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붉은 달의 그림자, 심장에 스미는 온기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텅 빈 카페 ‘그리움 한 조각’의 카운터에 엎드려 투덜거렸다. 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겼고, 오늘따라 유난히 한산했던 매장에는 내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북적거렸던 공간은 이제 적막에 잠겨 있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오싹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올랐다. 분명 따뜻하게 틀어놓은 히터 바람이 닿는 곳인데도, 마치 누군가 얼음장 같은 손으로 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 듯한 섬뜩함이었다.

“으으… 설마 나 혼자 이런 기분은 아니겠지?”

아니, 분명히 지난 며칠 동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가게 문을 닫고 혼자 남겨질 때마다, 묘하게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 거울 속 내 뒤편에 흐릿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기도 하고, 텅 빈 테이블 의자가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한 착각.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제는 제법 확신이 들었다. 이건 착각이 아니었다.

‘…설마 우리 가게에 귀신이라도 붙은 건가?’

등골이 오싹해져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에게 귀신이라니, 너무 클리셰잖아! 그리고 이런 전개는 로맨스릴러에 더 가깝지 않나?

그때였다. 닫힌 문이 “딸랑”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누구지? 이 시간에? 혹시… 설마…

문가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본 순간, 온몸에 퍼졌던 섬뜩함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마치 잘 조율된 악기의 현이 울리듯이, 내 마음은 언제나 그를 향해 반응했다.

“류진 씨…?”

어둠 속에 서 있던 그는 평소처럼 단정한 차림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흑색 머리카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언제 봐도 예술 작품 같은 오뚝한 콧대와 날렵한 턱선. 달빛을 등지고 선 그의 모습은 그림 같아서, 문득 그가 현실의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발걸음은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고, 마치 바닥을 스치는 바람 같았다.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평소의 냉철하고 완벽했던 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안 가고 뭐해요. 문 닫은 지 오래인데.”

그의 눈빛이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어… 그냥 정리를 좀 하다 보니까 늦어졌어요. 류진 씨는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에요? 평소에는 일찍 귀가하시던데.”

그는 나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텅 빈 카페 안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강이나 씨.”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내가 몇 시간 전까지 앉아있던 카운터 의자 옆, 창가 테이블이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순간, 그곳에서 섬뜩한 한기를 다시 느꼈다.

“오늘…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아까 느꼈던 오싹함과 시선을 떠올렸다. 설마, 류진 씨도 그걸…

“아니, 그게… 사실 좀 이상하긴 했어요. 계속 누가 지켜보는 것 같고, 으슬으슬 춥고… 피곤해서 그런가 했죠.”

내 말을 듣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가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창가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소리 하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긴박함이 느껴졌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가 테이블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손을 뻗어, 허공을 가로지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걷어내는 것처럼, 혹은 희미한 연기를 흩뿌리는 것처럼.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 아주 잠깐, 공간이 일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아까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한기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다. 너무 추워서 몸이 저절로 덜덜 떨렸다.

“류진 씨… 대체 뭘…?”

내 질문은 채 끝나기도 전에, 류진 씨의 표정이 걷잡을 수 없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검은색이었지만, 그 안에서 마치 어둠이 춤을 추는 듯한 기이한 빛이 번뜩였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난생 처음 보는 그의 모습이었다. 평소의 냉정함을 넘어선, 차갑고도 위험한 기운.

“숨지 마라. 내 경고를 무시하고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려 하다니.”

그의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내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그가 말하는 ‘내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다.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텅 빈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라도 하듯이, 그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차가운 푸른색이었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위력을 담고 있었다. 카페 안의 모든 불빛이 갑자기 깜빡였다.

“감히… 이 불경한 기운으로…!”

류진 씨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허공을 향해 마치 무형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처럼. “쉬이이익!” 하는 기이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리고 내 눈앞에,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공중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검은 연기 같은 형체가 나타났다. 형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흐릿하고 불안정했다. 마치 뭉쳐진 어둠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그 검은 연기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끼이이익-!”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대체… 대체 무슨…

류진 씨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의 얼굴은 차가웠지만, 그의 눈빛은 맹렬한 불꽃을 품고 있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은 연기 형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치 투명한 칼날을 잡고 휘두르는 것처럼, 공간을 가르며 형체를 베어냈다.

