽하게 유지되었고요. 내부의 모든 미세 진동 센서, 열 감지 센서, 기압 센서, 심지어 공기 분자 조성 센서까지… 아무런 이상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은 물론, 자살의 흔적도 없습니다. 박사의 마지막 행동 패턴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닥터 윤이 마른침을 삼키며 보고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오르비스 스테이션 역사상 이런 완벽한 ‘밀실 살인’은 전례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살인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음, 밀실 말이죠. 완벽한 밀실.”

그때, 침묵을 깨고 한 남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홀로그램 영상을 무심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헤드기어와 어딘가 비대칭적인 코트 자락이 그의 기이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바로, 외부에서 초청된 천재 탐정, 강 휘였다.

캡틴 정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비상사태에서 너무나도 여유로웠으니까.

“강 휘 씨, 지금은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농담이 아니죠. 그저, 완벽이라는 단어에 미묘한 거부감이 있을 뿐입니다.”

강 휘는 그렇게 말하며 홀로그램 속 연구실로 들어갔다. 물론, 실제로는 들어갈 수 없으므로, 그의 시선은 가상의 공간 속을 유영했다. 그는 벽면의 미세한 질감부터 바닥에 흩어진 데이터 패드의 파편 하나하나까지, 마치 직접 만지고 있는 것처럼 세밀하게 훑어봤다.

“박사의 마지막 보고서는 무엇이었죠?”

“어제 저녁 23시 37분, ‘공간 위상 변환 실험, 성공 가능성 98% 돌파. 마지막 변수 조정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간략한 메시지였습니다.” 닥터 윤이 답했다.

“성공 가능성 98%라… 꽤 낙관적이었군요.”

강 휘는 홀로그램 영상을 일시 정지시키더니, 박사의 시신이 쓰러져 있는 지점에 시선을 고정했다. 시신은 연구실 중앙, 거대한 ‘위상 변환 장치’ 바로 옆에 있었다. 장치는 전원 공급이 차단된 상태였고, 겉보기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었다.

“이 위상 변환 장치는 어떤 원리로 작동합니까? 그리고 혹시… 외부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한가요?”

“네? 물론 원격 제어는 가능합니다만, 보안 프로토콜 상 박사 본인의 생체 인식 암호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장치는 공간의 미세 위상차를 조절해 극소형 물질을 순간적으로 다른 위치로 이동시키는 실험용 장치입니다.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의 에너지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닥터 윤이 설명했다.

“흐음… 그렇군요.”

강 휘는 박사의 시신이 쓰러져 있던 바닥에 초점을 맞췄다. 홀로그램의 해상도를 최대로 끌어올리자, 육안으로는 식별 불가능했던 미세한 흔적들이 드러났다. 바닥의 강화 플라스틱 패널 위에 아주 희미하게, 마치 물결이 잔잔하게 퍼진 듯한 동심원 패턴이 새겨져 있었다. 지름은 약 30센티미터 정도. 누군가 무언가를 끈으로 끌고 간 흔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정교했다.

“이 흔적… 닥터 윤, 이것의 정체를 알겠습니까?”

강 휘의 질문에 닥터 윤은 홀로그램을 확대해 살펴봤다.

“이것은… 고주파 에너지 파장의 잔여 흔적 같습니다. 하지만 제타 구역 내의 모든 센서는 그런 파장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흔적을 남길 정도라면, 센서가 먹통이 되거나 최소한 경고음이 울렸을 겁니다!”

“센서가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센서의 측정 범위를 벗어난 파장이거나, 아니면… 센서가 감지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났다는 뜻이겠죠.”

강 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갑고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박사의 시신에서 독극물 반응은 없었죠?”

“네. 미세 분석 결과 어떤 독극물 성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인은 분명한 급성 심부전입니다.” 닥터 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박사의 세포 조직 검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특히 심장 조직이요.”

“그것은… 특이했습니다. 심장 세포가 마치 극도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흡수했다가 방출한 것처럼, 세포벽이 손상되고 미토콘드리아가 파괴된 흔적이 보였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손상입니다.”

닥터 윤의 말에 강 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희미하지만, 승리감에 가까운 미소였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군요. 캡틴 정,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확인 부탁드립니다. 박사의 위상 변환 장치에 연결된 보조 에너지 공급 모듈의 작동 기록을 전부 가져와주십시오. 특히, 사건 발생 시각 전후 5분 간의 미세 전력 변동 기록까지 빠짐없이요.”

캡틴 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기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닥터 윤, 박사가 실험 중이던 ‘공간 위상 변환’의 이론에 대해 제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특히, 이 장치로 공간 위상을 조절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파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강 휘는 다시 홀로그램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이제 박사의 시신이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위상 변환 장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희미하게 새겨진 동심원 패턴에.

“결국, 이 밀실은 완벽하게 가장된 것이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해서,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죠.”

그의 말은 수수께끼 같았지만, 캡틴 정과 닥터 윤은 직감적으로 그가 진실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살인자는… 엘리아스 박사의 개인 연구실, 이 ‘제타 구역’ 자체를 무기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트릭은, 이 스테이션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강 휘의 눈빛이 홀로그램 속 위상 변환 장치를 꿰뚫는 듯했다. 그의 입술에서 나지막이, 다음 단서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이 위상 변환 장치를 역이용해서, 박사를 죽인 겁니다. 마치…”

그의 시선이 바닥의 미세한 동심원 흔적과 허공에 산산이 흩어진 데이터 패드 조각을 차례로 응시했다.

“…공간의 칼날로 심장을 베어낸 것처럼 말이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션의 모든 조명이 갑자기 깜빡였다. 시스템의 불안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긴장감은 마치 응축된 에너지처럼 공간을 짓눌렀다. 강 휘는 그 순간에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오르비스 스테이션의 미스터리한 어둠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그는 이 완벽한 밀실의 베일을 완전히 걷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