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장: 밀실의 연회

밤은 깊었으나, 환국(桓國) 황성(皇城) 제일의 갑부라 불리는 대호상 임영준(林英俊)의 저택은 대낮처럼 환했다. 저택 곳곳에 매달린 가스등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어둠을 몰아냈고, 뜰에 모인 귀빈들의 화려한 의복은 그 빛을 받아 오색찬란하게 반짝였다. 서양에서 들여온 악기들이 엮어내는 기묘한 선율과, 옥으로 깎은 잔에 담긴 외래의 포도주 향이 뒤섞여 밤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나는 기자로서 이 자리에 초대받았다. 갓 창간된 ‘황성신문’에 특종 기사를 던져 넣기 위해서였다. 소문난 괴짜이자 탐욕스러운 사업가인 임영준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고, 그의 오십 번째 생일 연회는 분명 황성 모든 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터였다. 허나, 내 눈길은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저택의 가장자리, 거대한 기둥에 기대어 멀찍이 서 있는 한 남자. 흰 도포 자락이 유난히 길었고, 매끄럽게 빗어 넘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가스등 아래서 은은한 윤광을 냈다. 그는 이 화려한 연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마치 다른 시공간에서 온 듯한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바로, 설지우(薛志宇). 황성에서는 그를 ‘탐정’이라 부르기도 하고, ‘괴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칭호는 ‘논리의 마술사’였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설 공자, 오늘 밤은 유난히 소란스럽군요.”

그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잔에 담긴 물을 홀짝였다. “소란스럽지 않은 밤이 있었던가, 윤 기자?”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는 듯했다. “어쩌면 이 소란 속에서, 진짜 소란이 시작될지도 모르지.”

나는 그의 말에 어딘가 섬뜩함을 느꼈지만, 이내 기자 본연의 호기심이 더 크게 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예감이 좋지 않으신가요?”

“예감은 범인의 친구일 뿐. 탐정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관찰과 추론이지.” 그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 같았다. “봐, 저기. 임 호상은 오늘따라 유독 불안해 보이는군. 그의 시선은 연회장의 북쪽 벽에 고정되어 있어. 마치 무언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의 말에 나 역시 임 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붉은 비단 도포를 입고 귀빈들 사이를 오가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지만, 설지우의 말처럼 그의 눈빛에는 짙은 피로와 불안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북쪽 벽… 그곳에는 호상의 개인 서재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듣기로는 그 어떤 강도도 뚫을 수 없는, 특별히 제작된 강철 문이라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악!!!!”

날카로운 비명이 연회장을 갈랐다. 모든 대화와 음악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비명의 근원지를 향했다. 비명은 북쪽, 서재 쪽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임 호상의 집사, 박 영감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재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재… 서재 문이 잠겨 있습니다! 안에서 잠겼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재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나 역시 설지우와 함께 그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육중한 강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임 호상! 안에 계십니까!” 박 영감이 애타게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쥐 죽은 듯한 침묵뿐이었다.

몇몇 건장한 하인들이 달려들어 문을 부수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웬만한 외부 충격에는 끄떡도 않게 만들어진 문이었다. 결국 망치를 가져와 강철 문에 내리치기 시작했다. 둔탁한 굉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마침내, 문이 안쪽으로 활짝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섬뜩한 정적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서재 안은 가스등 하나만 겨우 빛을 내고 있었다. 그 희미한 불빛 아래, 연회장의 모든 이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 한가운데, 호화로운 상아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임 호상의 시신. 등에는 서양식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흘러나온 핏자국이 새하얀 책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눈은 크게 뜨여 있었고, 입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벌어져 있었다.

방 안에는 오직 임 호상 혼자였다. 창문은 안쪽에서 굳게 걸쇠로 잠겨 있었고, 쇠창살이 덧대어져 있었다. 외부인이 침입하거나 내부인이 도망칠 수 있는 틈은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는 오직, 죽은 자와 핏자국, 그리고 완벽하게 닫혔던 문만이 존재했다.

“밀실… 밀실 살인이다!” 누군가 외쳤다.

현장에 도착한 황궁 순찰대장이 혼비백산하여 방 안을 살펴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건… 귀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짓이다!”

나 역시 숨을 멈췄다. 완벽한 밀실.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라도 되는 것일까? 내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때, 침묵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지우였다.

“인간이 저지른 일에 불가능은 없습니다.”

그가 서재 입구에 서서,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방 안을 응시했다. 가스등 불빛에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다만 아직 그 트릭을 모를 뿐.”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순찰대장이 황급히 그를 막으려 했지만, 지우는 손짓으로 제지했다.

“사체를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증거는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는 방 안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의 시선은 시체, 단검, 책상, 그리고 벽과 바닥의 모든 작은 얼룩과 균열을 놓치지 않고 훑어보는 듯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그가 무엇을 보는지 이해하려 애썼지만, 나의 눈에는 오직 끔찍한 죽음의 현장만이 보일 뿐이었다.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쇠창살이 덧대어져 있으며, 문의 걸쇠도 안에서 채워져 있었습니다.” 순찰대장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설명했다. “아무리 뒤져봐도 숨을 곳도, 비밀 통로도 없습니다. 대체 범인은 어디로…”

설지우는 순찰대장의 말을 끊고, 책상 위에 엎어진 임 호상의 시신 곁으로 다가섰다. 그는 사체를 건드리지 않고, 희미한 가스등 불빛 아래서 시신의 등 뒤에 박힌 단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단검의 손잡이는 정교한 은세공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 단검… 임 호상께서 평소 아끼던 것이었지요?” 설지우가 물었다.

박 영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나리. 서역에서 들여온 귀한 물건이라 늘 책상 위에 두고 보셨습니다.”

“그렇군요.” 설지우는 더 이상 단검을 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책상 주변의 바닥을, 아주 미세한 먼지 한 톨까지 놓치지 않을 듯이 훑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시선은 서재의 벽에 걸린 큼지막한 그림 한 점에 멈췄다. 동양의 기묘한 산수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저 그림은 언제부터 저기에 걸려 있었습니까?” 설지우가 물었다.

박 영감은 의아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 그림은 임 호상께서 이 서재를 꾸미실 때부터 쭉 저 자리에 있었습니다만… 무슨 문제가라도 있습니까?”

설지우는 대답 없이 그림 아래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 끝에는 아주 미세한, 거의 보이지 않는 긁힌 자국이 묻어 나왔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다시 시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방 안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것은 불가능한 살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 빚어낸, 계산적인 살인이지요.”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범인은, 아직 이 방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물론이고, 순찰대장과 모든 귀빈들은 그의 말에 경악했다. 범인이 아직 이 완벽한 밀실 안에 숨어있다고? 그럴 리가! 내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설지우는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그리고 이 소름 끼치는 밀실의 진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