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성간 탐사선 ‘여명’은 심해를 유영하는 고래처럼 고요했다. 함선이 떠다니는 곳은 우주 지도에도 희미하게 점 하나 찍혀 있을까 말까 한 미지의 영역, 이른바 ‘성간의 장막’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빛도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암흑 속에서, 여명호의 내부는 푸른빛을 띠는 디스플레이와 희미한 인공 조명으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함장 강민준은 함교 중앙의 홀로그램 콘솔 앞에 서서, 붉은색 알림이 깜빡이는 우주 지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이지아 수석 과학관이 팔짱을 끼고 서서,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함장님, 벌써 몇 시간째 같은 패턴입니다. 시스템 오작동이라고 보기엔 너무 규칙적이에요.”
지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흥분이 깃들어 있었다.

민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엔 성간 방사선의 이상 신호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들이 감지한 것은 극도로 미약하지만, 지속적이고 인공적인 패턴을 가진 에너지 신호였다. 성간의 장막은 그 어떤 문명도 발 닿지 않은 곳,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저편에서 항해사 박선우가 의자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정밀 탐사 프로브를 보낼까요? 육안 확인은 불가능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선우의 목소리는 긴장 반, 기대 반이었다. 이제 막 스물 중반을 넘긴 그는 이런 미지의 현상에 늘 가장 먼저 반응했다.

민준은 잠시 고민했다. 이 미지의 신호는 위험할 수도, 혹은 인류의 모든 상식을 뒤엎는 발견일 수도 있었다.
“좋아, 정밀 탐사 프로브 ‘매의 눈’을 발사해. 자동 귀환 모드로 설정하고, 접촉은 절대 금지다. 오직 시각 데이터만 확보해.”
민준의 명령에 선우는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함선 전체에 낮은 진동이 울리고, 프로브 발사구가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몇 분 후,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매의 눈’ 프로브가 전송하는 실시간 영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우주뿐이었다. 짙은 어둠 속을 헤쳐 나가는 프로브의 움직임이 스크린에 숫자로 표시되었다.

“거리 5000km, 4000km…” 선우가 중얼거렸다.
지아는 몸을 스크린 가까이 붙였다. “에너지 신호는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2000km.
스크린 너머의 어둠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진공 속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숨 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멈춰!” 민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우가 재빨리 프로브를 정지시켰다.

그 순간, 스크린 속 어둠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거대한 다면체였다. 완벽하게 검은색, 흡사 모든 빛을 집어삼킬 듯한 색이었지만, 그 표면에서는 미묘한 푸른색과 보라색 빛이 끊임없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표면의 무수한 면들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듯했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혹은 그 이상의 차원을 가진 듯한 기이한 다각형들이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서로 맞물리며 형태를 바꾸는 모습은 인간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세상에…” 지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건…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기계도, 생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의 눈은 호기심으로 이글거렸다. 수십 년간 우주를 탐사하며 수많은 기이한 현상들을 마주했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었다.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탐사 프로브에 스캔 명령을 내려. 표면 구성 물질, 에너지 방출량, 모든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

프로브가 유물을 천천히 선회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유물의 표면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 빛은 희미하게 함교 안으로까지 스며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에너지 방출량은 일정합니다. 하지만… 측정 단위가 없어요. 기존 스케일로는 측정 불가능한 종류의 에너지입니다.” 선우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지아는 스크린의 데이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건… 일종의 정보 저장 장치일까요? 아니면… 동력원? 건축물? 형태가 계속 변해요. 고정된 실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는 흥분으로 들뜬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 기하학적 형태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요. 표면의 각 면이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무한한 우주를 보는 것 같아요.”

민준은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접근하는 데 위험은 없을까?”
“현재까지는 감지되는 위협 신호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라는 것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지아가 답했다.

선우가 갑자기 외쳤다. “함장님! 유물 표면에서… 뭔가 돌출되고 있습니다!”

스크린 속의 유물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표면의 한 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검은색 다면체의 표면에서 얇고 긴 촉수 같은 것이 천천히 뻗어 나왔다. 그것은 단단한 물질이라기보다는 유연한 빛의 기둥에 가까웠다. 그 촉수는 길고 가늘게 뻗어 나와 ‘매의 눈’ 프로브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후퇴시켜!” 민준이 즉시 명령했다. “접촉은 절대 안 돼!”

그러나 이미 늦었다. 빛의 촉수는 놀라운 속도로 프로브를 감쌌다. ‘매의 눈’ 프로브의 영상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더니, 이내 정지했다. 스크린은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암전되었다.

“프로브 신호 상실! 통신 두절!” 선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아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라졌어요… 흔적도 없이.”

민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의 눈은 스크린이 꺼진 자리, 그리고 그 너머의 어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미지의 유물이 프로브를 흡수한 것인지, 파괴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존재가 인류의 이해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함선 전체에 낮은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했지만, 점차 강해졌다.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함선의 모든 금속을 통해 승무원들의 뼈 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이게 무슨… 엔진 문제가 아닙니다!” 선우가 스크린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외쳤다. “함선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장이 감지됩니다!”

함교의 푸른빛 조명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민준은 창밖, 그 검은 심연을 응시했다. 그는 느꼈다. 그곳에 있는 유물이 ‘여명’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마치 거대한 눈이 자신들을 응시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함장님! 유물에서… 뭔가가 우리 함선을 향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스크린이 다시 켜졌다. 노이즈 가득한 화면 저편, 어둠 속에서 아까보다 훨씬 거대해진 빛의 촉수 수십 개가 ‘여명’을 향해 뻗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들은 별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며, 마치 심해의 괴물이 먹이를 향해 촉수를 뻗는 듯한 섬뜩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전 승무원, 전투 태세! 방어막 최대로 올려!” 민준이 단호하게 명령했다. “이건… 선제 공격이 아니다. 이건… 접촉이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확신도 없었다. 과연 인류가 이런 종류의 ‘접촉’에 대비할 수 있을까?
검은 다면체의 수많은 빛의 촉수들이 ‘여명’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함선 전체를 휘감는 거대한 섬광과 함께, 함교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 그리고 침묵.
여명은 미지의 심연 속에서, 외계 유물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