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잊혀진 지하 서고

아르카나 마법 학원. 그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 마법사들의 선망을 한몸에 받는 이 고대의 요새는, 그 누구의 시선에도 완벽하게 빛나고 있었다. 푸른 마나로 빚어진 첨탑들이 구름을 뚫고 솟아 있었고, 돔형 천장의 대강당에서는 황금빛 마법진이 쉴 새 없이 섬광을 뿌려댔다. 마치 살아 숨 쉬는 하나의 거대한 마법 유적 같았다. 그러나 그 찬란함 이면에는, 피를 말리는 경쟁과 엄격한 계급 의식, 그리고 언제나 머리 위를 짓누르는 ‘엘리트’라는 이름의 중압감이 존재했다.

이한은 그 중압감 아래에서 간신히 숨통을 유지하고 있는 평범한 학생 중 하나였다. 고작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변이 마법 실기 시험은 그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나 다름없었다. 불의 기운을 바람으로, 바람의 기운을 흙으로 바꾸는 기초적인 변이조차도 그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마법이었다. 그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 그저 매일 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을 쏟아부으며 간신히 낙오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존재였다.

“크윽… 또 실패인가.”

심야 자율 학습실. 희미한 마나 램프 아래, 이한의 마법봉 끝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은 예상과 달리 흙더미가 아닌 축축한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책상 위에는 ‘변이 마법의 기초와 응용’이라는 두꺼운 교본이 펼쳐져 있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복잡한 마법진과 알 수 없는 고대어 주문은 그저 그의 머리를 더욱 지끈거리게 할 뿐이었다.

“이러다간 정말 퇴학당하고 말 거야…”

아르카나의 퇴학은 단순히 학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법사로서의 생명 자체를 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 아르카나에서 버려진 자는 그 어떤 마법 공동체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평생 마법 능력 없는 일반인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의 집안이 아르카나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걸었는지 생각하면, 이한은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초조함에 손톱을 물어뜯던 이한의 시선이 불현듯 교본의 한 귀퉁이에 머물렀다. 여백에 다른 학생들이 대수롭지 않게 적어놓은 낙서들이었다.
‘변이 마법 심화 과정은 금지된 서고에 숨겨져 있다고 하던데?’
‘개소리 마. 칼릭스 교수님한테 들키면 죽어.’
‘그래도 혹시 모르지… 그 낡은 지하 통로가 진짜라면?’

금지된 서고. 지하 통로.
이한은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잊고 있었던 학원의 괴담을 떠올렸다. 아르카나 학원의 설립 초기부터 존재했다는 전설적인 도서관의 폐쇄 구역. 아무도 그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며, 극소수의 교수진만이 그 존재를 인정할 뿐이었다. 칼릭스 교수. 마법 이론의 대가이자 학원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그가 가장 경계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금지… 그래, 금지되었으니 아무도 가지 않겠지.”

이한의 머릿속에 위험한 생각이 스쳤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가지 않는 곳이라면, 어쩌면 그곳에 자신에게 필요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절박함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낙오자의 절박함은 종종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율 학습실은 새벽 한 시가 가까워지자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복도를 지나 주 학습동을 벗어나자, 마나 램프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지며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서는 듯한 이질적인 공기가 느껴졌다.

오래된 석조 벽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학생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래된 강의실과 창고 사이의 좁은 통로. 먼지와 거미줄이 자욱했고,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소리마저 울리는 고요함 속에서, 이한은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벽면 한가운데에서, 그는 마침내 그것을 발견했다. 덩굴식물에 뒤덮여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낡은 철문. 문손잡이는 녹슬어 닳아 있었고, 주변 벽면에는 고대 마법으로 새겨진 봉인진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봉인진은 오랜 세월 속에 힘을 잃었는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다.

문 위에는 빛바랜 명패가 걸려 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 칼릭스 교수님의 허가 필수>**

“칼릭스 교수님의 허가…?” 이한은 코웃음을 쳤다. 그 완고한 교수에게 허락을 받을 리 만무했다. 차라리 퇴학이 더 쉬울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망설임도 잠시, 이한은 굳게 닫힌 철문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거친 감촉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돌리자, 삐거덕거리는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철문이 조금씩 안쪽으로 열렸다.

