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에피소드 대본)**
**제목: 그림자의 맹세: 첫 번째 칼날**
—
**장면 1: 어둠 속의 그림자**
**[컷 1]**
칠흑 같은 밤. 하늘엔 구름이 짙게 드리워 보름달마저 그 빛을 완전히 숨겼다. 숲은 고요함 속에 잠겨 있고, 삭막한 바람만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높다란 고목의 가장 굵은 가지 위, 한 인영이 앉아있다. 낡고 해진 검은 도포가 그의 몸을 완전히 감싸고, 깊게 눌러쓴 삿갓과 그림자가 얼굴을 철저히 가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그의 손에는 오랜 세월을 견딘 듯한 낡은 철검이 쥐여 있다. 검신은 거칠게 녹이 슬었으나, 손잡이는 누군가의 손길에 닳고 닳아 맨들맨들하다.
**내레이션 (진우, 낮고 차분한 목소리):**
어둠은 모든 것을 삼키고, 모든 것을 감춘다.
나의 존재처럼.
나의 찢겨진 심장처럼.
그리고… 나의 맹세처럼.
**[컷 2]**
인영의 시선이 멀리 아래를 향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 그 위로 번쩍이는 횃불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다가온다.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가마와 그 주위를 둘러싼 수십 명의 무장한 호위 무사들. 그들의 갑옷에는 ‘황금 독수리’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문양은 기이하게 번들거린다.
**내레이션 (진우):**
저 역겨운 문양…
피 냄새가 진동하는 그들의 심장처럼, 더럽게 번쩍이는구나.
그들의 심장 위를 짓밟고 선 자의 그림자처럼.
**[컷 3]**
행렬의 맨 앞에 선 자. 날렵하고 교활해 보이는 인상에,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다. 황금 독수리 문양이 섬세하게 수놓아진 검은 비단 옷을 입고 있다. 그의 허리에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보검이 매달려 번뜩인다. 그의 오만함이 횃불 불빛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레이션 (진우):**
최강의 암살집단, ‘흑금회’의 대장.
홍만수.
네놈의 더러운 숨통을 끊는 것이…
피로 얼룩진 복수의 첫 번째 제물이다.
—
**장면 2: 맹세의 흔적**
**[컷 1]**
(클로즈업) 진우의 눈. 깊은 그림자 속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한 쌍의 푸른 불꽃. 증오와 결의가 너무나 선명하여 보는 이의 심장마저 얼어붙게 할 듯하다. 그의 시야를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파편들. 어린 시절, 민준과 함께 훈련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 서로에게 등을 기댄 채,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믿었던 순수한 눈빛들.
**회상 (내레이션 – 어린 진우, 밝고 맑은 목소리):**
“민준아, 우리가 함께라면 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어!”
**회상 (내레이션 – 어린 민준, 진우의 어깨를 치며 환하게 웃는 목소리):**
“그럼! 우리는 이 강산을 함께 누비며… 영원히 함께할 거야, 진우야!”
**[컷 2]**
(회상) 그러나 그 평화롭고 찬란했던 시절은 순식간에 피와 불길에 휩싸인다. 맹렬히 타오르는 가옥들, 하늘을 찢을 듯 울부짖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 모든 것이 붉은 지옥으로 변한 그곳에, 피투성이가 된 진우가 쓰러져 있다.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진우의 시선.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는 한 남자의 냉혹한 시선. 그 시선은 다름 아닌, 가장 믿었던 친구, 김민준의 것이었다.
**회상 (내레이션 – 김민준, 싸늘하고 무감정한 목소리):**
“미안하다, 진우야. 세상을 바꾸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해. 그게 네 가문이 될 줄은… 나도 몰랐지.”
(웃음소리)
“하지만 괜찮아. 너의 희생은… 더 큰 뜻을 위한 거니까.”
**[컷 3]**
현재. 진우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한다. 과거의 고통은 이제 더 이상 그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직 복수만을 위한 단단한 결의로 그를 벼려냈을 뿐. 그는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일어선다. 그의 낡은 도포 자락이 밤바람에 미약하게 휘날린다. 그의 몸에서는 비록 절제되어 있지만, 견고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내레이션 (진우):**
희생? 아니.
그건 배신이었다.
나를 짓밟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올라서기 위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발버둥.
그 발버둥의 대가를, 이제 치르게 해주마.
