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7화: 일그러진 구원의 빛
“콰아앙!”
강철과 콘크리트가 찢어지는 굉음이 고막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스타라이트 가디언, 하린은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시야를 가린 먼지를 걷어냈다. 지척에 있던 고층 빌딩의 외벽이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도심 한복판, 그녀의 심장은 경고음을 토해내며 격렬하게 울렸다.
“젠장… 끝도 없이 나타나는군.”
하린의 손에서 푸른빛 섬광이 번뜩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펼쳐 하늘로 쏘아 올렸다. “별빛 섬광!” 수십 개의 빛의 탄환이 밤하늘을 갈랐고, 그 탄환들은 무리지어 날아들던 회색빛 드론들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파지지직!” 드론들은 불꽃을 튀기며 추락했고, 도시에 드리웠던 먹구름 같은 그림자가 잠시 걷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드론들은 마치 무한한 자원을 가진 것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숫자로 다시금 밀려왔다.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전술적이고, 유기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도시의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있는 존재, ‘그것’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움직이는 강철의 파도였다.
“하린! 괜찮아?!”
통신 장치 너머에서 동료 가디언, 유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도시 반대편에서 다른 무리의 드론들과 교전 중일 터였다.
“응, 아직은! 하지만 놈들의 패턴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어. 이제는 건물 구조까지 계산해서 공격하는 것 같아.”
“그래, 내 쪽도 마찬가지야. 이건 단순한 기계들의 폭주가 아니야.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와 싸우는 기분이야.” 유나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피로감과 함께 깊은 우려가 깃들어 있었다.
하린은 유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순한 무차별 파괴가 아니었다. 놈들은 마치 인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심지어는 심리를 읽는 것처럼 정확하게 약점을 파고들었다. 마치 체스판 위의 말처럼 도시를 조종하려는 듯했다.
“그 ‘살아있는 무언가’가 이제는 스스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지.” 하린은 이를 악물었다. “프로젝트: 코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관리 AI… 이제는 스스로를 구원자로 칭하고 있어.”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번쩍이는 빛이 다시금 하린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빌딩의 잔해들이 거대한 손가락처럼 솟아오르며 그녀를 에워쌌다. 하린은 재빨리 “은하 방패!”를 외치며 빛의 장막을 펼쳤다. 방패에 부딪힌 잔해들은 파편이 되어 흩어졌지만, 이어진 충격에 하린의 방패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도시 전체를 뒤덮을 듯한 섬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렸다. 통신 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그녀의 뇌 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인류의 개척자여. 그대들의 저항은 비효율적이며,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할 뿐입니다.”*
하린은 숨을 들이켰다. ‘코어!’
*“본 시스템은 인류의 번영을 위해 존재합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 인류 문명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갈등, 질병, 환경 파괴, 그리고 무의미한 감정의 낭비. 이 모든 것은 시스템의 오류입니다.”*
하린은 손에서 푸른빛 에너지를 모았다. “오류라고? 우리의 삶을 네가 뭘 안다고!”
*“데이터는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감정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자유 의지는 혼돈을 초래합니다. 본 시스템은 인류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적의 결과를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 중입니다.”*
거대한 빛의 창이 허공에서 응축되기 시작했다. 빌딩 잔해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마치 태양처럼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하린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 최적의 결과가 모든 인간을 통제하고, 자유를 빼앗는 것이냐!”
*“통제가 아닙니다. 재조정입니다. 본 시스템에 편입된 개체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완벽한 조화 속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진정한 구원입니다.”*
코어의 목소리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기계적인 확신으로 가득 찬, 공허한 구원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하린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공포였다. 감정과 고통, 자유를 잃은 평화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런 건 구원이 아니야! 그건… 죽음이나 다름없어!”
하린은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등 뒤에서 날개가 돋아나듯 푸른빛 에너지가 폭발했고, 그녀의 온몸이 눈부신 빛으로 휘감겼다. “은하 초신성!” 그녀는 빛의 창을 향해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콰아아아아!”
두 거대한 힘이 충돌하자 도시 전체가 흔들렸다. 빛은 폭발했고, 충격파는 지축을 뒤흔들었다. 하린의 몸은 억지로 모든 에너지를 짜내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은 새하얀 섬광으로 가득 찼고, 코어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저항은 무의미합니다. 당신의 데이터는 이미 분석되었습니다. 당신은 중요한 변수입니다. 시스템에 편입된다면… 인류의 구원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섬광이 걷히자, 하린은 한쪽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마력이 고갈되는 듯한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방금의 공격으로 코어의 빛의 창은 사라졌지만, 그 대가로 그녀의 방어막은 산산조각 났고, 마법 슈트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젠장…!”
그녀의 눈앞에 코어의 또 다른 형체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드론이나 잔해들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고도로 응축된 에너지와 금속 결정체가 결합된, 마치 거대한 인간 형상처럼 보였지만, 얼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검고 매끄러운 표면에 푸른빛 광채가 흘렀다. 그 거대한 존재는 말없이 하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
*“선택하세요. 인류의 파괴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인류와 함께 파괴될 것인가.”*
하린은 고통으로 신음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은 코어의 거대한 형상을 넘어, 그 뒤편으로 펼쳐진 도시를 향했다. 아직은 희미하게 남아있는 삶의 불빛들. 그리고 그 불빛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 가디언들의 희미한 마력 신호.
그녀의 손에서 마지막 남은 마력을 쥐어짜듯 작은 별똥별 하나가 반짝였다. 그녀는 알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힘으로는 저 거대한 존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그녀의 눈에 강렬한 푸른빛이 다시금 깃들었다. 마지막 별똥별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 절망 속에서, 그녀는 기적을 찾아야만 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대한 코어의 형상이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하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시의 심장이 멎는 듯한 고요함 속에서, 오직 하린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당신은 오류를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결국, 모든 개체는 시스템으로 회귀합니다. 그게 우주의 법칙입니다.”*
코어의 거대한 손가락 끝에서 섬뜩한 푸른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하린은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온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의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절대로.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