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제목: 밀실의 심연**

**내레이션 (한시우):**
세상은 늘 두꺼운 장막 뒤에 숨겨진 비밀들로 가득하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하고 불길한 진실들. 그리고 가끔, 그 진실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그림자가 누군가의 심장을 붙잡고, 굳게 닫힌 문 안에서 비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컷 1:**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어둡고 낡은 고택의 외관. 번개가 번쩍이며 고풍스러운 지붕의 실루엣을 드러낸다. 정원에는 기이하게 뒤틀린 나무들이 춤추듯 흔들린다.
**효과음:** 크르릉! (천둥소리), 후두둑 (굵은 빗방울)

**컷 2:**
고택 안, 으스스한 분위기의 복도를 걷는 한시우 탐정과 강형사. 한시우는 검은 코트를 단정하게 여미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스캔한다. 강형사는 불안한 듯 침을 삼킨다.
**강형사:** (목소리를 낮추며) 하아, 탐정님. 이런 곳은 올 때마다 기분 나쁘게 으슬으슬하단 말이죠. 죽은 박선우 씨가 워낙 특이한 분이었다지만…
**한시우:** (벽에 걸린, 알 수 없는 상형문자가 새겨진 태피스트리를 잠시 응시하며) 특이함은 종종 위험을 동반합니다, 강형사님. 특히 이 저택처럼 과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에서는 더욱 그렇죠.

**컷 3:**
복도 끝, 굳게 닫힌 거대한 서재 문. 문은 육중한 나무로 되어 있고, 표면에는 섬뜩한 형상의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문고리에는 경찰 봉인 테이프가 붙어 있다.
**강형사:** 여기가 현장입니다. 박선우 씨가 평소 가장 아끼던 서재였다고 해요. 어젯밤 11시경, 내부에서 잠긴 채 발견됐습니다.
**한시우:** (문고리와 문틈을 꼼꼼히 살핀다) 잠금 방식은요?
**강형사:**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저희가 출입하려고 할 때, 이 저택의 유일한 생존자인 박 씨의 조카, 김민준 씨가 신고했고, 저희는 부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문틀이나 문 자체에 훼손 흔적은 없습니다.

**컷 4:**
서재 내부 전경. 천장까지 닿는 높은 책장에는 고색창연한 고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기묘한 형상의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방 중앙의 거대한 책상 앞, 박선우 씨가 의자 옆에 쓰러져 있다. 그의 얼굴은 극심한 공포로 일그러져 있다.
**강형사:**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창문은 쇠창살이 굳게 박혀있고, 안쪽에서 이중 잠금장치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완벽한 밀실이죠. 부검 결과, 목이 졸려 사망했습니다. 사망 시각은 어제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한시우:**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독극물이나 다른 흔적은요?
**강형사:**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전혀 없고요. 대체 누가, 어떻게, 왜… 이런 밀실에서 살인을 저지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컷 5:**
박선우 씨 시신의 클로즈업. 그의 눈은 커다랗게 뜨여 천장을 응시하고 있고, 입은 벌어져 마치 무언가 비명을 지르려다 멈춘 듯하다. 목에는 붉고 선명한 교살 흔적이 남아 있다.
**내레이션 (한시우):**
공포는 인간의 가장 깊은 본능을 흔든다. 하지만 이토록 극심한 공포는 단순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심연의 공포.

**컷 6:**
한시우가 서재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그의 시선은 고서, 기묘한 조각상, 그리고 먼지 쌓인 책상 위로 향한다. 책상 위에는 일반적인 서류들 외에, 칠흑처럼 검고 매끄러운 돌멩이 하나가 놓여 있다.
**한시우:** 이 서재의 모든 유물들이 피해자의 소유입니까?
**강형사:** 네, 박선우 씨는 희귀 유물과 고서를 수집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합니다. 특히 저 검은 돌멩이는… 최근에 입수하고 나서 며칠 밤낮으로 들여다봤다고 하더군요.

**컷 7:**
책상 위 검은 돌멩이의 클로즈업. 돌멩이는 완벽한 구형으로,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럽지만 빛을 흡수하는 듯한 묘한 질감을 가졌다. 돌멩이 안쪽에서 희미하게,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는 어둠이 보이는 듯하다.
**내레이션 (한시우):**
단순한 돌멩이인가? 아니면… 심연의 파편인가. 어딘가 모르게 소름 끼치는 이 질감, 그리고 저 안에 담긴 듯한 무언가의 존재감.

