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강철 심장의 고동**

메마른 강철의 비명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의 밤은 언제나 증기와 기름 냄새, 그리고 꺼지지 않는 황동색 가스등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거대한 증기 기관들이 내뿜는 열기는 아득한 상공을 떠다니는 비행선들의 그림자 아래, 잿빛 연기가 자욱한 빈민가를 더욱 숨 막히게 만들었다. 낡고 녹슨 철골 구조물 아래, 수없이 얽힌 증기 배관들이 거대한 심장처럼 쿵, 쿵 소리를 내며 박동했다.

“움직여, 카인! 저놈들이 눈치챈다고!”

세라의 낮은 속삭임이 터널의 습한 공기를 가르고 카인의 귓가를 때렸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은 한 쌍의 날카로운 송곳니 같았다. 카인은 축축한 철골 난간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의 손에는 기름때와 굳은살이 박여 있었지만, 제국군의 정교한 잠금장치를 해체하기 위해 수없이 연구하고 훈련한 손이었다.

그들은 제국군이 운영하는 보급 창고, ‘철의 요새’라 불리는 거대한 강철 건축물의 심장부로 향하는 지하 증기 배관 터널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제국의 모든 전선에 보급될 무기와 핵심 부품이 저장된 곳으로, 평민 반란군에게는 반드시 탈취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였다.

“최대한 조용히. 불필요한 마찰은 피한다.” 카인의 지시는 낮게 깔렸지만, 그 속에는 단호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터널은 뜨겁고 습했다.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쇠와 땀, 희미한 화약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저 멀리서 규칙적인 금속성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제국군이 자랑하는 자동 순찰 인형, 이른바 ‘강철 경비병’이었다. 둔중한 금속제 몸체와 붉게 빛나는 광학 렌즈가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번뜩였다.

“세 시 방향, 강철 경비병 한 기. 이쪽으로 오고 있어.” 세라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그녀는 특수 제작된 증기압 저격총을 짊어지고 있었다. 제국군 소총보다 훨씬 가볍고, 조용하며, 치명적인 무기였다.

“거구!” 카인이 짧게 외쳤다.

말없이 뒤따르던 거구의 그림자가 왈칵 움직였다. 그의 등에는 증기 망치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손에는 휴대용 증기 드릴이 들려 있었다. 그는 반란군 내에서 가장 강하고 묵묵한 인물이었다. 거구는 터널의 벽을 손으로 훑더니, 재빨리 낡은 증기 배관 밸브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밸브를 비틀었다.

쉬이이이익—!

엄청난 압력의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터널 전체를 하얀 연기로 뒤덮었다. 시야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인과 세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강철 경비병의 붉은 렌즈가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증기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 경비병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시 멈춰 섰다.

“지금이야, 세라!” 카인이 외쳤다.

증기가 걷히기 무섭게, 세라의 저격총에서 희미한 ‘쉬익’ 소리가 울렸다. 일반 화약이 아닌, 압축 증기를 이용한 무기였기에 소음이 거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총알이 강철 경비병의 광학 렌즈를 정확히 꿰뚫었다.

쾅! 경비병의 머리 부분이 폭발하며 스파크를 튀겼다. 둔중한 강철 몸체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내 모든 동력을 잃은 듯 조용해졌다.

“훌륭해.” 카인이 짧게 칭찬했다.

세라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쓰러진 경비병을 지나쳐 통로를 계속 전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 끝에 거대한 강철 벽이 나타났다. 바로 ‘철의 요새’의 외벽이었다. 육중한 강철문과 복잡하게 얽힌 증기 압력 잠금장치가 그들의 눈앞에 위압적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평민들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세라가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평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요새지.” 카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저 모든 강철 조각 하나하나가, 가난한 광부들의 삶을 갉아먹고, 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어 세워진 기념비다.”

거구가 아무 말 없이 낡은 가방에서 정교하게 조립된 폭약 덩어리를 꺼냈다. 검은색의 끈적이는 물질과 여러 가닥의 전선, 그리고 작은 증기압 격발 장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폭약을 강철문의 이음새 부분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잠금장치를 해제할게. 거구, 폭약 설치가 끝나면 바로 신호 줘.” 카인이 말했다.

그는 문에 달려 있는 복잡한 증기 압력 게이지와 톱니바퀴, 레버들을 유심히 살폈다. 제국군의 잠금장치는 단순히 물리적인 자물쇠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압력 밸브와 회전식 암호판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정확한 순서와 압력으로 조작해야만 열리는 방식이었다. 하나의 실수라도 허용되면 경보가 울리거나, 시스템이 완전히 잠겨버릴 수도 있었다.

