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강철 심장의 울림

밤은 언제나 잿빛 연기로 시작되었다. 제국의 심장부가 뿜어내는 수천, 수만의 톱니바퀴와 증기 기관이 뿜어내는 매연은 하늘을 가리고 별빛마저 삼켜버렸다. 지상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거대하고 추악한 고철 덩어리들을 닮아 있었다. 그 위, 삐걱거리는 고가교의 철골 구조물에 몸을 기댄 채, 하연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대한 ‘증기 중계탑’의 붉은 경고등이 암흑 속에서 핏빛으로 번뜩였다.

“목표는 저곳, 제1 동력 제어반이다.”

하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단함은 세 명의 동지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바람이 그녀의 낡은 가죽 코트를 휘감았다. 코트 자락 아래로 삐져나온 황동제 망원경이 달빛(만약 달이 보였다면)에 희미하게 빛났다.

“내부에 진입하려면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고, 통신 방해용 증기 기병이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지. 시윤, 자네의 계획대로라면 5분 안에 외벽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나?”

하연의 시선이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태블릿 형태의 정보 단말기를 조작하던 시윤에게 향했다. 시윤은 콧등에 걸린 금속테 안경을 추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비친 중계탑의 붉은빛은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외벽의 압력식 잠금장치는 제국 전역에서 통용되는 구형 모델입니다. 해킹 프로토콜은 이미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문제는… 내부의 순찰 패턴이 어제 보고된 것과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겁니다.”

시윤의 손가락이 단말기 위를 빠르게 스쳤다. 화면에는 중계탑 내부의 평면도가 표시되어 있었고, 그 위로 작은 붉은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병의 움직임이 더 불규칙해졌어요. 원래는 정시마다 돌아오는 패턴이었는데… 감지기를 추가 설치했거나, 아니면 제국놈들이 우리가 움직일 걸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염두에 뒀어야지.”

어둠 속에 녹아들어 있던 한결이 묵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두툼한 손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증기식 산탄총이 들려 있었다. 총신은 어둠 속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놈들이 움직임을 예측했다면, 이쪽도 그에 맞춰야지. 수아, 자네는 어둠 속에서 가장 민첩하다. 시윤이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바로 내부로 침투해. 순찰 기병의 시선을 끌거나, 아니면 무력화시켜.”

하연의 말에 가장 몸집이 작은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침착했지만, 앙다문 입술은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수아는 손에 든 작은 칼날이 달린 발사 장치를 가볍게 들어 보였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칼날은 소리 없이 목표물에 박혀 내부 전선을 끊거나 고장을 유발할 수 있었다.

“하연 대장님, 염려 마십시오. 그림자처럼 움직이겠습니다.”

그때, 시윤의 단말기에서 경쾌한 전자음이 울렸다.

“잠금장치 해제 프로토콜 준비 완료! 제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실행됩니다. 3, 2, 1… 지금입니다!”

시윤의 엄지손가락이 화면을 강하게 내리찍자, 저 아래 중계탑 외벽의 거대한 철문에서 ‘쉬이익’ 하는 증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압력식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문이 미미하게 안쪽으로 열렸다.

“수아, 지금이다!”

하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수아는 거미처럼 빠르게 고가교에서 뛰어내렸다. 그녀의 움직임은 연기처럼 유연했다. 와이어와 갈고리를 이용해 중계탑 외벽을 타고 내려간 수아는 열린 문틈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문은 다시 ‘쉬이익’ 소리를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제국 놈들은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거다.” 하연이 말했다.

내부. 희미한 붉은색 비상등이 깜빡이는 통로에 발을 디딘 수아는 벽에 바싹 몸을 붙였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증기 압력음이 그녀의 심장 박동과 섞였다. 저 멀리, 복도의 코너를 돌아오는 증기 기병의 둔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철과 황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병은 머리에 달린 단안 렌즈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며 주기적으로 좌우를 살폈다.

수아는 숨을 죽였다. 기병의 움직임은 시윤이 말한 대로 불규칙했다.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던 기병은, 갑자기 멈춰서더니 주변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마치 침입자의 흔적을 찾는 것처럼.

‘젠장, 탐지 기능을 강화했나?’

수아는 자신이 숨어 있는 그림자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기병의 단안 렌즈가 그녀가 숨어 있는 벽 쪽을 향했다. 붉은 빛이 수아의 얼굴을 스치는 찰나, 수아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옆쪽의 파이프 더미 뒤로 숨었다.

기병은 잠시 멈춰 서서 그녀가 방금 전까지 있던 자리를 응시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둔탁한 발소리를 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병이 몸을 돌려 복도 저편으로 향하는 순간, 그녀는 그림자처럼 튀어나갔다.

“흐읍!”

그녀의 손에 들린 발사 장치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칼날을 발사했다. ‘쉬이익!’ 작게 뿜어져 나간 압력으로 칼날은 정확히 증기 기병의 등 뒤, 동력 핵심 회로가 지나가는 황동판 틈새에 박혔다.

‘삐이익-!’

기병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단안 렌즈의 붉은빛이 격렬하게 깜빡였다. 거대한 몸체가 휘청거리며 비틀거렸다. 고장이 난 증기 기관처럼 불규칙적인 소리를 내던 기병은 결국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여기저기서 증기가 터져 나왔다.

수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안심할 틈도 없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목표는 제1 동력 제어반. 시윤이 알려준 경로를 따라, 수아는 좁고 어두운 유지보수 통로를 따라 지하로 향했다.

지하 통로는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로 가득했다.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파이프를 때리는 물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수아는 땀을 흘리며 복잡한 파이프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문 위에는 ‘제1 동력 제어반’이라는 글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수아는 품에서 소형 해킹 장치를 꺼내 문에 달린 제어 패널에 연결했다. 장치가 ‘삐비빅’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복잡한 암호문이 나타났다. 시윤이 미리 심어둔 바이러스가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성공이다…!’

그때였다.
지하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제어반 문 위를 비추던 붉은 글씨가 격렬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스템 경고음이 지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침입자 감지! 즉시 대응하라!’

수아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뭔가 잘못됐다. 시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더 거대한 위험이 닥쳐왔다는 것을. 그녀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지하 통로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기계 병기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것은 방금 전 쓰러뜨렸던 증기 기병과는 차원이 달랐다. 육중한 강철 몸체는 인간형이 아닌, 거미처럼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각 다리 끝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려 있었고, 몸체 중앙에서는 거대한 포신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국의 최신예 전투형 자동 병기… 강철 거미인가!’

수아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제국의 최상위 보안 시설에만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진 그 병기가 여기에 있었다니. 등 뒤에서 해킹 장치의 ‘삐비빅’ 소리가 초조하게 울렸다. 문이 열리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강철 거미의 단안 렌즈에서 붉은 빛이 수아를 향해 고정되었다. 육중한 다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지하 전체를 울렸다. 수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녀의 앞은 거대한 철문이었고, 뒤에서는 파괴적인 살육 병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수아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문을 열어야 했다. 동지들이 올 때까지, 아니면…

강철 거미의 포신에서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포신 끝에서 섬뜩한 푸른빛이 번뜩였다.

“크윽…!”

수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거대한 강철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듯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