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목: 맹세 아래 도시 – 제11화: 어둠 속 심장 박동**

회색빛 콘크리트 미로 속,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낡은 배수관에서 흘러내리는 악취와 썩은 비린내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카이는 망토처럼 늘어진 후드 아래로 차가운 시선을 감추고 벽에 바싹 달라붙었다. 눅눅한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미약한 진동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제국 수도, 아르카디아의 최하층 ‘어둠골’. 이곳은 제국의 찬란한 스카이라인조차 침범하지 못하는 영원한 그림자의 땅이었다.

“목표까지 150미터. 전방 사각지대, 제논이 정리한 경비 드론 잔해 확인.”
귀 안의 마이크에서 세라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이 음침한 뒷골목의 소음을 뚫고 카이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

“리안, 주변 스캔 한 번 더. 망각의 탑 본부에서 추가 병력이 움직이는 징후는?”
카이가 뱉어낸 낮은 목소리는 이내 끈적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상 없습니다, 카이 형. 망각의 탑은… 너무 조용해요. 오히려 그게 더 기분 나쁘네요.”
리안의 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했다. 소년은 지금 수백 미터 상공을 유영하는 소형 정찰 드론을 조종하며 팀의 눈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다는 건, 오히려 우리의 존재를 모른다는 뜻일 수도 있지.”
세라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언제나 최악을 상정하지만, 동시에 희망의 실마리를 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목표는 ‘망각의 탑’. 한때 민간 통신 중계탑이었으나, 지금은 제국 정보국 산하의 보조 데이터 허브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제국은 이곳을 통해 하층민들의 통신을 감청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반란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곳은 반드시 파괴해야 할, 혹은 적의 무기를 역이용해야 할 중요한 거점이었다.

“제논, 위치 확인.”
카이가 묻자, 전방에서 묵묵히 길을 닦던 제논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 ‘2분’이라는 뜻이었다. 제논은 팀의 가장 든든한 방패이자 칼날이었다. 말수가 적고 늘 그림자처럼 움직이지만, 그가 휘두르는 전기 충격봉은 어떤 강화 장갑도 뚫어버릴 만큼 강력했다.

카이의 시선이 골목 끝에 우뚝 솟아있는 망각의 탑으로 향했다. 낡고 거대한 철골 구조물은 밤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그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경고등이 마치 피눈물처럼 깜빡였다.

“진입 구역 20미터 앞. 열감지 센서 작동 중. 제논, 파열탄 장전.”
세라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논이 등에 멘 거대한 라이플에서 소음기가 장착된 탄창을 교체했다. 소음과 섬광을 최소화한 전술용 파열탄은 열감지 센서의 회로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골목의 마지막 코너를 돌자, 망각의 탑으로 이어지는 낡은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굳게 닫힌 문 위로는 ‘제국 정보국 보안 시설. 접근 금지’라는 경고문이 붉은 홀로그램으로 떠 있었다. 그 경고등 아래로, 마치 조롱하듯 한 줄기 희미한 네온 사인이 깜빡였다. ‘진실은… 그림자 속에.’ 과거 중계탑의 흔적이었다.

“진실이 그림자 속에 있다고? 웃기는군. 그들은 진실을 묻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
카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카이 형, 전방 카메라 한 대 확인. 제논 형, 3시 방향.”
리안의 목소리가 급박해졌다.

제논은 이미 몸을 낮추고 라이플을 겨누고 있었다. ‘쉬익’ 하는 아주 미세한 바람 소리와 함께 파열탄이 발사되었다. 철문 위 카메라가 한순간 번쩍이더니, 이내 먹통이 된 듯 깜빡임을 멈췄다.

“됐다. 진입 준비.”
세라의 목소리에 일말의 긴장감이 흘렀다.

카이가 철문 앞에 섰다. 차가운 금속 표면에 손을 대자, 손목의 임플란트가 푸른빛을 내며 반응했다. 무수한 데이터 코드들이 카이의 시야에 오버레이되었다. 철문의 보안 시스템은 낡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암호로 잠겨 있었다.

“클래식한 걸 좋아하는군. 20세기 초반 제국 보안 프로토콜이야. 바이오 스캔 겸용.”
카이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홀로그램 키보드가 허공에 펼쳐지고, 그의 손은 춤을 추듯 코드를 입력해 나갔다.

“카이,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돼. 리안의 드론이 감지한 외부 순찰대가 3분 내로 돌아온다.”
세라가 재촉했다.

“알아. 하지만 여기 꽤… 재미있는 파일이 숨겨져 있군.”
카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손가락이 다시 폭풍처럼 움직였다.

‘콰직!’
철문의 전자 잠금장치가 굉음을 내며 열렸다. 낡은 문이 안으로 밀리며, 깊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에서는 퀴퀴한 먼지 냄새와 함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진입. 제논 선두. 리안, 드론 복귀시키고 후방 엄호.”
카이가 명령했다.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카이의 뇌리에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시스템 침입 감지. 미확인 정보 스트림 유입.>
<경고: 주변 네트워크 과부하. 침입자 추적 시작.>

“젠장! 당했나?” 카이가 외쳤다.
“카이, 무슨 일이야? 방금 전까지 클린했는데!” 세라의 목소리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아니, 그건 아냐… 우리가 해킹하는 동안, 다른 녀석들이 침입했어! 우리랑 똑같은 시각에!”
카이의 눈이 번뜩였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들의 계획을 알고, 같은 타이밍에 망각의 탑을 노리고 있었다.

“그게 누군데? 제국 놈들 역정보인가?” 제논이 라이플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아니, 달라. 이 네트워크 프로토콜… 우리가 아는 제국 정보국의 방식이 아니야. 이건… 훨씬 더 거칠고, 예측 불가능해.”
카이는 빠르게 오버레이된 정보들을 훑어 내려갔다. 알 수 없는 데이터 패킷들이 맹렬하게 망각의 탑 시스템을 유린하고 있었다.

“젠장, 상황이 꼬였어. 내부 보안 시스템이 동시에 터지고 있어! 적어도 두 팀 이상이야!”
리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때, 그들이 진입한 통로 끝에서 ‘탕! 탕! 탕!’ 하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뒤이어 비명 소리. 그것은 제국군의 총성이 아니었다. 더 빠르고, 더 날카로운 파열음이었다.

“카이 형, 저쪽에서 뭔가 오고 있어요! 엄청 빨라요!”
리안의 목소리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카이는 순간 직감했다. 이들은 제국군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인가? 동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적대 세력인가?
그들의 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망각의 탑은 이미 예측 불가능한 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카이는 손에 쥔 데이터패드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어둠 속, 미지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