카인은 허리춤에서 특수 제작된 공구 세트를 꺼냈다. 얇고 긴 갈고리, 미세한 압력 조절기, 그리고 작은 증기압 감지기 등, 제국 기술을 역설계하여 만든 장비들이었다. 그의 손놀림은 신중하고도 빨랐다. 딸깍, 딸깍. 미세한 금속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때였다.

“카인! 위에서 움직임이 있어!” 세라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터져 나왔다.

카인은 고개를 들었다. 터널 저 위쪽, 본 건물로 이어지는 환기구 너머에서 희미한 금속성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와 무기 부딪히는 소리까지.

“젠장, 예상보다 빨라!” 카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잠금장치의 마지막 레버에 손을 얹었다. 아직 최종 해제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거구, 폭약 터뜨려! 지금 당장!”

거구는 이미 준비가 끝나 있었다. 그는 카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격발 장치를 눌렀다.

콰아아앙—!

둔중하고 거대한 폭발음이 지하 터널을 뒤흔들었다. 강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다. 뜨거운 공기와 매캐한 화약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동시에, 위쪽 환기구에서 경보음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터널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들켰어! 제국군이 온다!” 세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이미 저격총을 견착하고 환기구 방향을 노리고 있었다.

콰앙! 폭발의 여파로 강철문이 안쪽으로 거칠게 밀려들며 비틀렸다. 거구는 망가진 문틈을 비집고 가장 먼저 내부로 진입했다.

“어서! 진입한다!” 카인도 서둘러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거대한 창고였다. 천장까지 닿는 높은 선반 위에는 수많은 나무 상자와 금속 부품들이 쌓여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증기 크레인이 낡은 철골 구조물 사이로 오가며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희미한 가스등이 복잡한 내부를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인, 목표물이 보여!”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창고 한가운데 놓인 특수 보관 상자였다. 제국군의 상징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튼튼한 강철 상자였다. 바로 그들이 찾던 ‘핵심 부품’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그때, 환기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제국군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푸른색 제복을 입고 증기 소총을 든 그들은 망가진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헬멧 위에서는 붉은 광학 렌즈가 사납게 빛났다.

“발포!” 제국군 지휘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탕! 탕! 탕!

증기 소총에서 불꽃이 터지며 총알이 빗발쳤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선반 뒤로 숨었다. 세라는 이미 자리를 잡고 반격하고 있었다.

쉬익! 쉬익!

세라의 저격총에서 발사된 압축 증기탄이 제국군 병사 두 명의 헬멧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제국군의 수는 훨씬 많았다.

“거구! 목표물 확보!” 카인이 소리쳤다.

거구는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묵묵히 강철 상자로 향했다. 그는 거대한 증기 망치를 들어올려 상자를 내리쳤다. 콰앙! 쾅! 쾅! 단단한 강철 상자가 그의 망치 아래에서 일그러졌다.

“놈들이 목표물을 확보하려 한다! 막아라!” 제국군 지휘관이 발을 구르며 외쳤다.

병사들이 맹렬하게 돌진했다. 카인은 허리춤에서 개조된 증기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는 본래 전투 요원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싸움을 겪으며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총알을 피하며 반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거구의 마지막 일격이 상자를 산산조각 냈다.

콰아아앙!

강철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이건…?” 세라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상자 안에는 거대한 수정 구체가 들어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그 안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맥박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단순한 핵심 부품이라기보다는, 어떤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수정 구체 주변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고대 문양과 함께 수십 개의 작은 증기압 파이프와 톱니바퀴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제국의 심장과도 같은 무언가, 어쩌면 이 거대한 도시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카인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카인이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때, 창고의 거대한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수십 대의 강철 경비병들이 붉은 렌즈를 번뜩이며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에는 중장갑으로 무장한 제국군 부대까지 보였다. 창고는 순식간에 포위당했다.

“카인! 놈들이 전면 공격을 시작했어!” 세라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짙게 깔려 있었다.

거구는 무너진 상자에서 수정 구체를 조심스럽게 꺼내 품에 안았다. 그 푸른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움직여! 퇴각한다!” 카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했다. 제국군은 모든 출구를 봉쇄했고, 강철 경비병들이 굉음을 내며 진격해오고 있었다. 수정 구체를 손에 든 거구와, 그를 엄호하는 세라, 그리고 도망칠 곳 없는 카인의 눈앞에는 붉게 빛나는 제국의 기계 병사들이 끝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이 거대한 강철 심장부의 가장 깊은 곳에 갇힌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