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독립적인 단편 소설

우주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별들 위, 아우레아 제국은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제국의 수도, 오릭스 프라임은 인공 태양 아래 영원한 낮을 누렸고, 그곳의 귀족들은 행성 하나의 자원 따위는 한 끼 식사의 후식처럼 소비했다. 그러나 제국의 영토가 끝없이 확장될수록, 그 영광의 이면에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수많은 변방 행성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었다.

카이론 행성, 아스테리아 변방 성계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이 행성은 한때 ‘푸른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풍요로운 광물 자원을 품고 있었다. 이제 그 별은 제국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파헤쳐져 붉은 먼지를 흩날리는 황량한 광산 행성으로 변모했다. 제국 함대는 정기적으로 상공을 가로질렀고, 무뚝뚝한 제국군 병사들은 시민들의 삶을 짓밟았다.

카엘은 한때 광산 도시의 평범한 기술자였다. 그의 손은 우주선 엔진을 정비하고, 광물 채굴 장비의 오작동을 고치는 일에 능숙했다. 하지만 제국군이 그의 가족이 운영하던 작은 정비소를 강제 수용하고, 그의 아버지를 ‘반역자’로 몰아 어두운 제국 감옥으로 끌고 간 날, 카엘의 손은 다른 것을 잡게 되었다. 그것은 제국군이 버리고 간 통신장비와, 그 안에서 발견한 지하 저항 세력의 희미한 메시지였다.

“제국은 우리에게 질서를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질서의 무게는 우리의 목을 조르는 쇠사슬과 같다.”

카엘은 낡은 스피더의 조종간을 움켜쥐고 카이론의 붉은 대지를 스쳐 날았다. 저녁 놀이 지평선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였지만, 그의 눈빛은 석양보다 더 뜨겁게 타올랐다. 그의 옆자리에는 잭스가 앉아 있었다. 잭스는 카이론의 광산에서 평생을 보낸 거구의 남자였다. 튼튼한 팔뚝은 닳고 닳은 작업복 소매를 찢을 듯했고, 그의 얼굴에는 오랜 고통의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오늘 또 세금을 올렸다고 하더군. 이제 어린애들까지 광산으로 끌고 갈 셈인가.” 잭스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카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이대로는 안 돼, 잭스.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놈들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

“그래서, 네가 말하는 ‘붉은 혜성’인가 뭔가 하는 걸 정말 믿는단 말이냐? 그게 대체 뭔데?” 잭스가 미심쩍은 듯 물었다.

“우리가 될 거야. 놈들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붉은 혜성.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유성이자, 놈들을 불태울 불꽃이.” 카엘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빛났다.

그날 밤, 카엘은 잭스와 함께 낡은 광산 갱도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한때 버려진 채 방치되었던, 이제는 카엘의 은밀한 아지트가 된 곳이었다. 어둠 속에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불빛 아래에는 엘라라가 쪼그리고 앉아 낡은 통신 장비를 만지고 있었다. 엘라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해킹 실력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는 제국군의 감시망을 뚫고 정보를 빼내는 데 도가 텄다.

“카엘 오빠, 잭스 아저씨! 좋은 소식이 있어요!” 엘라라가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세라피나 언니가 연락해왔어요! 오릭스 프라임의 군사 시설 설계도를 빼돌리는 데 성공했대요!”

세라피나는 한때 오릭스 프라임의 핵심 방위 산업체에서 일하던 수석 엔지니어였다. 제국의 허울 좋은 ‘질서’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을 목도하고는 모든 것을 버리고 지하 저항 세력에 합류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제국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설계도? 쓸모 있나?” 잭스가 무심하게 물었다.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오릭스 프라임 외곽에 새로운 보급 기지를 건설하고 있어. 그곳은 변방 성계에서 약탈한 자원들을 집결시키는 핵심 허브가 될 거야. 그 기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면… 제국은 잠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테지.”

며칠 후, 카이론을 떠나 은하계 변방의 암흑 성운 속을 헤쳐 나가는 낡은 화물선 한 척이 있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광물 운반선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붉은 혜성 반란군의 핵심 인물들이 타고 있었다. 카엘은 조종석에 앉아 우주 지도를 띄웠다. 목표는 오릭스 프라임 외곽에 건설 중인 제국의 보급 기지, ‘골든 게이트’였다.

“골든 게이트는 세 겹의 방어막과 자동 방어 시스템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정면 돌파는 자살 행위예요.” 세라피나가 홀로그램 지도 위에 손가락을 짚으며 설명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정면 돌파는 애초에 생각도 안 했어.” 카엘이 피식 웃었다. “엘라라, 네 역할이 중요해. 기지 내부 네트워크를 마비시켜야 해. 잠시라도 좋으니 방어막과 자동 포탑의 제어권을 뺏어와야 한다.”

“걱정 마세요, 오빠! 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거죠.” 엘라라가 모니터를 빠르게 조작하며 답했다.

“나는 함선 외벽에 설치된 제국군 통신 장비를 무력화시킬 거다. 그때가 되면 함포 사격이 시작될 테지.” 잭스가 묵직한 중화기를 손질하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전투의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한 번 찔러야 해. 우리가 누구인지, 놈들이 착취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 해.”

