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1장. 톱니바퀴의 속삭임**

지하 깊숙한 곳, 낡은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구역이었다. 희미한 전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녹슨 철골 구조물과 습기 찬 벽을 비췄다. 뜨거운 증기가 쉬이이익, 하고 새어 나오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기계 괴물이 숨 쉬는 것처럼 들렸다. 이곳은 제국 수도 ‘아스테라’의 심장부 아래에 숨겨진, ‘그들’의 아지트였다.

“시간이 없어.”

카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어떤 톱니바퀴의 회전음보다 또렷하게 공간을 울렸다. 그의 얼굴은 증기 램프의 주황빛 아래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늘진 눈빛 속에는 피로와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낡은 가죽 조끼 위로는 온갖 공구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고, 그의 손은 언제나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다.

“제국 의회는 내일 오후, ‘대 증기 정화 프로젝트’를 발표할 거다. 명목은 수도의 공기를 맑게 하는 것이지만, 실상은 하층민 구역의 모든 보조 증기 라인을 차단하여 통제를 강화하려는 술책이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이가 테이블 위에 낡은 아스테라 지도 한 장을 펼쳤다. 지도의 한가운데에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구역이 있었다. 제국의 심장, 귀족들과 권력자들이 사는 ‘상층부’였다. 그리고 그 주위로 희미한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하층민 구역인 ‘더스트 구역’과 ‘아연 구역’까지 뻗어 있었다.

“저들이 ‘정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생명줄을 끊으려 한다면, 우리는 저들의 숨통을 조여야 해.” 카이의 손가락이 지도의 상층부,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증기 엔진을 품고 있는 ‘제국 동력 중추’를 강하게 짚었다. “목표는 제국 동력 중추의 메인 증기 압력 조절기. 내일 새벽 3시, ‘황금 새벽 경비대’의 교대 시간이다. 그때가 유일한 기회야.”

테이블 주변에 모여 있던 몇몇 얼굴들이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그들은 모두 제국의 억압 속에서 버림받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기계공, 거리의 부랑아, 심지어는 전직 제국군 출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있었다.

“미스터 카이,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덩치 큰 빅터가 웅얼거렸다. 그의 두툼한 손가락은 언제나 망치나 렌치에 익숙했지만, 이번 목표는 그의 평소 작업 스케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제국 동력 중추는 철저히 자동 병사들과 증기 감시 장치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거기에 직접 접근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요.”

빅터는 육중한 몸만큼이나 신중한 성격이었다. 덩치에 걸맞게 힘도 좋았지만, 언제나 팀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했다. 그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카이에게 향했다.

“빅터 말이 맞아. 동력 중추는 뚫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아니, 뚫고 나갈 수 없는 곳이지.” 날렵한 몸놀림의 엘라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허리춤에 자신만의 증기 추진식 갈고리총을 차고 다녔다. 엘라의 날카로운 눈빛이 카이가 짚은 지점 주변의 복잡한 구조도를 응시했다. 그녀는 이곳 아지트의 정보통이자, 어떤 복잡한 기계라도 단숨에 분석해내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뚫지 않을 거다.” 카이가 비장하게 말했다. “엘라, 너는 그 복잡한 배관도를 외우고 있지? 동력 중추의 메인 압력 조절기는 지하 증기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 너라면 그 통로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엘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하 통로요? 거긴 오래전에 폐쇄된 구역 아닌가요? 수십 년 전에 대형 폭발 사고 이후로 출입 금지 딱지가 붙었던 곳인데요.”

“바로 그 폐쇄된 구역을 이용할 거다.”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폐쇄된 곳에는 감시 장치를 두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통로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곳엔 아직도 불안정한 증기압과 부식된 파이프들이 가득할 텐데요.” 빅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은 없어.” 카이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 계획이 실패하면, 더스트 구역과 아연 구역은 더 이상 증기 난방도, 기본적인 동력 공급도 받지 못하게 될 거다. 그건 죽음을 의미해.”

모두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제국이 하층민들에게 가하는 압박은 단순한 경제적 착취를 넘어, 삶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것이었다.

“엘라, 네가 지하 통로를 통해 메인 조절기에 접근해. 조절기 밸브를 최대로 열고, 증기 압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려. 빅터는 외부에서 그 신호에 맞춰 보조 증기 펌프를 과부하시킬 폭탄을 설치할 거야.” 카이가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가해지면, 메인 압력 조절기는 파열될 거다. 최소한 12시간 동안은 동력 중추가 마비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히 제국에 혼란을 줄 수 있겠군요.” 엘라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지도를 따라 움직였다. 폐쇄된 통로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다시 그리고 있었다.

“맞아. 그리고 우리는 그 틈을 이용할 거다.” 카이가 눈을 빛냈다. “자, 준비해. 오늘 밤은 길어질 거야.”

***

아스테라의 밤은 상층부의 화려한 증기 램프 불빛과 하층부의 어둠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상층부에서는 귀족들의 연회 음악과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하층부의 좁은 골목길에는 낡은 증기 엔진의 굉음과 간헐적으로 울리는 경비 로봇의 금속성 발걸음 소리만이 가득했다.

엘라는 낡은 가죽 고글을 이마에 올린 채,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자그마한 만능 렌치 세트와 특제 해킹 도구가 달린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등에는 카이가 특별히 제작해준 ‘증기 추진식 강하 장치’가 메어져 있었다. 유사시 고압 증기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치였다.

