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고층의 속삭임 (A High-rise’s Whispers)

**작품명:** 고층의 속삭임
**장르:** 대체 역사물, 공포, 도시괴담
**등장인물:**
* **이서진 (20대 후반):** 프리랜서 디자이너. 깔끔하고 합리적인 성격이지만, 혼자 사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예민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 **최준호 (20대 후반):** 서진의 오랜 친구. 현실적이고 농담을 좋아하며, 서진의 이야기를 처음엔 믿지 않는다.

**씬 1: 서진의 새 아파트 거실, 저녁**

**컷 1:**
[그림: 해 질 녘, 고층 아파트 거실의 통유리창으로 황금빛 노을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밖으로는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과 강물이 보인다. 서진은 최신 디자인의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올린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주변은 깔끔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서진 (내레이션):** 꿈에 그리던 내 집.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건 똑같지만, 적어도 이 고층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야경은… 모든 피로를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
**효과음:** (조용한 키보드 타이핑 소리) 따닥, 따닥…

**컷 2:**
[그림: 서진이 피곤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노트북 화면에는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 시안이 떠 있다. 그녀의 뒤편, 주방의 스마트 조명(LED)이 순간적으로 깜빡인다. 아주 짧고 미미하게.]
**서진 (내레이션):** 이사 온 지 한 달. 이 모든 것이 아직은 낯설고, 그래서 더 설렜다. 도시가 이렇게나 빨리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이곳에 살면서 매일 실감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이 솟아오르고, 오래된 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지.
**효과음:** (조명 깜빡이는 소리) 틱-

**컷 3:**
[그림: 서진이 눈을 뜨고 다시 노트북 화면을 본다. 그녀는 방금 전의 조명 깜빡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공기 중에 감도는 미묘한 한기(寒氣)에 팔을 문지른다.]
**서진 (내레이션):** 유독 으스스하게 추울 때가 있긴 했다. 한여름인데도. 하지만 뭐, 고층 아파트가 다 그렇지. 바람이 잘 드는 구조라던가, 중앙 난방 시스템의 문제라던가…
**서진:** (작게 혼잣말) 에어컨을 더 낮춰야 하나?

**컷 4:**
[그림: 서진의 시선이 노트북에서 살짝 벗어나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심플한 액자로 향한다. 액자 뒤편의 벽지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들뜨고 있다. 아주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서진 (내레이션):** 그래도 아직까진 완벽했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했다.
**효과음:** (고요한 배경 소음) 웅-

**씬 2: 서진의 아파트 침실, 한밤중**

**컷 5:**
[그림: 침대에서 잠든 서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깊은 잠에 빠진 듯 평온하다. 침대 옆 협탁 위에는 휴대폰과 작은 스탠드가 놓여 있다. 창밖은 도시의 불빛으로 밝다.]

**컷 6:**
[그림: 침실 문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미세하게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린다. 서진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복도 쪽은 어둠에 잠겨 있어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효과음:**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 끼이이익-… (아주 희미하게)

**컷 7:**
[그림: 서진의 눈이 번쩍 뜨인다. 인기척에 놀라 잠이 깬 모습이다. 그녀는 숨을 죽인 채 문 쪽을 응시한다. 문은 다시 닫혀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이불을 다시 고쳐 덮는다.]
**서진 (내레이션):** 꿈이었을까? 낡은 문소리 같은 게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긴 신축 아파트인데…
**효과음:** (심장 박동 소리) 쿵… 쿵… (아주 작게)

**컷 8:**
[그림: 서진이 다시 잠을 청하려 하지만,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때, 침대 머리맡 협탁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무런 충격도 없이,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효과음:** (휴대폰 떨어지는 소리) 툭!
**서진 (대사):** …?!
**서진 (내레이션):** 심장이 철렁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씬 3: 서진의 아파트 주방 및 거실, 다음 날 낮**

**컷 9:**
[그림: 서진이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뒤적일 뿐 제대로 먹지 못한다. 어제 밤 일 때문에 잠을 설친 듯 눈 밑에 다크서클이 옅게 드리워져 있다. 주방 선반 위, 컵들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서진 (내레이션):** 어젯밤부터였다. 분명히. 기분 탓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감각들.
**효과음:** (컵 부딪히는 소리) 짤랑… (아주 미약하게)

**컷 10:**
[그림: 컵 흔들림을 눈치챈 서진이 고개를 돌려 주방 선반을 응시한다. 컵들은 멈춰 있다. 서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 쪽으로 걸어간다.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벽에 닿는다.]
**서진:** (혼잣말) 지진인가? 아니, 뉴스도 없었는데…

**컷 11:**
[그림: 서진이 선반 앞에서 컵들을 유심히 살핀다. 그때, 그녀의 등 뒤에 놓여 있던 식탁 의자가 ‘끼이익’ 소리와 함께 서진 쪽으로 살짝 끌려오는 듯 움직인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난다.]
**효과음:** (의자 끌리는 소리) 끼이이익-!
**서진:** 흐읍!
**서진 (내레이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분명히 보았다. 내 눈으로.

