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화: 흔들리는 컵라면, 흔들리는 심장**

자정 즈음, 오수영은 텅 빈 아파트 거실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며칠 전 거실 테이블 위 접시가 저절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부터였다. 멀쩡하던 전등이 깜빡이고, 아무도 만지지 않은데 리모컨이 바닥에 나뒹굴고. 처음엔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하아… 미치겠네, 진짜.”

그녀는 축 처진 어깨로 중얼거렸다. 퇴근길, 괜히 으스스한 마음에 굳게 잠긴 현관문을 세 번이나 더 확인하고 들어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옆집 남자, 한도윤 씨가 묘하게 쳐다봤던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으스스한 집에서 저녁을 차려 먹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주방 싱크대 앞에서, 그녀는 끓는 물을 컵라면에 붓고 타이머를 3분으로 맞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컵라면을 조심스럽게 들고 식탁으로 향했다. 조용한 밤, 오직 라면 용기 안에서 면발이 익어가는 소리만이 귓가를 간질였다. 평소 같으면 이 소리가 작은 평화였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마저도 소름 끼치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내 숨소리를 엿듣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녀가 막 젓가락을 들었을 때였다.

“……?”

식탁 위, 방금 전에 그녀가 내려놓은 컵라면 용기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착각이겠거니 했다. 너무 피곤해서 눈이 침침한가? 수영은 눈을 비볐다. 하지만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탁, 탁, 탁. 작게 부딪히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

수영은 젓가락을 쥔 손을 멈칫했다.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지난번 접시 사건 때와 똑같은 패턴이었다. 처음엔 작은 흔들림으로 시작했다.

“거짓말… 설마…”

그녀의 눈앞에서 컵라면 용기가 공중에 살짝, 아주 살짝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려는 것처럼. 일렁이는 물결이 용기 가장자리까지 찰랑였다. 수영은 숨도 쉬지 못하고 그 광경을 응시했다. 이성이 외쳤다. *‘말도 안 돼! 과학적으로 불가능해!’*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그 모든 이성을 짓밟고 있었다.

덜컹!

컵라면이 쿵 하고 식탁 위로 내려앉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용기 뚜껑이 저절로 펄럭이기 시작했다. 막 익어 뜨거운 김이 푸슉, 푸슉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더니 뚜껑 한쪽이 스르륵 열리고, 뜨거운 면발 몇 가닥이 스파게티처럼 밖으로 튀어나왔다.

“꺄아아악!”

수영의 비명소리가 적막한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면발은 여전히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으아악! 뭐야!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허공에 휘둘렀다. 컵라면은 마치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다시 한번 식탁 위에서 덜컹거렸다. 이번에는 용기 전체가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넘쳐흐르면서 식탁 위를 흥건하게 적셨다.

수영은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이 막혔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를 찢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오수영 씨! 괜찮으세요?!”**

쿵, 쿵, 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남자, 한도윤 씨였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수영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현관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망설일 틈도 없었다.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킨 상태에서, 그녀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려갔다.

“한… 한도윤 씨! 으흐흑… 문 좀 열어주세요!”

그녀는 다급하게 도어락 버튼을 눌러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삐빅,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에 다소 피곤해 보이는 한도윤이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걱정과 함께 미미한 짜증이 섞여 있는 듯했다.

“무슨 일이에요? 비명소리가 너무 커서… 설마 강도라도 든 겁니까? 112에 신고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영은 그를 잡아끌어 집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쾅 닫았다. 그의 뒤로 몸을 숨긴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강… 강도가 아니에요… 흐윽… 저기, 저거 보세요, 저거!”

그녀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가리켰다. 한도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는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식탁 위 컵라면 용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뚜껑이 완전히 벗겨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면발은 용기 밖으로 거의 다 튀어나와 있었다. 국물은 식탁 위에서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웅덩이 위로, 믿을 수 없게도, 라면 건더기 스프에 들어있던 작은 말린 버섯 조각 하나가 마치 작은 보트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누가 젓는 것도 아닌데, 일정한 속도로.

한도윤은 그 광경을 보고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표정은 경악, 혼란, 그리고 미세한 불신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떴다.

“지금… 저게… 저절로 움직이는 겁니까?” 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수영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물 붓고 딱 내려놓자마자 그랬어요! 막 흔들리고, 뚜껑도 열리고, 면발도 튀어나오고… 흡… 버섯까지 저렇게… 흑…”

한도윤은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버섯 조각의 회전이 순간적으로 멈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는 손을 뻗어 버섯 조각을 만져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버섯에 닿기도 전에, 버섯 조각은 팟 하고 라면 국물 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동시에, 컵라면 용기의 흔들림도 멈췄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평온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영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흐읍… 봤죠? 봤죠, 한도윤 씨? 제가 미친 게 아니었어요… 이 집이… 이 집이 이상해요…”

한도윤은 멍하니 식탁 위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쏟아진 라면 국물과 튀어나온 면발만이 방금 전의 기괴한 사건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수영을 내려다봤다.

“일단… 진정하세요, 오수영 씨. 제가 옆에 있을게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침착해진 듯했다. 그는 천천히 수영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어색하지만, 왠지 모를 안도감이 수영의 마음을 스쳤다.

“고마워요… 흐읍… 정말 고마워요…”

수영은 흐느끼면서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낯선 남자의 체온이 그녀의 얼어붙은 몸에 조금씩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서 나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을 맡으며, 이 이상한 공포 속에서 처음으로 작은 안정을 느꼈다.

그 순간이었다.

딸깍.

불 꺼진 거실 한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던 스탠드 램프가 갑자기 켜졌다. 밝은 빛이 순식간에 거실을 환하게 비췄다. 그 빛 속에서, 두 사람의 길고 삐뚤어진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다.

수영과 한도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스탠드 램프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은 공포와 경악, 그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 피로함으로 가득했다. 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