“조심해, 엘라. 그 통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불안정할 거야.” 빅터가 엘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증기 폭탄 몇 개가 들려 있었다. “괜히 영웅 놀이한다고 객기 부리지 말고. 위험하다 싶으면 즉시 돌아와.”

“알아. 잔소리는 그만하고, 당신 폭탄이나 제대로 설치해.” 엘라가 피식 웃었다. 빅터의 염려 가득한 말은 언제나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엘라, 빅터. 건투를 빈다.” 카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둘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의 미래는 오늘 밤에 달려 있다.”

낡은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자, 차가운 흙냄새와 함께 눅눅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지하로 이어지는 철제 사다리는 녹슬어 있었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제가 먼저 갈게요.” 엘라가 말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다리를 붙잡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삐걱이는 철제 소리가 좁은 통로를 울렸다.

“젠장, 저 여자애는 겁이라는 게 없나.” 빅터가 중얼거렸다. 그 역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빨리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 통로는 미로 같았다. 낡은 증기 파이프들이 천장과 벽을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곳곳에서 희미한 증기가 새어 나와 안개를 만들었다. 엘라는 낡은 랜턴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그녀의 눈은 익숙한 듯 파이프의 이음새와 밸브, 그리고 오래된 금속 표면에 새겨진 제조 번호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쪽이야.” 그녀는 낡은 배관도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정확하게 방향을 찾아냈다.

그들이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통로의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워졌다. 벽은 오래된 이끼와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끈적한 이물질들이 고여 있었다. 저 멀리서 규칙적인 금속성 소리가 들려왔다.

‘틱, 톡… 틱, 톡…’

“잠깐.” 엘라가 손을 들어 빅터를 멈추게 했다. 그녀는 고글을 내리고 랜턴 불빛을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높이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증기 구동식 감시 로봇이었다. 낡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외관. 증기압으로 움직이는 팔은 육중한 금속 망치를 들고 있었고, 붉은색 감시 눈동자는 주변을 탐색하듯 느릿하게 움직였다. 제국의 폐쇄 구역 감시용 ‘수호자’였다.

“젠장, 여긴 감시 장치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빅터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분명 폐기 처분된 모델인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엘라의 얼굴도 굳어졌다. 로봇의 붉은 눈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돌기 시작했다.

**틱!**

로봇의 눈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발견된 것이다.

“뛰어!” 엘라가 소리쳤다.

망설일 틈도 없이 그들은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육중한 로봇의 발소리와 함께 금속 망치가 벽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저 자식,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어! 미쳤군!” 빅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투덜거렸다.

엘라는 폐쇄된 통로의 복잡한 구조를 이용해 로봇을 따돌리려 했다. 좁은 통로는 거대한 로봇에게는 방해 요소였다. 그녀는 갈고리총을 꺼내 벽에 고정하고, 증기 추진 장치를 가동하며 순식간에 몸을 위로 쏘아 올렸다.

“이쪽이야! 빅터, 따라와!”

빅터는 그녀의 뒤를 쫓아 필사적으로 달렸다. 하지만 로봇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바로 뒤까지 쫓아온 로봇의 망치가 낡은 파이프들을 부수며 맹렬하게 휘둘러졌다. 터져 나오는 증기 분출이 시야를 가렸다.

엘라는 마지막 지점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그녀가 보았던 배관도상, 메인 압력 조절기실로 연결되는 마지막 통로였다. 하지만 그 입구는 육중한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빅터, 저 문이야! 저 문을 열어야 해!”

“말은 쉽지!” 빅터가 거대한 몸으로 달려들어 철문을 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봇의 발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파이프를 이용해!” 엘라가 소리쳤다. “철문의 경첩 부근에 폭탄을 설치하고, 내가 증기압을 유도할게!”

시간이 없었다. 로봇의 붉은 눈이 그들을 정확히 조준했다. 금속 망치가 머리 위로 치솟았다.

“젠장! 알겠어!” 빅터는 엘라의 말을 듣는 동시에 재빨리 철문 경첩 부근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의 손놀림은 놀랍도록 빨랐다. 엘라는 옆에 있는 낡은 증기 밸브를 발견했다. 메인 통로의 증기압을 조절하는 보조 밸브였다.

그녀는 만능 렌치를 꺼내 밸브를 돌리기 시작했다. 뻑뻑하게 움직이는 밸브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동시에 로봇의 망치가 바로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지며 바닥을 박살 냈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충격에 엘라는 휘청거렸다.

“됐어!” 엘라가 소리쳤다. 밸브를 돌리자, 폭탄이 설치된 경첩 부근의 파이프에서 엄청난 압력의 증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나도 됐어!” 빅터가 외치며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쉬이이이익— 펑!**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증기압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육중한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안쪽으로 찌그러졌다. 그들은 주저할 틈도 없이 찌그러진 문틈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거대한 동력 중추의 심장이었다. 압력 조절기실은 수많은 증기 파이프와 밸브, 그리고 압력 게이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한 메인 압력 조절기가 굉음을 내며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착했어!” 엘라가 환호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서, 찌그러진 문틈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다시 번뜩였다. 망가졌으리라 생각했던 감시 로봇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침입자… 제거…!”**

금속성 음성이 실내를 울리며 로봇이 다시 발을 내디뎠다.
엘라와 빅터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제국의 심장부에서, 그들은 과연 메인 압력 조절기를 파괴하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