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아르카나의 심연**

**제1장. 금기의 틈새**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밤은 언제나 깊고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수정처럼 맑은 별들이 쏟아져 내렸고,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들은 그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하지만 이세아의 눈에는 그 모든 아름다움이 그저 차가운 장막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는 교내 도서관의 가장 외진 서가에서 고서 먼지를 털어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 고대의 지식의 전당은 밤이 깊어질수록 묘한 침묵과 압력을 뿜어내는 듯했다.

“겨우 찾았네….”

손에 든 낡은 라틴어 사전은 이 학원에 입학할 때 받은 환영 선물 중 하나였다. 이제 겨우 학기 초, 그녀는 아직 이 거대한 미궁 같은 학교의 모든 복도와 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몇몇 구역은 유독 학생들의 발길이 뜸했고, 은연중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암묵적인 경고가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하 서고’였다.

이세아는 사전 한 장을 넘기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지하 서고의 입구는 도서관 맨 끝, 가장 어두운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굵은 쇠사슬로 묶인 육중한 철문은 늘 굳게 닫혀 있었고, 그 표면에는 희미한 마법 봉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따라 그 문에서 이상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연회에 참석했을 이 시간에, 이곳에는 오직 이세아 자신과 고요한 정적만이 존재했다.

‘착각이겠지.’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사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 마치 누군가 저 문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간담이 서늘해지는 착각이었다.

그때였다. 쇠사슬이 묶인 철문 안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슥… 슥….

나뭇가지가 거친 벽을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손톱이 딱딱한 표면을 긋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이세아는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분명 환청이 아니었다.

“누구…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제법 떨렸다. 어둠 속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슥, 슥 하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소리는 규칙적이지 않았다. 때로는 느릿하게, 때로는 빠르게, 마치 무언가 필사적으로 벽을 긁으며 나아가려는 듯했다.

이세아는 조심스럽게 철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손에 든 낡은 사전이 바스락거렸다. 심장이 귀청을 때릴 듯 울렸다.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 섬뜩한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차가운 냉기와 함께, 희미하게 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마치 오래된 피나 썩은 금속에서 나는 듯한 냄새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철문의 쇠사슬을 만져보았다. 쇠는 차갑고 축축했다. 쇠사슬은 완벽하게 묶여 있었고, 봉인 문양도 온전했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세아는 문에 귀를 대었다. 슥, 슥… 긁는 소리 외에, 아주 가느다란 흐느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어린아이의 것과 흡사한, 작고 약한 울음소리.

‘설마… 누가 갇혀 있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이곳은 명문 아르카나 마법 학원이다. 그 어떤 학생이라도, 심지어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이 굳게 봉인된 지하 서고에 갇혀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철문은 안에서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거기 누구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그녀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긁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끈적한 침묵이었다. 마치 저 너머의 무언가가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움직임을 멈춘 듯했다.

이세아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심장이 온몸으로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 그때였다. 문틈 사이, 봉인 문양의 가장자리에 아주 미세한 틈이 보였다. 그 틈 사이로 언뜻, 끈적한 검붉은 무언가가 비치는 듯했다. 그녀의 눈이 그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섬광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등골을 타고 오싹한 냉기가 흐르다 못해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이세아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녀는 사전도 팽개치고 전속력으로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

다음 날 아침, 이세아는 어젯밤의 악몽 같은 경험을 애써 지우려 노력했다. 맑고 화창한 아침 햇살이 거짓말처럼 모든 불쾌한 기억을 씻어내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뇌리에는 여전히 슥, 슥 하는 소리와 그 비릿한 냄새, 그리고 문틈으로 비치던 검붉은 무언가의 잔상이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조용히 아침 식사를 했을 그녀는, 식당에서 친구 리안에게 슬쩍 어젯밤 이야기를 꺼냈다. 리안은 아르카나 학원에서도 가장 낙천적이고 밝은 아이였다.

“밤에… 도서관 지하 서고 쪽에서 이상한 소리 들은 적 있어?”

리안은 입에 샌드위치를 가득 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하 서고? 거긴 왜? 거긴 출입 금지 구역이잖아, 세아.”

“알아.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세아는 둘러댔다. “무슨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했어.”

리안은 잠시 샌드위치를 씹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긁는 소리? 흐느낌? 으음… 글쎄. 난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아니, 애초에 거긴 갈 생각도 안 해봤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아르카나의 깊은 곳은 호기심을 두지 말라’고 하셨거든.”

“깊은 곳…?”

“응. 뭐,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야. 아르카나 학원이 그냥 단순한 마법 학교가 아니라, 아주 오래된 비밀을 품고 있다고.” 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우리 마법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어떤 근원적인 힘 같은 거겠지? 교수님들도 그 지하 서고는 ‘아르카나의 심장부’라고 부르면서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하셨잖아. 어기면 엄벌에 처한다고.”

이세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르카나의 심장부’. 어째서 심장부가 그렇게 끔찍한 소리를 내고 있었을까?

“근데 그거 알아? 지하 서고에 들어가려다 이상하게 변한 선배도 있대.” 리안이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작년에 루시 선배라고, 마법 실력도 좋고 성적도 엄청났던 분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나갔대. 근데 나가기 전에 사람들이 몇 번 지하 서고 쪽을 기웃거리는 걸 봤다고 했어. 그리고 나갈 때쯤엔 눈이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던데? 막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속삭이거나, 손톱을 뜯거나 그랬대.”

이세아의 심장이 다시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손톱을 뜯었다고? 어젯밤 철문 안에서 들리던 긁는 소리가 혹시… 사람의 손톱 소리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비릿한 냄새는?

“그 선배는… 그럼 어떻게 됐어?”

“몰라. 그냥 조용히 학교를 그만뒀대. 가족들도 아무 말 없고. 근데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어. 아마 학교에서 무슨 수를 썼겠지.” 리안은 다시 샌드위치를 집어 들며 해맑게 웃었다. “뭐, 우리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우리는 모범생이잖아, 세아!”

이세아는 리안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며 애써 미소 지으려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금기… 그리고 끔찍하게 변한 선배.’

아르카나 학원의 지하에는 단순한 오래된 서고가 아닌, 무언가 섬뜩한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어쩌면 이미 그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이세아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들려 할 때마다 귓가에 긁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결국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낮에 도서관에서 들고 온 낡은 라틴어 사전을 다시 펼쳤다. 어쩌면 그 사전이, 아르카나의 오래된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사전을 뒤적거리다, 낡은 종이 사이에 끼워져 있던 얇고 바랜 양피지 조각 하나를 발견했다. 사전 주인이 실수로 끼워 넣은 것 같았다. 양피지에는 희미한 그림과 알 수 없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림은 엉성하게 그려진 학원 건물 아래, 지하로 향하는 복잡한 통로를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로의 가장 깊은 곳에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검은 덩어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세아는 숨을 멈췄다. 검은 덩어리.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개의 작고 희미한 형상들. 마치… 무언가에 속박되어 고통받는 듯한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덩어리 위에는 굵은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바로 이것이었다.

**”SACRIFICIUM.”**

희생.

이세아의 손에서 양피지가 떨어졌다. 그녀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 아르카나의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그것은 단순한 봉인이나 오래된 마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희생을 요구하는 무언가였다.

그 순간, 그녀의 방문이 천천히, 그리고 소리 없이 열렸다. 삐걱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이세아는 얼어붙은 채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