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은 강혁의 눈은 이미 익숙해진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빛나는 희망의 잔불을 좇고 있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낡은 파이프에서는 끊임없이 녹물이 떨어져 내렸고, 그 옆에서는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의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 폐허가 된 7구역 깊숙한 지하에 마련된 그들의 임시 거처는, 제국의 멸시 속에서 살아남은 평민들의 마지막 보루였다.

“또 한 명이 갔습니다.”

침울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지윤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깨끗이 씻긴 수건이 들려 있었지만, 그 수건으로 더 이상 닦아줄 이는 없었다. 어린아이의 시신이 초라한 천 조각에 덮여 한쪽에 놓여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된 식량도, 약품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제국은 성벽 안의 고위층만을 신경 쓸 뿐, 밖에서 죽어가는 평민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 ‘좀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괴물들보다, 제국의 무관심과 폭력이 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강혁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식량은?”

지윤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아침 배급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겨우 죽 몇 숟갈… 이제는 물도 아껴 마셔야 할 상황이에요.”

주변의 평민들이 술렁거렸다. 한숨과 작은 흐느낌이 섞였다. 저들의 눈빛 속에서 강혁은 자신의 분노와 무력감을 보았다. 이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제국 군의 보급대가 언제 움직이지?” 강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용암 같은 결의가 숨어 있었다.

지윤은 잠시 망설이더니, 낡은 지도를 펼쳤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오늘 밤입니다. 구역 3을 지나 중앙 보급창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평소보다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상위 귀족들의 연회를 위한 특별 보급이라고…”

‘특별 보급’. 그 단어가 강혁의 귓가에 비수처럼 박혔다. 평민들은 굶주려 죽어가는데, 그들은 연회를 연다니. 이 얼마나 잔인하고 오만한 제국인가.

“구역 3이라면, 우리가 매번 녀석들을 따돌리던 그 좁은 골목을 지날 거야.” 강혁의 눈에 한 줄기 섬광이 스쳤다. “그곳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이름은 준. 아직 어리지만, 강혁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믿음직한 동지였다. “형님, 이번에도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녀석들 허를 찌를 수 있습니다.”

강혁은 준의 어깨를 토닥였다. “알아. 하지만 이번엔 더 위험해. 규모가 크다는 건, 호위 병력도 많다는 뜻이니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안 들리십니까!” 다른 이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강혁은 그들의 열망과 절박함을 보았다. 그래, 이것이 우리가 싸우는 이유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계획은 이러하다.”

밤이 깊어지자, 7구역의 폐허는 더욱 짙은 침묵 속에 잠겼다. 찢어진 비닐과 널브러진 철근들이 달빛에 비쳐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강혁과 그의 동지들은 잿빛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준이 이끄는 선발대가 먼저 매복 지점인 구역 3의 좁은 골목에 도착했다. 양옆으로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벽을 이루고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좀비들의 희미한 신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형님, 도착했습니다. 위치 좋네요.” 준이 무전기로 보고했다.

강혁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골랐다. “좋아. 준비해. 녀석들이 나타나면, 우리가 아는 대로 해.”

지윤은 옆에서 낡은 소형 폭탄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녀가 직접 만든, 연막탄과 최루탄의 효과를 겸비한 급조 폭탄이었다. “이걸로 시야를 가리고 혼란을 유도해야 해요. 숫적으로 우리가 열세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다가왔다. 이어서 무거운 바퀴 소리가 진동처럼 울렸다. 제국의 보급대였다. 육중한 장갑차 두 대와 병력을 실은 트럭 세 대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선두의 장갑차 위에는 기관총을 든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이 폐허 구역에서 감히 누가 자신들을 건드릴 엄두를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듯했다.

“지금이다!” 강혁의 외침이 공기를 갈랐다.

준의 선발대가 먼저 움직였다. 그들은 골목 양쪽의 폐허 건물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장갑차가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준이 던진 불발된 통조림 캔들이 연이어 터지며 요란한 굉음을 냈다. 동시에 지윤이 신호에 맞춰 급조 폭탄을 투척했다.

콰앙! 콰앙!

희뿌연 연기가 순식간에 골목을 뒤덮었다. 매운 연기가 병사들의 눈과 코를 찔렀다. 당황한 제국 병사들이 기침을 하며 무질서하게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이게 무슨…!”
“사방에 적이다! 조심해!”

강혁과 그의 동지들은 연막 속에서 유령처럼 움직였다. 그들은 몇 명 안 되는 대원들이었지만, 폐허 구역의 지리를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고, 제국 병사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림자처럼 접근하여 무력화시켰다. 훈련된 정규군이라고 해도, 이런 예측 불가능한 기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준은 재빨리 트럭 한 대의 운전석에 뛰어들어 시동을 걸었다. 다른 대원들은 쓰러진 병사들의 무기를 노획하고, 트럭 짐칸에 실린 상자들을 열기 시작했다.

“식량이다! 정말 식량이야!” 한 대원이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밀가루 자루와 통조림, 물통들이 가득했다. 이 순간,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값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감히 황실 보급품에 손을 대!”

연기 속에서 섬뜩한 외침이 들려왔다. 선두 장갑차에서 내려온 듯한, 제복에 금장 계급장을 단 제국 장교가 권총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중무장한 병사 서너 명이 바싹 뒤따랐다. 그들은 연막탄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보급대 최정예 병력인 듯했다.

장교는 강혁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네놈이 주동자냐? 더러운 평민 놈들. 감히 제국에 저항하려 들어?”

강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제국 병사의 소총을 움켜쥐고 장교를 향해 겨눴다. 찰나의 순간,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장교의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장교는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갈며 다시 총을 겨눴다.

그때, 갑자기 골목 안쪽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좀비들이었다. 총성과 연막으로 인해 흥분한 좀비 떼가 주변 폐허에서 몰려든 것이다. 그들은 제국 병사들을 향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혼란은 극에 달했다. 제국 병사들은 좀비와 강혁의 반란군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젠장, 좀비들까지!” 장교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둘러! 식량만 챙겨서 철수한다!”

동지들은 급하게 트럭에서 식량 자루를 내리고, 경량화된 물품들만 챙겨 달아나기 시작했다. 준은 능숙하게 트럭의 방향을 돌려 후미에 있던 장갑차에 들이받았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장갑차가 주춤거렸고, 그 틈을 타 강혁과 동지들은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골목을 빠져나오며 강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연막과 좀비, 그리고 제국 병사들의 처절한 싸움이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 그들의 비명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그는 한순간의 승리감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굶주린 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지윤이 옆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하지만… 해냈어요.”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식량 자루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무겁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간절한 희망이었다.

“아직 멀었어.” 강혁은 멀리서 번쩍이는 제국의 성벽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에는 여전히 거대한 제국의 문양이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녀석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차갑게 빛났다. 그들은 겨우 한 줌의 식량을 얻었을 뿐이지만, 제국의 심장에 작은 균열을 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언젠가 거대한 제국을 무너뜨릴 거대한 파열음의 시작이 될 것임을 강혁은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