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화: 그림자 속의 강철 심장
암흑 성운 ‘카리돈의 숨결’은 언제나 그랬듯 고요했다. 거대한 먼지 구름과 셀 수 없는 소행성들이 태곳적부터 이어져 온 침묵 속에서 유영했고, 그 중심 어딘가에 자리 잡은 반군 기지는 그 어떤 제국의 감시망도 피해 그림자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낡은 폐기물 처리장의 잔해를 개조한 격납고 안, ‘망치’라 불리는 낡은 수송선 주위로 모인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세이라의 손끝에서 홀로그램 지도가 우주 공간에 떠올랐다. 거대한 가스 행성 ‘크로노스’의 일곱 번째 위성, 그중에서도 희귀 광물 ‘오리하르콘’을 정련하는 제국군 핵심 정련소의 윤곽이 붉게 빛났다. 그 주변을 겹겹이 두른 방어막과 순찰 경로가 섬뜩할 정도로 정밀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목표는 저기다.” 세이라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홀로그램 지도를 꿰뚫어 볼 듯 날카로웠다.
젊은 파일럿, 카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아직 스물 남짓이었지만, 함선 조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정련소는 제국군의 핵심 보급 기지입니다. 병력도 상상을 초월하고, 방어막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낡은 작업복 차림의 릭이 렌치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한때 제국군 공학자였으나, 제국의 잔혹함에 환멸을 느끼고 반군에 합류한 베테랑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대체할 곳이 없어. 저기서 나오는 오리하르콘 광물은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거니까. 무기 제조에 필수적이야.”
세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하지만 제국의 탐욕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크로노스 VII 정련소는 광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우리 민족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분노의 감정이 스쳤다. “우리는 자원을 확보하고, 동시에 저들을 해방시킬 것이다.”
“무모합니다.” 카이가 반대했다.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저곳은 제국군 제3함대가 주둔하는….”
“가능성은 1%라도 있다면, 해야 한다.” 세이라가 카이의 말을 잘랐다. 그녀의 시선은 확고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이다. 우리에게 더는 물러설 곳은 없어. 준비해. ‘그림자 호’를 타고 잠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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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호’는 낡은 화물선처럼 위장된 반군의 기함이었다. 제국군의 표준 함선 규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배였지만, 릭이 직접 개조한 은폐 장치와 특수 엔진 덕분에 제국군 스캔망을 피해 움직일 수 있었다. 카이의 손이 조종간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림자 호는 거대한 소행성대를 뱀처럼 미끄러져 통과했다. 릭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함선의 미세한 진동까지 놓치지 않으며 항로를 보정했다.
“제국군 중형 순찰함 접근 중!” 카이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렸다. 불과 수백 미터 옆을 스쳐 지나가는 제국군 함선의 거대한 그림자가 함교 안으로 드리웠다. 함교 안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젠장, 들킬 뻔했잖아!” 카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손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세이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정면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릭, 방어막 약화 지점은?”
릭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정문에서 동쪽으로 300미터. 과거 채굴 사고로 생긴 균열이 있어. 하지만 그만큼 불안정할 거야. 정밀하게 접근해야 해.”
“카이.”
“알겠습니다.” 카이가 이를 악물고 조종간을 틀었다. 그림자 호는 제국군 정련소의 거대한 방어막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레이저포가 번뜩이는 제국군 방어포탑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지만, 그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거대한 방어막에 부딪히기 직전, 릭이 외쳤다. “지금! 제어장치 과부하! 방어막 개방!”
카이가 절묘한 타이밍에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렸고, 그림자 호는 마치 거대한 파도를 가르듯 방어막의 미세한 틈을 통과했다. 섬뜩한 경고음이 함교를 가득 채웠지만, 그들은 무사히 안착했다. 제국군 정련소 내부에 침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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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방어막 틈으로 진입한 특공대는 정련소 내부의 좁고 어두운 통로를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눅눅한 공기에서는 기계 기름과 섞인 역겨운 쇠 비린내가 났다. 목표는 주 제어실. 그곳을 장악해야만 정련소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고, 오리하르콘 광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쪽에 2인조 순찰조!” 카이가 속삭였다. 그는 세이라 옆에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세이라가 손을 들어올리자 팀원들이 일제히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두 명의 제국군 병사가 무심하게 다가왔고, 이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저항군 대원들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미약한 마취 가스 냄새가 공중에 퍼졌다.
그때였다. 닫힌 철문 너머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릭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었다. 낡은 작업복 차림으로 쇠사슬에 묶인 채 강제로 광물을 캐내고 있는 피골이 상접한 얼굴들. 그들의 눈에는 희망 대신 절망만이 가득했다. 노예였다. 제국이 ‘노동력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끌고 온 행성 주민들이었다.
“세이라….” 카이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그의 눈은 불타올랐다. 그의 고향도 제국의 착취에 시달렸다.
세이라의 심장이 아려왔다. 저들은 자신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제국의 횡포에 고통받는.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임무를 수행한다.” 그녀는 짧게 명령했다. “그리고, 저들을 풀어줘라.”
팀원 중 한 명이 재빨리 제어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쇠사슬이 풀리고, 사람들의 얼굴에 일말의 혼란과 함께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순간, 정련소 전체를 뒤흔드는 비상벨이 울려 퍼졌다.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다.
“젠장! 들켰습니다!” 릭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을 찢었다. “제국군 병력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주 제어실 봉쇄!”
통신이 끊겼다. 철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이라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주 제어실로 향하는 길은 이미 제국군 병력으로 봉쇄되었고, 노예들을 풀어준 통로 역시 제국군 병사들이 달려오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들은 갇혔다.
“세이라님!” 카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세이라의 얼굴에 차가운 결의가 떠올랐다. 그녀는 허리춤에 찬 블래스터를 뽑아 들었다.
“물러서지 마라.”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그림자다. 제국에 맞서는 불꽃이다!”
수십 명의 제국군 병사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정련소의 어둠 속에서, 반군의 작은 불꽃이 격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