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발아래부터 끈적하게 달라붙어 왔다. 먼지 냄새는 코끝을 간지럽히다 못해 목 안으로 스며들어 기침을 유발했지만, 유나는 애써 참아냈다. 이곳은 천 년 전, 마법 문명의 정점이라 불리던 고대 왕국의 심장부. 지금은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지하 깊은 곳에 잠든, 잊힌 유적이었다.

“후으… 후으…”

유나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울렸다. 늘 밝고 활기 넘치던 소녀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옆구리에 찬 마법 지팡이가 희미한 빛을 내며 주변을 밝혔다. 그 빛은 축축한 벽면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들을 더욱 기괴하게 만들 뿐이었다.

“별, 여기가 맞는 거야? 진짜… 너무 깊잖아.”

유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긴 복도를 따라 사라져갔다.

유나의 어깨에 앉아 반짝이던 작은 별 모양의 생명체, 별이 투명한 날개를 파닥이며 공중에 떠올랐다. 노란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응. 기록에 따르면… 이 길이 ‘영원의 심장’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어. 지루할 정도로 길고, 위험할 정도로 고요하지.”

별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나른하고 초연했다. 하지만 유나는 그 말속에 숨겨진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별이 굳이 ‘지루할 정도로’라는 말을 덧붙인 건, 이 고요함이 곧 깨질지도 모른다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너무 조용하잖아. 뭐라도 좀 튀어나오면 좋겠어.” 유나는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이 알 수 없는 침묵이 그녀의 신경을 더욱 곤두서게 만들고 있었다.

별이 픽 웃었다. “그러다 정말 뭐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유나, 네 빛의 마법이 얼마나 강한지 시험하고 싶어 안달 난 존재들이 이 유적에는 널려 있어. 조용한 건 좋은 거야.”

그때였다. 찌르르륵, 하고 벽면에서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움켜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뭐야?”

소리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마치 수많은 벌레들이 한꺼번에 기어 다니는 듯한 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의 눈동자들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가 복도의 저편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어… 저건 ‘뭐라도’가 아니라 ‘엄청난 뭐라도’잖아!” 유나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고대 유적의 수호벌레 떼야. 빛에 이끌리는 습성이 있지. 유나, 네 지팡이 빛 좀 줄여봐.”

“말도 안 돼! 빛을 줄이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싸워!?”

푸른 눈동자들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는 징그럽게도 떼를 지어 기어오는 거대한 곤충들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딱딱한 껍데기는 돌처럼 단단해 보였고, 칼날 같은 다리들이 바닥을 긁어대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변신해야겠어!”

유나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지팡이 끝의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커졌다. 눈부신 섬광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빛이여, 나를 감싸고! 정의를 수호하는 힘이여, 지금 이곳에 강림하라!”

유나의 몸이 빛으로 휘감겼다. 평범한 교복은 순식간에 순백의 마법 소녀 드레스로 변했고, 팔다리에는 정교한 은빛 갑주가 번쩍였다. 머리에는 작은 티아라가 얹어졌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마법의 힘을 받아 더욱 풍성하게 흩날렸다. 손에 든 지팡이는 더욱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별빛 지팡이’로 변모했다.

“마법 소녀, 루미나 스텔라! 이곳에 강림!”

변신을 마친 유나, 아니 루미나는 한층 더 당당하고 결연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좋아, 와봐! 벌레 주제에 감히 내 앞을 막아서다니!”

루미나는 지팡이를 앞으로 겨누었다. 지팡이 끝의 보석이 반짝이며 강력한 빛의 구체를 형성했다.

“빛의 심판!”

강렬한 빛의 구체가 복도를 가득 메운 수호벌레 떼를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빛의 파동이 휩쓸고 지나가자, 수십 마리의 벌레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수는 너무나 많았다. 살아남은 벌레들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더욱 격렬하게 루미나를 향해 돌진했다.

“흐읍!”

루미나는 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벌레들의 날카로운 다리 공격을 피했다. 그녀의 동작은 한층 가벼워지고 빨라져 있었다. 그녀는 빙글 돌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빛의 칼날이 형성되어 주변의 벌레들을 두 동강 냈다.

“별, 출구는 어디야? 이대로는 끝이 없어!”

“곧이야! 저 벽 뒤에 비밀 통로가 있어! 하지만 벌레들의 에너지가 그 통로를 지키고 있어!” 별이 다급하게 외쳤다.

루미나는 벌레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벽을 응시했다. 거대한 돌벽은 아무런 장치도, 문양도 없이 밋밋했다.

“어떻게 열어?”

“빛의 에너지를! 최대한 순수하고 강력하게 그 벽에 집중해!”

루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벌레들을 밀쳐낸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팡이를 수평으로 들고,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의 오라를 지팡이 끝으로 모았다. 주변의 벌레들이 그 강력한 에너지에 움츠러들었다.

“성스러운 빛이여, 길을 열어라!”

루미나는 지팡이를 벽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거대한 빛의 파동이 벽을 강타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단단했던 돌벽이 파스스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복도가 아니라,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은 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보석으로 만들어진 제단이 솟아 있었다. 제단 위에는 푸른빛을 뿜어내는 정체불명의 장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 주변을 수많은 수호벌레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복도에 있던 벌레들은 이곳의 일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럴 수가… 함정이었잖아!” 루미나가 경악하며 외쳤다.

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이건 함정이 아니야. 기록에 없는, 새로운 존재들의 둥지 같아.”

수많은 푸른 눈동자들이 일제히 루미나를 향해 돌아섰다. 일제히 징그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그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런… 망했어…”

루미나는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지금껏 싸워왔던 어떤 적보다도 강력하고 거대한 위협이 그녀의 눈앞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과연 이 잊힌 유적의 심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벌레 떼가 지키고 있는 ‘영원의 심장’은 대체 무엇일까? 미지의 비밀이 그녀의 코앞에 드리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