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7화. 숨 막히는 미궁 속, 불꽃 같은 눈동자

“흐읍, 흐읍… 여기가 끝인가요?”

강슬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방금 전 좁고 어두운 통로를 기어 나오느라 온몸이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겨우 몸을 빼내어 발을 디딘 곳은 거대한 동굴 형태의 공간이었다. 천장에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빛을 내는 광석들이 띄엄띄엄 박혀 있었고, 그 빛은 바닥에 기괴한 그림자들을 드리웠다.

“끝이기를 바라지만, 아마 시작일걸.”

차은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몸을 털며 말했다. 그의 탐사복은 먼지 한 톨 앉지 않은 것처럼 깨끗해 보였다. *젠장, 저 사람은 탐사를 하는 건지 화보를 찍는 건지!* 슬아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흙투성이인 자신의 바지를 툭툭 털었다.

그들은 이틀 전, 고대 아크론 문명의 잊혀진 지하 유적 입구를 간신히 찾아냈다. 폐쇄된 광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입구는 미로 같은 통로로 이어졌고, 온갖 함정과 수수께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꿈꿨던 슬아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땀과 먼지로 얼룩진 극한 생존 모험에 가까웠다. 물론, 차은우의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었을 때 묘하게 섹시하다고 생각한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여긴… 뭔가 다르네요.”

슬아는 주변을 살폈다. 이전 방들은 돌과 흙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거대한 기둥들이 불규칙하게 솟아 있었고, 기둥 표면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문양들이 빼곡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동굴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원형 제단이었다. 제단 위에는 거친 표면의 돌멩이 수십 개가 나선형으로 놓여 있었다.

“아크론 문명 특유의 별자리 문양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정교하고 규모가 큰 건 처음 봐요. 마치… 거대한 시계 같지 않나요?” 슬아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고고학자의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시계라…” 은우는 턱을 매만지며 제단을 찬찬히 살폈다. “이 돌멩이들이 뭘 의미하는 것 같습니까? 단순히 장식은 아닐 테고.”

슬아는 제단 위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돌멩이들은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돌멩이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이 오싹했다. 돌멩이 아랫면에는 미세한 홈이 파여 있었다.

“이건… 고대 아크론 문명의 천문학 지식과 관련이 있을 거예요. 아마 특정 별자리의 운행을 나타내는 표식 같은데… 어? 여기 홈이 있네요.”

슬아는 돌멩이를 다시 제자리에 놓으려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제단 바닥에도 돌멩이의 홈과 정확히 일치하는 작은 돌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 돌멩이들을 정확한 위치에 맞춰야 하는 건가 봐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굴 안을 채우고 있던 희미한 광석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방금 전 그들이 기어 나왔던 통로 입구가 육중한 돌문으로 막혀 버렸다.

“뭐… 뭐죠?!” 슬아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역시, 함정이지.” 은우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그는 재빨리 손전등을 꺼내 주위를 비췄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이 제단을 건드리는 순간 작동하는 방식인가 봅니다.”

“그럼 저희는… 갇힌 거예요?”

“아니, 이 문을 여는 방법도 저 제단에 있겠지.” 은우는 제단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말했다. “문제는, 시간을 얼마나 주느냐 하는 거지.”

바로 그때, 동굴 벽면의 돌기둥들이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돌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안쪽으로 수축하는 것이 보였다. 동굴 전체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세상에! 벽이 움직여요! 이러다 깔려 죽겠어요!” 슬아는 패닉에 빠져 몸을 일으켰다.

“침착해, 강슬아! 이러다간 정말 죽어!” 은우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한층 더 낮고 강렬했다. “이 돌들을 제자리에 맞춰야 해. 빨리!”

슬아는 그의 강렬한 눈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차려, 강슬아! 이건 단순한 유적 답사가 아니야!*

“하지만 어떤 순서로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별자리! 방금 당신이 말했잖아, 별자리!” 은우는 제단 위의 돌멩이들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외쳤다. “이건 천문학 퍼즐이야. 별자리의 운행 순서나 특정 시기의 배열을 맞춰야 할 거야. 뭔가 단서가 있을 거야!”

