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화. 심연의 메아리**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 그 이름은 서쪽 대륙의 모든 마법사 지망생들에게 단순한 학원이 아닌,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고대 마법 문명의 찬란했던 유산을 이어받아, 세상의 온갖 재능 있는 젊은 영혼들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소용돌이. 이곳을 졸업한다는 것은 곧 위대한 마법사로서의 운명을 인정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는, 진. 그 전설의 한 조각이 되기 위해 이 거대한 학원의 벽 안에 갇힌 수천 명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귀족의 혈통도, 막대한 부도 없었지만, 내 안에는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재능’이라는 작고 빛나는 불꽃이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변방의 조용한 마을에서부터 나를 이 도시의 가장 높은 상아탑으로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고대 마법 이론 수업이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웅장한 도서관식 강의실. 거대한 마법 수정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은은한 빛을 뿜어냈고, 학생들은 개인별 마법 태블릿에 필기하며 스승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알베르토 교수는 백발이 성성한 노마법사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열기로 번뜩였다. 그는 고대 봉인 마법의 복잡한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 봉인식은 단지 외부의 위협을 막는 것을 넘어, 내부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억누르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고대에 만들어진 강력한 주술들은 그 자체로 세계의 균형을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견고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봉인되어야만 했지요. 마치 심장 깊은 곳에 박힌 독과 같습니다. 뽑아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교수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울렸지만, 내 귀에는 유독 그 ‘내부의 불안정한 에너지’라는 말이 묘하게 박혔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을 내다봤다. 셀레스티아의 드넓은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가꿔진 마법 식물들, 활짝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 그리고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완벽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그 완벽함 아래 감도는 미묘한 불협화음을 감지하곤 했다. 마치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혼자만 듣는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 나는 복도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언제나처럼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업 내용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은 모든 마법 지식의 정점에 서 있다고 자부했지만, 가끔은 그 지식의 틈새로 감춰진 진실의 조각들이 비어져 나오는 듯했다.

“진, 또 명상하니? 그렇게 마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서 뭐 하려고.”
옆에서 들려오는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눈을 떴다. 같은 기숙사 소속의 친구이자 라이벌, 레온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 귀족다운 외모를 가진 레온은 언제나 활기찼다.
“명상이 아니라… 그냥 좀 이상해서.”
“뭐가? 알베르토 교수의 고대 마법 이론? 지루하긴 했지만 이상할 건 없잖아.” 레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뭔가… 학원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기류 같은 거 말이야. 아주 미세한,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레온은 피식 웃었다. “네놈의 예민한 마나 감각이 또 헛것을 듣는 모양이군. 여긴 셀레스티아다, 진. 이 대륙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완벽한 마법 학원이지. 기분 나쁜 기류라니, 그런 건 잡귀나 감지하는 거 아니냐?”
“잡귀는 너겠지.” 내가 툭 던지자 레온은 발끈했지만 이내 허허 웃어넘겼다.

사실 레온의 말대로였다. 셀레스티아는 완벽했다. 외적으로는 물론, 마나의 흐름까지도 그랬다. 학원의 대지는 고대 마법진으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고,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건물은 마나의 정수를 효율적으로 끌어올려 학생들이 마법을 수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아주 가끔, 그 완벽함이 너무 인공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힘을 숨기기 위해 애써 만들어진 인공적인 평온함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알베르토 교수의 ‘내부의 불안정한 에너지’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문득, 내가 느꼈던 그 미세한 불협화음의 진원지가 어딘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얇은 겉옷을 걸쳤다. 복도는 이미 자정을 넘어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달빛이 은은하게 쏟아져 내렸다. 나는 익숙한 길을 따라 학원 본관의 가장 깊숙한 곳, 바로 중앙 도서관으로 향했다. 학원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곳이었다.

도서관은 밤에도 환했다. 마법 등불이 스스로 빛을 내뿜으며 낡은 책들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가장 깊숙한 곳, 고대 마법 서적들이 모여 있는 금지된 서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정식으로 허가받은 학생 외에는 출입 금지 구역이었지만, 나는 늘 호기심에 이끌려 몰래 들어가곤 했다.

서고의 가장 안쪽, 먼지가 희뿌옇게 쌓인 책장 뒤편에 이르자 내가 찾던 ‘그 느낌’이 더욱 선명해졌다. 희미하게 떨리는 공기,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기운. 분명히 이곳, 이 책장 뒤편 어딘가에서 미세한 마나의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학원 전체를 감싸는 평온한 마나의 흐름과는 이질적인, 마치 억압된 절규 같은 파동이었다.

나는 낡은 책들을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예상대로 책장 뒤에는 좁은 틈이 보였다. 어두운 복도와는 확연히 다른, 깊고 차가운 어둠이 그 너머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좁은 틈새 사이로 희미한 바람이 새어 나왔고, 그 바람은 알 수 없는 흙냄새와 함께 섬뜩한 기운을 실어 날랐다.

나는 망설였다. 분명히 금지된 구역일 터. 이곳을 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안의 어떤 충동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마치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내부의 불안정한 에너지.’ 알베르토 교수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좁은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거대한 책장이 뒤로 스르륵 밀려나며 완벽하게 어둠 속으로 나를 집어삼켰다. 차가운 돌바닥이 발밑에 닿았다. 더 이상 도서관의 마법 등불 빛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암흑.

그리고 그때, 내 귓가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 *갈증… 갈증… 더 깊은 곳에서… 목마름이…*

그것은 속삭임이라기엔 너무나 거칠고, 절규라기엔 너무나 희미한, 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것이 아닌 음성이었다. 소리는 마치 내 심장을 꿰뚫고 들어와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불쾌감을 주었다. 등골이 오싹하게 서늘해졌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나는 마법으로 손끝에 작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희미한 불빛이 주위를 비추자,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낡고 어두운 돌계단이었다.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듯한, 심연으로 통하는 듯한 계단. 계단 벽면에는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지만, 이미 오랜 세월에 닳아 알아볼 수 없는 형체들이었다.

계단 아래에서부터, 방금 들었던 그 목소리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고통스러운 파동이 밀려 올라왔다. 그것은 단순히 마나의 흐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소리 같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봉인된 존재의 절규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곳은 단순한 금지 구역이 아니었다. 학원의 지하에, 모두가 모르는 곳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었다.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의 찬란한 빛 아래 숨겨진, 진짜 어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호기심은 이미 공포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또한 강렬해졌다. 나는 이곳에서 달아나야만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심연의 끝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더욱 직접적으로.

— *…어서 와라, 진. 너의 재능이 필요하다…*

나의 이름이 불렸다. 그것도 내가 방금 막 들었던, 그 끔찍한 목소리로.

몸이 굳었다. 차가운 돌계단 위, 작은 불꽃만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심연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은 셀레스티아의 심장이자, 학원이 감추고 있는 가장 끔찍한 금기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금기의 문을 열어버린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