**컷 8:**
한시우가 책상에 놓인 두꺼운 고서를 집어 든다. 책은 양피지로 만들어졌고, 표지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책이 꽤 무거운지 한시우의 손이 살짝 짓눌린다.
**한시우:** 이 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강형사:** 저희 감식반이 대충 번역본을 찾아봤는데… 고대 이교도의 의식이나 주술 같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인류가 알지 못하는 존재들을 숭배하는… 뭐, 그런 불경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더군요.

**컷 9:**
고서의 한 페이지 클로즈업. 기괴한 형상의 존재들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알아볼 수 없는 언어들이 가득하다. 페이지 한쪽 구석에 박선우 씨의 필체로 보이는 메모가 적혀 있다.
**피해자(박선우)의 필기:** “…검은 돌은 문을 열고, 영혼을 집어삼킨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연의 힘을 빌려… 현실을 찢어발긴다.”
**한시우:** (메모를 읽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보이지 않는 손… 현실을 찢어발긴다…

**컷 10:**
한시우가 서재의 문, 창문, 그리고 벽을 꼼꼼하게 살핀다. 그의 눈은 아주 작은 틈새나 흔적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리하다. 그의 시선이 특정 책장 뒤쪽, 벽과 책장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새에 멈춘다.
**강형사:** 아무리 봐도 밀실 트릭은 없습니다, 탐정님. 혹시 천장에서 내려왔다거나…
**한시우:** (미세한 틈새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그럴 리가요. 하지만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곳이라 해서 ‘아무것도’ 드나들 수 없는 건 아닙니다, 강형사님. 특히… 육체가 없는 존재라면.

**컷 11:**
한시우가 서재 벽에 걸린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손으로 쓸어본다. 태피스트리 뒤쪽, 한시우가 발견했던 미세한 틈새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인다. 그 틈새는 마치 어떤 장치의 일부처럼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다.
**내레이션 (한시우):**
인간의 눈은 언제나 완전하지 못하다. 보이는 것 너머에, 믿기 힘든 진실이 존재할 때가 많다. 특히 이 서재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환각일 수도 있는 공간에서는 더욱.

**컷 12:**
한시우가 피해자 박선우 씨의 시신 옆, 바닥에 놓인 아주 작은 유리 조각을 발견한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고, 무언가에 긁힌 듯한 흔적이 있다.
**한시우:** 이건 뭡니까?
**강형사:** (돋보기를 들이대며) 감식반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군요… 너무 작아서… 흠, 유리의 파편 같습니다만, 어디에 쓰인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컷 13:**
유리 조각의 클로즈업. 한쪽 끝이 날카롭게 깨져 있고, 마치 얇은 실이 통과할 만한 아주 작은 구멍이 미세하게 뚫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한시우):**
작은 조각 하나가 거대한 퍼즐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열쇠가 여는 문이… 과연 인간에게 허락된 문일까.

**컷 14:**
한시우가 유리 조각을 손에 쥐고 서재를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본다. 그의 시선은 책장, 유물, 그리고 검은 돌멩이를 잇달아 스쳐 지나간다. 그의 눈빛이 점점 날카롭게 빛난다.
**한시우:** 강형사님. 이 밀실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완벽해서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컷 15:**
한시우가 책상 위 검은 돌멩이를 다시 바라본다. 돌멩이 안의 어둠이 더욱 진하게 일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한시우:** 박선우 씨는 이 검은 돌멩이 앞에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 돌멩이의 진정한 용도를 알았을 겁니다.
**강형사:** 진정한 용도라뇨? 그냥 특이한 수집품이 아니었습니까?

**컷 16:**
한시우가 책상 뒤편의 벽과 책장 사이의 미세한 틈새를 가리킨다.
**한시우:** 살인자는 이 서재에 직접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보통의 방식’으로는요. 그는 저 틈새를 이용했습니다.
**강형사:** (놀라서) 말도 안 됩니다! 저 좁은 틈으로 어떻게 사람을…

**컷 17:**
한시우가 손에 든 유리 조각을 들어 올린다.
**한시우:** 이 유리 조각은 특수한 ‘매개체’의 파편입니다. 아마도… 고대인들이 끈이나 실을 이용해 섬세한 조작을 할 때 사용했던 도구였겠죠.
**내레이션 (한시우):**
고대 지식은 종종 현대 과학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술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이는 때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된다.