어둠.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이한을 맞이했다. 습하고 퀴퀴한 흙먼지 냄새, 그리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오래된 종이의 향기. 그는 마법봉을 들어 올리며 짧은 주문을 외웠다.

“루모스.”

마법봉 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어둠을 가르자, 이한은 숨을 헙 들이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거대한 지하 공간.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서가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책들은 대부분 빛바래고 낡아 있었으며, 어떤 것은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스러져 있었다.

이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 거대한 유적에 가까웠다. 책장 사이를 잇는 좁은 통로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고, 간혹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정적이 짓누르는 가운데,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책들의 제목은 대부분 알아볼 수 없는 고대어로 쓰여 있었거나, 아예 제목이 지워진 것들도 많았다. 일반적인 마법서와는 확연히 다른 고풍스러운 표지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듯, 책장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이한의 눈에 유독 이질적인 공간이 들어왔다. 서고의 가장 안쪽, 마치 신전의 제단처럼 높이 솟아오른 둥근 석조 단상이었다. 단상 위에는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검고 낡은 가죽으로 제본된 단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책에는 아무런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그저 검은 가죽 위에 옅은 핏빛 문양만이 기묘하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숨을 멈추고 단상으로 다가갔다. 책에 손을 뻗자, 손끝에 닿는 순간 싸늘한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뼈마디까지 시려오는 차가움. 그러나 동시에 심장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무언가가, 그를 응시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한은 홀린 듯 책을 들어 올렸다.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무게가 느껴졌다. 표면을 감싼 가죽은 어떤 동물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섬뜩할 정도로 질기고 견고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페이지는 희끄무레한 양피지였지만, 내용은 기이했다. 일반적인 언어는 아니었다. 점, 선, 도형이 뒤섞인 알 수 없는 문자와, 그 사이에 그려진 끔찍한 그림들. 일그러진 사람의 형상들이 나선형으로 휘감긴 어둠 속에 갇혀 절규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육체가 반투명하게 변하며 소멸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비정형의 존재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이한의 머릿속에서 쩌렁거리는 비명이 울렸다.

**——콰아아앙!——**

머릿속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흰색 섬광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잔상처럼 남은 어둠 속에서, 그는 낯선 광경을 보았다. 폐허가 된 아르카나 학원. 무너져 내린 첨탑, 갈라진 대지, 그리고 하늘을 뒤덮은 붉은 안개. 비명 소리, 울음 소리, 알 수 없는 존재들의 끔찍한 포효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모든 파괴의 중심에서, 거대한 시공의 균열이 찢어지듯 열리고 있었다.

**”안돼… 멈춰…!”**

이한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그 끔찍한 광경 한가운데 자신이 서 있는 듯한 생생한 공포가 온몸을 짓눌렀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건 환각이 아니었다. 어떤 섬뜩한 현실이, 시간의 저편에서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머릿속에서 비명을 지르던 소리들이 멀어지며, 다시 지하 서고의 정적이 찾아왔다. 이한은 겨우 숨을 헐떡이며 눈을 떴다. 손에 들린 검은 책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림 속의 끔찍한 형상들은 여전히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깊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 동시에 서고의 입구 쪽에서 희미한 마나 불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서걱거리는 발소리가 어둠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한은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칼릭스 교수. 아니면 그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는 황급히 책을 닫았다. 끔찍한 그림들이 사라지자마자, 검은 가죽 표지에서 옅은 핏빛 문양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그 섬뜩한 빛을 보며, 이한은 생각했다.

이 책은… 살아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이 나를 불렀다.

발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 숨을 곳도 없었다. 이한은 얼어붙은 듯 단상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검은 책에서 뿜어져 나오던 핏빛 문양이 더욱 강렬하게 깜빡이더니, 책 전체에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한의 몸이, 마치 투명해지는 듯한 기이한 감각과 함께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잡아끌었고, 주변의 공기가 왜곡되며 시야가 일그러졌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것은, 서고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마나 불빛과, 그 속에 서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