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챕터 1: 파편**

차가운 쇠창살 너머로 잿빛 하늘이 보였다.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강태산은 더 이상 역겹지도 않았다. 아니, 역겨움을 느낄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몸은 부서진 기계처럼 너덜너덜했고, 정신은 더욱 그랬다. 모든 것이 파편처럼 흩어져 버렸다. 꿈도, 우정도, 삶의 의미도.

“크윽….”

핏줄이 선 손목을 덮은 족쇄가 무겁게 느껴졌다. 며칠째 식사를 거부했더라? 이젠 시간의 흐름조차 희미했다. 어둠 속에서 오직 하나의 영상만이 선명하게 재생될 뿐이었다. 그날의 비극. 그날의 배신.

“태산아, 우리가 해냈어! 드디어!”

환호성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무대 위, 빛나는 아레나의 정중앙. 거대한 강철 거인, 그의 ‘아스트라’가 맹렬한 포효를 뿜어내고 있었다. ‘스타더스트’라는 이름이 새겨진 그 메카는 태산과 선우, 두 천재의 합작품이었다. 태산의 번뜩이는 직감과 조종술, 그리고 선우의 치밀한 설계와 전술이 빚어낸 걸작.

“그래, 선우야. 우리가 해냈어.”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태산은 옆에 선 선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선우는 늘 웃었다. 눈매가 휘어지도록 밝게 웃으며, 태산에게 “너는 조종의 천재고, 나는 설계의 천재!”라고 외치곤 했다. 두 사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파트너였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함께 꿈을 키워나가던.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최강의 메카니스트 듀오. 모두가 그렇게 불렀다.

두 사람이 가진 꿈은 단 하나였다. 미지의 위협에 맞설 궁극의 수호자, ‘별을 수호하는 강철 거인’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꿈의 정점에 서서 세상을 지키는 것. 태산은 조종석에 앉아 강철과 혼연일체 되는 것을 가장 행복해했고, 선우는 복잡한 회로와 데이터를 분석하며 메카의 심장을 설계할 때 가장 빛났다.

“태산아, 이번 작전은 인류의 명운이 걸려있어. 이 ‘스타더스트’가 우리의 최종 병기가 될 거야.”

선우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인류를 위협하는 ‘심연의 그림자’와 맞서는 최종 방어선. 그 선봉에 태산과 선우, 그리고 그들의 ‘스타더스트’가 있었다. 출정 전날 밤, 선우는 태산의 손을 굳게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우리의 꿈을 완성해야 하잖아.”

“걱정 마, 선우야. 너와 나, 그리고 스타더스트가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어.”

굳게 다짐한 두 사람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은 거짓이었다.

전쟁터는 지옥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방어선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통신은 두절되었다. 아비규환 속에서 태산은 ‘스타더스트’를 몰아 격렬하게 싸웠다. 온몸의 신경을 메카에 연결하고, 오직 승리만을 생각했다. 그때였다.

“태산아, 비상이다. 퇴각해야 해.”

선우의 목소리가 통신을 뚫고 들어왔다. 절박함 속에 섞인 미묘한 냉정함.

“무슨 소리야? 아직 할 수 있어! 저 빌어먹을 괴물들을 더 처치해야 해!”

“불가능해. 방어선은 완전히 붕괴됐어. 우리는 고립됐다. 지금 당장, ‘그리드 포인트 베타’로 이동해. 내가 보조 시스템을 가동시켜 놓을게.”

선우의 말에 태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선우는 늘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전술가였다. 태산은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위험 지역을 뚫고 그리드 포인트 베타로 향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스타더스트’의 모든 시스템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무슨 짓이야, 선우?! 시스템이… 시스템이 정지했어!”

태산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통신은 끊어졌고, 메카는 움직임을 멈췄다. 거대한 강철 거인은 이제 무력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주변에는 셀 수 없는 ‘그림자’들이 포효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선우! 선우!!!”

미친 듯이 외쳤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패닉과 절망이 태산을 덮쳤다. 그때, 찌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선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미안하다, 태산아.

그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뼈 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선언이었다.

— 네 재능은 너무 눈부셨어. 모두가 너만을 봤지. 하지만 ‘스타더스트’의 진정한 핵심은 나였다. 네가 사라져야만, 내가 온전히 빛날 수 있어.