**컷 12:**
[그림: 서진이 온몸을 경직시킨 채 뒤를 돌아본다. 의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하지만 방금 움직였던 의자 다리 부분의 바닥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겨 있다. 서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다.]
**서진:** (목소리 떨림) 뭐야… 이게…

**씬 4: 서진의 아파트 거실, 저녁**

**컷 13:**
[그림: 서진이 최준호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준호는 편안한 차림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고, 서진은 초조한 표정으로 잔뜩 겁에 질려 있다. 배경은 그녀의 아파트 거실이다.]
**준호:** (화면 속) 야, 이서진. 너 요즘 잠 제대로 못 자는구나? 얼굴이 헬쓱한 게… 귀신이라도 봤냐?
**서진:** (절박하게) 웃지 마, 준호야! 진짜…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긴단 말이야.
**효과음:** (휴대폰 통화 소리)

**컷 14:**
[그림: 서진이 침착하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설명한다. 흔들리는 조명, 떨어진 휴대폰, 움직인 의자 등. 준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듣고 있다.]
**서진:** 분명히 의자가 혼자 움직였다니까? 바닥에 자국까지 남았어!
**준호:** 글쎄… 건물 안정화 기간이라 그런 거 아니냐? 신축 아파트는 원래 처음에 좀 그러잖아. 아니면 너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디자인 마감 때문에 환각이라도 봤나?

**컷 15:**
[그림: 서진이 답답한 듯 한숨을 쉰다. 그녀의 뒤편, 거실 한쪽에 놓인 스탠드의 전구가 갑자기 ‘지직’ 소리를 내며 꺼진다.]
**효과음:** (전구 꺼지는 소리) 지지직- 퍽! (갑자기)
**서진:** (화들짝 놀라며) 으악! 저것 봐! 또!
**준호:** (화면 속, 잠시 멈칫) 어? 잠깐만… 방금 뭐였냐?

**컷 16:**
[그림: 꺼진 스탠드를 가리키며 경악하는 서진과, 화면 속에서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준호의 표정이 대비된다. 방금 전까지 무덤덤했던 준호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진:** (덜덜 떨리는 목소리) 봤지? 봤지, 준호야? 저거 혼자 꺼진 거라고!
**준호:** (어색하게 웃으며) 야, 신축이 이래도 되는 거냐? 전기 공사 개판으로 했네.
**서진 (내레이션):** 준호의 목소리에서도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더 이상 단순한 우연이나 내 착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씬 5: 서진의 아파트 거실, 한밤중**

**컷 17:**
[그림: 캄캄한 서진의 아파트 거실. 모든 불이 꺼져 있고,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거실 중앙에 놓인 작은 원목 테이블 위, 컵과 작은 접시들이 놓여 있다. 그릇들이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원형으로 회전하며 움직인다.]
**효과음:**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 딸그락… 딸그락… (일정하고 느리게)

**컷 18:**
[그림: 서진이 거실 입구에 서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눈은 공포에 질려 크게 뜨여 있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다.]
**서진:** (거친 숨소리) 하아… 하아…
**서진 (내레이션):** 이젠… 아니다. 이젠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효과음:** (심장 박동 소리) 쿵! 쿵! 쿵! (점점 커진다)

**컷 19:**
[그림: 그릇들이 회전을 멈춘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작은 화병이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동시에, 거실 한쪽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쾅!’ 소리를 내며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효과음:** (화병 깨지는 소리) 쨍그랑-! (액자 흔들리는 소리) 쾅-!

**컷 20:**
[그림: 서진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녀는 뒷걸음질 치다 벽에 등을 기댄다. 액자가 기울어진 벽면에서, 미세하게 들떴던 벽지 아래로 옅은 흙먼지가 한 줌 흘러내린다. 그 먼지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오래된 기와 조각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는 환영이 보인다.]
**서진:** (비명에 가까운 속삭임) 안 돼…!
**서진 (내레이션):** 이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이곳은 무엇이었을까? 빠르게 사라져간 도시의 옛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지워졌다고 믿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이 텅 빈 고층의 공간이 채우지 못한 것들… 그 그림자가 지금, 나를 덮치고 있었다.
**효과음:** (불길한 바람 소리) 쉬이이익- (점점 커진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