“으아아아악…!”

검은 연기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흩어졌다.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이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기이한 기운도, 오싹한 한기도, 비명 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카페는 다시 원래의 적막함으로 돌아왔다. 깜빡이던 불빛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나의 세상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류진 씨는 그 자리에 선 채,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의 눈동자 역시 원래의 깊은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방금 전까지 ‘인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 어떤 증거보다 확실하게 느꼈다.

그의 눈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 모든 것을 보고 말았다는 사실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뒤섞인 듯한 복잡한 감정.

“강이나 씨… 괜찮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아까의 맹수 같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시 차분하고 부드러운, 내가 아는 류진 씨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의 ‘다른 모습’을 보고 말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귀신? 요괴? 퇴마? 내가 지금 보고 겪은 일이 현실이라고?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인 내가?

류진 씨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소리 없었지만, 이번에는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는 내 앞에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 뺨을 감쌌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나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의 눈동자에 슬픔이 스쳤다. 나는 겨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류진 씨… 대체… 뭐예요…?”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시선은 다시 허공 어딘가로 향하는 듯했다. 마치 오랜 비밀을 털어놓을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나는 그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려 했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 진지했고, 방금 전의 기괴한 경험은 너무나 생생했다.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강이나 씨가 아는 평범한 류진이 아니에요.”

그의 고백은 심장을 꿰뚫는 비수 같았다. 아니, 비수라기보다는… 거대한 폭탄이 터진 듯한 충격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도 모르게 의지하고, 미래를 상상했던 그 남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말도 안 돼… 그럼 아까 그건…?”

“잡귀였습니다. 제 기운에 이끌려 강이나 씨를 노린 거죠. 제가… 당신을 마음에 둔 것을 눈치채고.”

‘마음에 뒀다’는 그의 말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이내 현실이 다시 밀려왔다. 잡귀라니!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의 원인이 류진 씨 자신이라고?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위험에 처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책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그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 속에는 이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강이나 씨와는 다른 세상의 존재입니다. 함께할 수 없는… 금지된 존재죠.”

그의 고백에 내 심장이 다시 쿵, 하고 떨어졌다. 금지된 존재. 그 말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인간이고, 그는 인간이 아닌 존재. 우리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이 세계의 질서를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묘한 반항심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저 ‘류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종족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맹목적인 믿음.

나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장 같았던 내 손과는 다르게 뜨거웠다.

“난… 상관없어요. 류진 씨가… 어떤 존재든….”

내 말에 그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나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혼란과 함께 희미한 희망이 스치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강이나 씨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로 인해 당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어요. 나와 엮이는 순간부터, 당신은 안전하지 않을 겁니다.”

그의 경고는 진심이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 있었다. 그의 위험한 비밀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놓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하게 붙잡고 싶어졌다.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몸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 기운 속에서 나는 묘한 안정감을 찾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내 귀에 작게 울렸다. 인간의 심장 소리와는 조금 다른, 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소리였다.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

“난 류진 씨가 없으면… 더 위험해요.”

그의 몸이 내 품에서 살짝 떨렸다. 그는 나를 꽉 안았다. 그의 팔에서 느껴지는 힘은 압도적이었고, 나는 그의 품에 완벽하게 갇혔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듯한 필사적인 포옹이었다.

“어떤 위험이든… 류진 씨와 함께라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나는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의 입술이 내 이마에 와 닿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그의 온기가 내 심장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품속에서도, 나는 문득 불안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이제 막 위험한 강을 건넜을 뿐이다. 이 강 너머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거대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세상과 나의 세상이 충돌하는 순간, 과연 우리는 이 금지된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붉은 달이 떠오르는 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 그림자 아래에서, 우리의 사랑은 시작된 걸까, 아니면 더 깊은 위험 속으로 빠져든 걸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