선우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인 것처럼. 모든 시스템이 봉쇄된 조종석 안에서, 태산은 그저 무력하게 ‘그림자’들에게 찢겨 나가는 ‘스타더스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강철의 비명이 비명처럼 찢어졌다. 태산은 기어이 의식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거대한 괴수들의 그림자와 그 위에서 홀로 빛나는 선우의 메카, ‘템페스트’가 멀어져 가는 잔상이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것은 이 지옥 같은 감옥의 차가운 현실이었다.
모든 것이 부서졌다. 그날 이후, 태산은 ‘최전선에서 아군을 배신하고 도주한 비겁한 조종사’로 낙인찍혔다. 살아남은 그를 기다린 것은 영웅의 칭호가 아닌, 반역자의 오명과 끔찍한 고문뿐이었다. 선우는 그 모든 것을 태산에게 뒤집어씌우고, 태산이 만들었던 ‘스타더스트’의 모든 기술과 명성을 독차지했다. 그는 이제 영웅이 되어 인류의 찬사를 받고 있었다.

이를 악물었다. 피가 배어났다.
복수.
그 단어만이 태산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죽는다면, 선우는 완벽한 승리자가 될 것이다.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죽지 않아… 나는… 절대 죽지 않아.”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곪아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속의 고통이 훨씬 더 격렬했으니까.

그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감옥 문이 열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 빛 속에 서 있는 것은 작은 체구의 노인이었다. 낡은 작업복 차림에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했다.

“아직 살아있었군, 강태산.”

낯선 노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태산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또 다른 고문일까? 아니면… 죽음의 예고일까?

“누구… 시죠…?”

억지로 목소리를 짜냈다. 피 냄새가 섞인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노인은 감옥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낡은 철제 상자가 들려 있었다.

“나는… 너와 같은 상실을 겪은 자다.”

노인의 시선이 태산의 족쇄에 박혔다. 그리고 태산의 온몸을 훑어보았다.

“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네 눈은 아직 살아있더군. 꺼지지 않는 불꽃을 봤다.”

노인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둔탁한 소리가 감옥 안에 울렸다.

“이곳은… 죽음이 널 기다리는 곳이 아니야.”

노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원하는 복수를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 될 곳이지.”

노인의 말에 태산의 심장이 미약하게나마 다시 뛰기 시작했다. 복수. 그 단어가 귓가에 박혔다. 새로운 시작점?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무슨… 소리… 입니까…?”

“너는 천재다, 강태산. 메카와 하나가 되는 조종술을 가진 유일한 천재였지. 그 선우라는 작자가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갔지만, 네 안의 재능까지는 빼앗지 못했어.”

노인은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서 빛나는 것은 낡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작은 메카의 코어 부품들이었다.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기술력은 시대를 초월하는 듯 보였다.

“이건…?”

태산의 눈이 흔들렸다.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 이 부품들은… 분명 자신이, 그리고 선우가 함께 설계했던 초기 모델의 핵심 코어 부품들이었다. 폐기 처분된 줄 알았던.

“이곳은 버려진 광산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심장’을 만들 공간이지.”

노인은 태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네게 묻겠다, 강태산. 너는 복수를 위해, 다시 강철의 심장을 움직일 수 있겠나?”

그 순간, 태산의 몸에서 마지막 남은 절망의 잔해들이 산산조각 났다. 그의 눈동자에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 맹렬하게 타올랐다. 온몸의 고통이 사라지는 듯했다. 오직 선우의 배신, 그 차가운 얼굴만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졌다.

“움직일 수 있습니다.”

태산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핏빛 서원이 담겨 있었다.

“어떤 강철이든… 제가 움직여 보이겠습니다.”

그것은 약속이자 선언이었다.
나는 돌아올 것이다.
더 강해져서.
그때까지, 기다려라, 이선우.
네가 짓밟은 내 모든 꿈과 명예, 그리고 피와 눈물까지.
모든 것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파편으로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을 모아, 너의 심장을 꿰뚫을 날카로운 강철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이제부터, 새로운 지옥이 시작될 터였다.
나의 지옥이, 너의 심장을 파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