슬아는 다시 제단으로 다가갔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학구열은 꺼지지 않았다. 그녀는 돌멩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돌멩이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점들, 홈들, 그리고 제단 바닥에 새겨진 희미한 문양들을 비교하며 머릿속으로 아크론 문명의 천문 기록을 떠올렸다.

“기억났어요! 아크론 문명은 특정 시기에 ‘세 개의 별이 춤추는 밤’이라는 축제를 열었어요! 그때의 별자리 배열이 기록되어 있어요!”

“그럼 그걸 찾아야지! 시간이 없어!” 은우는 벽이 좁아지는 속도를 보며 초조하게 외쳤다. 동굴 내부가 한층 더 울리기 시작했다. 돌기둥이 움직일 때마다 천장에서 작은 돌들이 떨어져 내렸다.

슬아는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고대 문헌에서 본 별자리 그림을 떠올리며 가장 큰 돌멩이부터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홈에 맞춰 돌멩이를 ‘탁’하고 놓자, 희미하게 ‘웅-‘ 하는 소리가 제단에서 울렸다.

“하나! 다음은…”

좁아지는 공간 속에서 슬아는 거의 기둥에 밀착되다시피 몸을 숙였다. 은우는 그녀의 등 뒤에서 팔을 뻗어 혹시라도 떨어지는 돌에 맞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듯 둘러쌌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다 됐어요! 마지막 하나!” 슬아는 마지막 돌멩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돌멩이가 있는 위치는 이미 움직이는 기둥에 너무 가까웠다.

“위험해!” 은우가 외쳤다.

슬아는 마지막 돌을 제 위치에 놓기 위해 몸을 길게 뻗었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순간, 기둥이 쿵! 하고 한번 더 크게 움직였다. 균형을 잃은 슬아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악!”

그녀의 몸이 그대로 기둥과 제단 사이에 끼일 뻔한 순간, 은우가 맹렬히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그는 슬아를 자신에게로 끌어안으며 마지막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튕겨 정확히 홈에 안착시켰다.

“탁!”

돌멩이가 제자리에 놓이자마자, 동굴 전체가 밝은 빛을 내뿜었다. 벽을 압박하던 기둥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다시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뒤를 막고 있던 거대한 돌문이 ‘크르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위로 열렸다.

“성공했네요!” 슬아는 안도감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여전히 은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귀를 대고 있으니, 그의 심장이 자신만큼이나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 쿵, 쿵. 마치 웅장한 북소리 같았다.

은우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강렬한 시선이 슬아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땀과 흙먼지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 상기된 볼, 그리고 놀란 듯 깜빡이는 큰 눈동자…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다친 곳은… 없어?”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네… 괜찮아요.” 슬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너무 가까웠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고,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얼굴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그때, 제단 중앙의 가장 큰 돌멩이가 섬광을 터뜨리며 위로 솟아올랐다. 돌멩이는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작은 장치를 드러냈다. 장치 위에는 금속으로 된 얇고 둥근 판이 놓여 있었다. 판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크론 문명의 ‘별의 나침반’이에요! 전설로만 전해지던 유물인데… 이게 정말 있었다니!”

은우는 슬아를 놓아주며 조심스럽게 판을 집어 들었다. 판을 뒤집자, 그 뒷면에는 예상치 못한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 지도의 중앙에는 현재 그들이 있는 동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거기서부터 마치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의 선이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선들의 끝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이 유적의 전체 지도인가?” 은우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서렸다. 그는 지도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한 지점에 멈췄다. 지도의 가장 깊은 곳, 가장 복잡한 미로의 끝에 작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문양은 마치… 거대한 심장 같기도 하고, 혹은 불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심장 혹은 불꽃 문양 아래에, 작고 희미한 글자가 아크론 문자로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비밀의 심장.*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 글자에 박혔다. 이제 겨우 하나의 함정을 통과했을 뿐인데, 그들 앞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미궁이 펼쳐져 있었다.

“이 유적의 진짜 비밀은… 아직 시작도 안 한 모양이네요.” 은우가 피식 웃었다. 그의 눈동자가 마치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위험과 미지에 대한 탐험가의 본능이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슬아는 그 불꽃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이 모험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든, 이 남자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이 위험한 여정의 끝에, 그녀가 찾아 헤매던 또 다른 종류의 ‘비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의 심장도 은우의 것만큼이나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