며칠간의 항해 끝에, 그들은 골든 게이트 보급 기지 인근에 도착했다. 거대한 우주 정거장은 마치 작은 행성처럼 우주 공간에 떠 있었다. 수많은 화물선들이 드나들었고, 강력한 제국군 순양함들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엘라라, 시작해.” 카엘이 나직이 명령했다.

엘라라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그녀의 작은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성공했어요! 잠시지만… 방어막이 흐트러지고 자동 포탑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어요!”

“지금이다! 잭스, 준비해!” 카엘이 외쳤다.

잭스는 이미 중화기를 어깨에 메고 선실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물선의 해치가 열리자, 잭스는 망설임 없이 우주 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그는 자신의 몸에 연결된 로프를 이용해 화물선 외벽에 설치된 통신 장비로 향했다. 제국군의 감시망이 잠시 마비된 틈을 타, 잭스는 거대한 통신 안테나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순식간에 폭파시켰다.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통신 안테나가 산산조각 났다. 제국군 순양함에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적선 발견! 즉시 요격하라!”

카엘은 능숙하게 화물선을 조종해 제국군 순양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집고 들어갔다. 세라피나가 조종석 옆에서 전술 디스플레이를 보며 소리쳤다.

“제국군 순양함 두 척이 우리를 향하고 있어요! 하지만 골든 게이트의 방어막은 여전히 불안정해요!”

“좋아! 잭스, 함포 발사 준비!” 카엘이 명령했다.

낡은 화물선의 측면에서 숨겨져 있던 함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잭스는 흔들리는 함포를 겨누고 방어막이 가장 약해진 부분을 향해 정확히 조준했다.

**쉬이이이잉- 콰앙!**

거대한 에너지 포탄이 골든 게이트의 방어막에 충돌했다. 불안정했던 방어막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붕괴했다.

“방어막 붕괴!” 세라피나가 환호했다.

하지만 제국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붕괴된 방어막 틈새로 제국군 전투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붉은 혜성의 낡은 화물선을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젠장! 전투기들이 너무 많아!” 잭스가 외쳤다.

카엘은 화물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는 숙련된 조종사였지만, 제국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세라피나, 골든 게이트의 내부 동력원 위치는?” 카엘이 물었다.

“메인 터미널 중앙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그곳은 가장 강력한 경비 시스템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엘라라, 다시 한번 해킹할 수 있어? 메인 동력원의 제어권을 우리가 확보해야 해.” 카엘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엘라라는 온몸의 기력을 쥐어짜는 듯한 모습으로 다시 키보드에 매달렸다. 제국군 전투기의 공격으로 함선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그녀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으윽… 너무 강력해요… 해킹 코드를… 침투시키기가… 어려워요…” 엘라라의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엘라라, 할 수 있어! 너만이 할 수 있어!” 카엘이 그녀를 독려했다.

바로 그때, 잭스가 외쳤다. “젠장! 우현 엔진에 피격당했다! 속도가 떨어진다!”

함선이 크게 요동쳤다. 조종석의 경고등이 붉게 물들었다. 이대로는 전멸이었다.

“됐어! 됐어요! 중앙 동력원 접근 코드 획득!” 엘라라가 소리쳤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에는 승리의 빛이 번뜩였다.

“세라피나, 지금 당장 골든 게이트의 중앙 동력원을 과부하시켜! 모든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켜!” 카엘이 외쳤다.

세라피나는 재빨리 엘라라가 건넨 코드를 시스템에 입력했다. 그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명령 수신. 골든 게이트 중앙 동력원 과부하 시작. 자폭 카운트 시작됩니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골든 게이트 보급 기지 전체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정거장 곳곳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시스템 과부하를 알렸다.

“도망쳐야 해! 지금 당장!” 잭스가 소리쳤다.

카엘은 온 힘을 다해 낡은 화물선을 조종했다. 손상된 우현 엔진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제국군 전투기들을 뚫고 도주했다. 제국군 함선들도 자신들의 기지가 폭발할 것을 감지하고 혼란에 빠져 도주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들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골든 게이트 보급 기지는 거대한 불꽃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우주 공간을 뒤덮은 붉은 섬광은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혜성 같았다.

카엘, 잭스, 세라피나, 엘라라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장엄한 파괴를 지켜보았다. 그들의 낡은 화물선은 이미 여기저기 부서지고,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는 절망 대신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해냈어…” 엘라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엘라라. 우리가 해냈어.” 카엘이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은 땀과 그을음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는 아우레아 제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제국은 곧 새로운 보급 기지를 건설하고, 더욱 잔인하게 변방 행성들을 탄압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밤, 카이론을 비롯한 수많은 변방 행성의 억압받던 사람들은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붉은 혜성을 보았다. 제국의 하늘에 균열이 생겼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불꽃이 거대한 제국을 불태울 수도 있다는 희미한 희망을 보았다.

그들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붉은 혜성은 이제 전설이 되어, 제국의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