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폐허 속의 첫 숨

폐허가 된 도시의 한 조각, 무너진 고층 빌딩의 잔해 속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입 안 가득한 흙먼지와 목을 긁는 듯한 갈증이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기어이 비집고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비친 것은 온통 회색빛 세상. 하늘은 잿빛으로 탁했고, 익숙했던 건물의 윤곽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흡… 큭… 쿨럭!”

기침과 함께 폐 속 깊이 박혔던 이물질들이 거친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수백 대의 트럭에 깔렸다가 겨우 살아난 것 같은 통증이었다. 찢어진 옷가지 아래로 드러난 팔다리에는 셀 수 없는 긁힌 상처와 멍자국이 선명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한 깊은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강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억누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누워있던 곳은 아스팔트 바닥이었다. 주차 금지 표지판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녹슨 철골과 뒤엉켜 흉물스러운 조형물이 되어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한때 화려했을 빌딩의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고, 그 옆으로는 잿더미가 된 차량들이 녹슨 고철 덩어리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먼지투성이 바람이 휑하니 불어와 금세 살100을 에었다.

이곳은… 이곳은 내가 알던 그 도시가 아니었다.

‘분명… 연구실이었는데…’

마지막 기억은 섬광과 같았다. 파직거리는 전류음, 귀를 찢을 듯한 경고음, 그리고 온몸을 휘감았던 고통스러운 에너지 파동. 그 순간, 강휘는 자신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 채 알 수 없는 장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인류는 멸망 직전이었다. 전 세계를 덮친 미지의 재앙은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지하 벙커에 숨어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 마지막 발악의 중심에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한 번의 기회. 하지만 설마,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도착했을 줄이야.

숨이 턱 막혔다. 과거로 왔다면, 이곳은 아직 멀쩡해야 했다. 잿빛 하늘도, 무너진 건물도, 죽은 듯 고요한 도시도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젠장…!”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터져 나왔다. 실패한 건가? 아니면 너무 늦게 도착한 건가? 혹시… 미래가 바뀌지 않고 더 처참한 상태로 이어진 것인가? 수십 가지의 의문이 뇌리를 스쳤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몸을 간신히 지탱하여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가방은커녕, 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너덜너덜한 실험복 차림에 불과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찢어진 신분증 조각과 작동하지 않는 구형 통신 장치만이 손에 잡혔다. 이 통신 장치는 원래 시간을 측정하고 과거로의 이동 성공 여부를 알려줄 것이었다. 하지만 액정은 완전히 깨져 있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강휘는 무너진 건물을 등지고 햇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햇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희뿌연 빛줄기였지만, 그래도 어둠보다는 나았다. 걸을수록 몸의 통증은 심해졌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폐허가 된 도심은 지독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바람 소리, 무너진 잔해가 부딪히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생명의 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은커녕, 작은 곤충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무도 없는 건가?’

강휘는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오싹했다. 이대로 홀로 남겨진 것이라면, 최악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시간 이동 장치에 몸을 싣기 전의 모든 정보들을.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물이었다. 그리고 안전한 잠자리.

저 멀리, 한때 대형 쇼핑몰이었을 법한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외벽이 크게 파손되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상태였다. 저곳이라면 혹시, 물이나 다른 생존 물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샘솟았다.

무너진 아스팔트 위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건물에 다가갔다. 발밑에서 ‘사각, 사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 파편과 돌 조각들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쇼핑몰의 뼈대 사이로 들어서자, 녹슨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천장에 매달려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을 공간은 이제 거대한 공동묘지나 다름없었다.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진열대는 박살 나 있었고, 상품들은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부패하거나 파손되어 있었다. 강휘는 먼지 쌓인 복도를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폐허 특유의 비릿하고 곰팡내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소리가 울렸다.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요한 폐허 속에서 유독 크게 들리는 듯했다.

“누구… 아무도 없나?”

강휘는 희미하게 목소리를 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메아리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곧 침묵에 파묻혔다.

그때였다.

‘사그락…’

아주 작은 소리가 강휘의 귓가를 스쳤다. 쇼핑몰의 더 깊숙한 곳, 어둠에 잠긴 통로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강휘는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혹시, 살아있는 누군가? 아니면… 위험한 존재?

손에 잡히는 가장 튼튼해 보이는 녹슨 철근 조각을 집어 들었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었다. 그의 눈은 어둠이 깔린 통로를 응시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고작 첫날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강휘는 마른 침을 삼키고, 철근을 든 채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폐허는 그의 발걸음을 삼킬 듯,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