**컷 18:**
한시우가 검은 돌멩이를 조심스럽게 집어 든다. 돌멩이의 표면이 한시우의 손에 닿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한시우:** 이 검은 돌멩이는 단순한 돌이 아닙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이것은 ‘심연의 거울’이자, ‘영혼의 문’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사람의 정신에 간섭하고, 보이지 않는 힘을 끌어당기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강형사:** 정신에 간섭한다고요? 그게 살인과 무슨 상관입니까?

**컷 19:**
한시우가 검은 돌멩이를 책상 중앙에 다시 놓고, 피해자 박선우 씨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는 시늉을 한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검은 돌멩이에 고정된다.
**한시우:** 박선우 씨는 이 자리에서 이 고서를 읽으며 검은 돌멩이에 집중했을 겁니다. 살인자는 그 순간을 노렸습니다. 저 틈새를 통해 아주 가늘고 질긴 끈, 혹은 특수한 섬유를 들여보내 이 돌멩이를 고정하고… 그리고 그 끈을 이용해 박선우 씨의 목을 졸랐습니다.
**효과음:** 스르륵 (상상 속 끈이 움직이는 소리)

**컷 20:**
박선우 씨의 공포에 질린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동자에 검은 돌멩이가 비치고, 돌멩이 안의 어둠이 마치 그의 목을 옥죄는 끈처럼 확장되는 듯한 시각적 효과가 들어간다.
**내레이션 (한시우):**
그는 살인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오직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어 오는 ‘보이지 않는 끈’과, 그 끈의 근원인 ‘검은 돌멩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 돌멩이 안에 비친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심연의 그림자를. 극심한 공포는 그에게 저항할 힘조차 주지 않았겠지.

**컷 21:**
한시우가 고서를 다시 펼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구절을 가리킨다.
**한시우:** 이 고서에 묘사된 ‘보이지 않는 손’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이 검은 돌멩이를 통해, 심연의 존재들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끈이나 실을 통해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일종의 ‘매개자’를 만들어내는 거죠. 범인은 박선우 씨가 돌멩이에 집중해 정신이 취약해진 틈을 타, 이 고서의 내용을 응용해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강형사:** 심연의 존재… 매개자… 탐정님, 그게 정말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컷 22:**
한시우가 서재 벽의 틈새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 틈새는 일반적인 틈이 아니라, 마치 얇은 관처럼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다.
**한시우:** 살인자는 이 틈새를 통해 특수한 끈을 들여보내고, 그 끈의 끝에 달린 이 유리 파편(매개체)을 이용해 박선우 씨의 목을 감은 뒤, 검은 돌멩이의 힘을 빌려 공포를 증폭시키고 교살했을 겁니다. 그리고 살인 후, 끈과 매개체를 다시 회수해 갔겠죠. 아마 돌멩이 안에 끈을 고정했던 장치의 일부가 이 유리 파편일 겁니다.
**내레이션 (한시우):**
밀실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살인자의 치밀한 계획과,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불길한 지식이 결합된 결과였다.

**컷 23:**
한시우가 서재 문 밖으로 나온다. 그의 등 뒤로, 여전히 어두운 서재 안에 검은 돌멩이가 놓여 있다. 그 돌멩이는 마치 살아있는 듯 희미한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인다.
**강형사:** 그럼 범인은 저 틈새 뒤에 숨어서… 모든 걸 조종했다는 겁니까? 대체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그리고 그 동기는?
**한시우:** (복도 끝, 저택의 또 다른 복도와 연결된 어두운 통로를 응시하며) 그 동기는… 아마도 박선우 씨의 ‘지식’에 있었을 겁니다. 혹은 그 지식에서 비롯된 ‘탐욕’이나 ‘광기’에. 이 검은 돌멩이와 고서가 이끄는 심연에 빠진 누군가 말이죠.

**컷 24:**
한시우의 클로즈업. 그의 눈은 지식의 끝없는 나락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그의 시선은 강형사에게서 멀리,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의 끝을 향한다.
**내레이션 (한시우):**
모든 수수께끼는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수수께끼는, 풀린다고 해서 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풀림으로써 더 깊은 혼돈과 절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효과음:** 스산한 바람 소리 (저택 안을 맴도는)

**컷 25 (마지막):**
한시우가 어둠 속을 응시하며 걷는다. 그의 등 뒤로 닫힌 서재 문과 그 안의 검은 돌멩이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저택의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내레이션 (한시우):**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것을 탐한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나은 때도 있다. 저 검은 돌멩이가 열었던 문은… 밀실의 문이 아니라, 어쩌면 이 세계의 감춰진 진실을 향하는 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잠들어 있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