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마, 사막의 심장 (鐵馬, 沙漠의 心臟) – 제21화
철마의 육중한 강철 발이 굉음을 내며 땅을 짓밟았다. ‘쾅!’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아올랐고, 그 충격파에 휘말린 ‘심연충’ 수십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녀석들의 끈적한 체액이 검붉은 비처럼 철마의 장갑에 흩뿌려졌다.
“젠장, 또야?”
강한의 거친 숨소리가 헬멧 내부를 가득 채웠다. 조종석 모니터는 온통 붉은 경고등과 함께, 사방에서 달려드는 심연충 무리의 잔상으로 가득했다. 심연충. 이 망할 것들은 대균열 이후 인류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주범이었다.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강철도 녹일 듯한 산성 침과 칼날 같은 팔다리, 그리고 굶주린 짐승의 악랄함을 가진 괴물들.
“한 병장님! 서쪽 방벽이 뚫리기 직전입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통신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다급한 여자 목소리였다. 통신 담당 ‘예리’의 목소리는 언제나 침착했지만, 이번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강한은 턱을 꽉 물었다. 그의 철마는 이미 세 번째 심연충 무리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이 보급기지는 ‘새벽의 보루’의 생명줄과도 같은 식량 생산지였다. 이곳이 무너지면,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될 터였다.
“말단 방어선은 아직 버틸 만한가? 아니, 버텨야 한다!” 강한은 소리쳤다. “철마, 최대 기동! 후방 기습한다!”
‘철마’의 강력한 제트 엔진이 불을 뿜으며 고열의 아지랑이를 뿜어냈다. 웅장한 금속음과 함께 육중한 몸체가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콰아앙!’ 철마의 오른쪽 어깨에 장착된 대구경 캐논이 불을 뿜었다. 특제 강화 탄환이 음속을 뚫고 날아가 심연충 무리 한가운데를 정확히 강타했다.
피가 섞인 흙먼지 폭풍이 일었다. 몸통이 산산조각 난 심연충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여파로 쓰러진 녀석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심연충은 고통을 모르는 끈질긴 괴물이었다. 쓰러진 동료의 시체를 밟고, 그 틈새를 비집고서라도 목표물을 향해 쇄도했다.
“젠장, 끝이 없잖아!”
강한은 주먹으로 조종석 옆면을 쳤다. 에너지 잔량 게이지는 이미 주황색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연료 또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이 보급기지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이다.
그때였다. 조종석 모니터에 거대한 그림자가 잡혔다. 일반 심연충보다 두 배는 거대한 몸집, 온몸을 뒤덮은 단단한 갑각, 그리고 여섯 개의 칼날 같은 다리.
“대형 개체… ‘괴장충’이다!” 예리의 목소리가 절망적으로 터져 나왔다.
괴장충. 심연충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변종이었다. 녀석들은 일반 심연충을 잡아먹으며 성장했고, 그 육체는 웬만한 대전차포로도 흠집 하나 내기 어려웠다. 게다가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녹색의 산성액은 철마의 장갑도 순식간에 부식시킬 수 있었다.
괴장충은 느릿하게 움직이며 철마를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거대한 턱에서 끈적한 침이 길게 늘어졌다. 그 침방울이 땅에 떨어지자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지표면이 검게 녹아내렸다.
강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괴장충이라니.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한 병장님! 피해세요! 무리입니다!” 예리의 비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한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이곳에서 도망치면, 저 괴물이 바로 보급기지를 덮칠 것이다. 그러면 예리도, 다른 모든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다.
“무리라고? 젠장, 난 죽기 살기로 싸울 뿐이다!”
강한은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섬광이 스쳤다. 철마의 왼팔에 장착된 고출력 에너지 블레이드가 윙 소리와 함께 빛을 뿜어냈다. ‘위이잉!’ 푸른빛이 번뜩이자, 주변을 맴돌던 심연충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강한은 철마의 모든 엔진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제어판의 경고음이 더욱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이대로 가면 엔진 과열로 파손될 수도 있어.’ 하지만 강한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간다, 이 괴물 자식아!”
철마는 괴장충을 향해 돌진했다. 괴장충의 거대한 칼날 다리가 철마의 진로를 막기 위해 번개처럼 뻗어 나왔다. ‘철컥!’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 철마의 장갑이 긁히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발생했다. 충격이 조종석을 강타했고, 강한은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하지만 강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괴장충의 공격을 뚫고 녀석의 거대한 몸통 아래로 파고들었다. 괴장충은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잠시 움찔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강한은 에너지 블레이드를 최대 출력으로 휘둘렀다.
‘쉬이이익!’
푸른빛의 칼날이 괴장충의 단단한 갑각에 닿았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그 갑각이, 에너지 블레이드 앞에서는 마치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치이이익!’ 거대한 절단음과 함께, 괴장충의 왼쪽 다리 하나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끈적한 녹색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괴장충은 비명을 질렀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끔찍한 고주파 음파가 대지를 뒤흔들었다. 다리를 잃은 녀석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거대한 몸체가 땅으로 쓰러지며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다.
“해냈다!” 예리의 기쁜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왔다.
하지만 강한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마의 에너지 잔량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젠장.”
모니터는 다시 붉은 경고등으로 가득 찼다. 괴장충이 쓰러지자, 그 진동과 비명에 이끌린 듯, 저 멀리 사막의 지평선 너머에서 수백, 수천 마리의 심연충 무리가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였다.
그리고 그 무리 한가운데, 방금 쓰러뜨린 괴장충보다 두 배는 더 거대한, 온몸이 핏빛으로 물든 듯한 붉은색 괴장충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녀석의 여섯 개의 다리 끝은 날카로운 칼날 대신 거대한 낫처럼 휘어져 있었다. 그 낫이 땅을 긁으며 다가올 때마다 ‘득득’ 하는 섬뜩한 소리가 주변을 뒤덮었다.
‘붉은 낫 괴장충… 저건…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최악의 변종이잖아.’
강한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의 철마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에너지 블레이드의 출력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고, 캐논의 탄약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한 병장님… 저건… 안됩니다…” 예리의 목소리는 이미 절망 그 자체였다. “모든 부대에 철수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이대로는…”
“철수? 이 새벽의 보루를 포기하라고? 이 녀석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라고?”
강한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심장은 다시금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조종간을 고쳐 잡았다. 모니터에 보이는 붉은 괴장충의 거대한 그림자를 노려봤다.
“아니. 절대 그럴 순 없어.”
철마의 마지막 엔진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삐걱거리는 금속음이 들려왔지만, 강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난 여기서 죽어도, 이 빌어먹을 괴물들한테 한 치도 양보 안 해.”
그는 조종석에 달린 마지막 비상용 버튼에 손을 얹었다. 그 버튼은 철마의 모든 잔여 에너지를 일격에 쏟아부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 이후의 철마는 그저 고철 덩어리가 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강한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젠… 내가 너희에게 덤벼들 차례다, 이 개자식들아.”
강한의 눈에서 광기가 번득였다. 철마의 낡은 스피커에서 거친 금속음과 함께 전투가가 울려 퍼졌다. 녀석들이 무자비하게 짓밟아버린 과거, 그리고 아직 빼앗기지 않은 미래를 위해.
사막의 심장은, 피와 철로 다시 한번 불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