—
**장면 3: 첫 번째 제물**
**[컷 1]**
홍만수와 호위 무사들이 숲길 한가운데에 다다른 순간, 진우가 핏빛 섬광처럼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다. 그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빠르고 소리 없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한 줄기 섬광에 불과하다.
**홍만수 (당황하며 외친다):**
무, 무엇이냐! 침입자냐!
**[컷 2]**
진우의 철검이 번개처럼 휘둘러진다. 선두에 서 있던 호위 무사 세 명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철검은 녹슬었지만, 그 움직임은 숙련된 살수의 칼날보다 훨씬 날카롭고 예측 불가능하다. 피가 밤하늘에 흩뿌려진다.
**[컷 3]**
호위 무사들이 혼란에 빠져 검을 뽑으려 하지만, 진우는 이미 그들 사이에 파고들어 있다. 그의 몸은 그림자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낡은 철검은 춤을 추듯 수십 개의 섬광을 뿌린다. 짧은 탄식,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무사들. 그들의 갑옷에 새겨진 황금 독수리 문양이 피로 얼룩진다.
**[컷 4]**
(클로즈업) 홍만수의 얼굴. 공포에 질려 창백하게 질려 있다. 그의 화려한 보검은 아직 칼집 속에 있다. 그는 감히 검을 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뒷걸음질 친다.
**홍만수 (떨리는 목소리):**
크, 크으윽!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감히 흑금회를 건드리다니…!
**[컷 5]**
진우가 홍만수 바로 앞에 선다. 그의 그림자가 홍만수를 완전히 뒤덮는다. 삿갓 아래 그림자에 가려진 진우의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홍만수의 심장을 얼어붙게 할 만큼 강렬하다. 핏비린내가 밤공기를 가득 채운다.
**진우 (낮고 싸늘한 목소리):**
날 기억할 리 없지.
벌레들은 자신들이 밟아 죽인 것들을 기억하지 않으니까.
감히… 누군가를 짓밟아 올라선 자들은…
**[컷 6]**
홍만수가 간신히 손을 뻗어 허리의 보검을 잡으려 하지만, 진우의 철검이 그의 어깨를 꿰뚫는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홍만수의 손에서 보검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컷 7]**
진우가 철검을 뽑아내고, 피를 털어낸다. 홍만수는 바닥에 쓰러져 어깨를 움켜쥐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의 고통이 진우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홍만수 (비참하게 숨을 헐떡이며):**
흐윽… 너, 너 같은 괴물은… 처음 본다…! 도, 대체 무슨 원한이…!
**진우 (무감정한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다):**
원한?
그래, 원한이다.
네놈들이 그토록 충성하는 ‘김민준’에게 물어보거라.
그의 손으로 짓밟았던 이들의 원한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컷 8]**
홍만수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인다. ‘김민준’이라는 이름에 반응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진우의 삿갓 아래로 희미하게 비친 턱선의 끔찍한 흉터를 언뜻 본다. 과거의 지옥에서 새겨진 듯한, 일그러진 흔적.
**홍만수 (경악하며 간신히 내뱉는다):**
설마… 설마 너는… 그…?! 죽었을… 터인데…!
**[컷 9]**
진우는 홍만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홍만수의 심장을 향해 낡은 철검을 꽂아 넣는다. 망설임 없는 움직임. 일말의 망설임도, 자비도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기계처럼.
**내레이션 (진우):**
더러운 숨통을 끊는 것조차 아깝다.
하지만 내 칼날은, 너희들의 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네놈이 충성했던 자의 심장을 가르기 위한 칼날로…
**[컷 10]**
쓰러진 홍만수의 시체를 뒤로 한 채, 진우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숲길에는 핏자국과 쓰러진 시신들, 그리고 차가운 밤바람만이 남았다. 저 멀리, 밤하늘에 짙은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희미한 달빛이 비친다.
**[컷 11]**
(클로즈업) 진우의 뒷모습. 그의 낡은 도포자락이 밤바람에 휘날린다. 그의 손에 쥐인 철검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땅을 적신다.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내레이션 (진우):**
김민준…
너는 내가 죽은 줄 알았겠지.
너의 손으로 모든 것을 빼앗고, 나를 짓밟아 무너뜨렸으니.
하지만 나는 돌아왔다.
지옥에서 온 망령이 되어,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너의 ‘친구’가…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