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아파트 402호의 이상한 동거인

**제1화. 지쳐 돌아온 어느 밤, 그리고 조용한 침입자**

띠로리.
익숙한 디지털 도어록 소리가 울리고, 현관문이 묵직하게 열렸다. 길고 긴 하루의 끝. 지은은 한숨과 함께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좁은 현관에 발을 들였다. 벗어 던진 구두는 제멋대로 흐트러졌고, 툭 내려놓은 가방은 어깨 한쪽에 위태롭게 걸린 채 바닥에 뒹굴었다. 제대로 정돈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하아… 오늘은 또 뭘 먹지.”

공허한 목소리가 적막한 아파트 안을 울렸다. 스물여섯, 사회 초년생의 자취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일쑤였고, 주말이면 밀린 잠을 보충하기 바빴다. 친구들을 만나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것보다 혼자만의 고요함이 더 익숙하고 편했다. 그래, 고요함.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랬다.

지은은 비척비척 걸어 부엌으로 향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마시면 피로가 조금은 가실까 싶었다. 어제 마시다 만 머그컵이… 어디에 있었더라. 분명히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던 것 같은데.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식탁 쪽으로 향했지만, 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지간히 피곤했나. 설거지통에 넣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설거지통을 확인했다. 거기에도 없었다. 어제 분명 설거지하지 않았는데… 잠시 망설이던 지은의 눈이, 뽀송하게 물기가 빠진 채 식기 건조대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머그컵에 닿았다.

“…응?”

투명한 유리컵 옆에 얌전히 놓인 그녀의 분홍색 머그컵. 방금 막 설거지를 마친 것처럼 깨끗하고 건조했다. 지은은 눈을 비볐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싶었다. 하지만 컵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내가 설마… 잠결에 설거지를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 없었다.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뻗어버렸으니까. 뭔가 이상했지만, 깊이 생각할 기운도 의지도 없었다. ‘뭐, 좋게 좋게 생각하면… 누가 대신 설거지 해줬나 보지!’ 피식 웃으며 머그컵을 꺼내들었다. 따뜻한 물을 붓고 차 티백을 넣었다. 옅은 허브 향이 피어올랐다.

식탁에 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봤다. 불빛으로 가득 찬 도시의 야경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지만, 오늘은 유난히 외로워 보였다. 혼자 이 넓은 세상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기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득 눈앞의 리모컨이 살짝 움직였다.

“어?”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니, 아까 분명히 식탁 한가운데에 놓여있던 TV 리모컨이 제 쪽으로 슬금슬금 밀려와 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위치.

“어어…?”

불안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피로가 가시고 정신이 선명해지면서, 방금 전의 머그컵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단순한 착각이나 잠결의 행동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

“이… 이거 뭐야.”

식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리모컨을 만져보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플라스틱 덩어리일 뿐. 지은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닫힌 문, 굳게 잠긴 창문. 집 안에는 그녀 혼자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지은은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누가 있는 건가? 도둑? 하지만 도둑이 설거지를 해주고, 리모컨을 밀어줄 리는 없잖아. 설마…

“귀… 귀신?”

혼잣말이었지만,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렸다. 갑자기 냉기가 확 스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온몸의 털이 다시 한번 쭈뼛 섰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부엌 찬장 쪽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은은 몸을 움츠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낡은 찬장 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며칠 전 사다 놓고 잊고 있던 과자 한 봉지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사뿐히 바닥에 안착한 과자 봉지. 지은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좋아하는 새우칩이었다. 어젯밤, 퇴근길에 분명히 사왔지만 너무 피곤해서 손도 못 대고 던져두었던.

찬장 문은 다시 스르륵 닫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은은 바닥에 놓인 과자 봉지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무섭다기보다는…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귀신이 맞다면, 왜 나를 위해 설거지를 해주고, 리모컨을 가져다주고, 과자를 꺼내주는 거지? 마치… 나를 보살펴주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내려가 과자 봉지를 집어 들었다. 아직 뜯지도 않은 새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꽁꽁 얼어붙었던 어깨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

“고… 고마워요?”

텅 빈 공간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쩐지 바보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 밤, 지은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침대에 눕자마자 찾아온 잠결에도, 이상하게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내일 아침에는 뭐가 바뀔까?’ 하는 실없는 기대감이 먼저 들었다.

새우칩 봉지는 침대 옆 협탁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기묘한 착각과 함께.
조용한 아파트 402호에, 작지만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