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하늘 아래, 도시의 심장은 언제나처럼 탁한 비명으로 가득했다. 제국 수도의 변방, 흔히 ‘하층민의 구덩이’라 불리는 수렁골목. 그곳의 모든 숨결은 매연과 땀, 그리고 썩은 내가 뒤섞인 악취를 풍겼다. 거대한 황제의 궁전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였지만,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그것은 그림자처럼 무겁고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이었다.
유화는 낡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손은 늘 염료에 절어 보랏빛 혹은 짙은 푸른빛을 띠었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실에 긁힌 상처로 거칠었다. 방직 공장의 기계 소음은 그녀의 귓속에서 영원히 윙윙거리는 벌떼 같았다. 열여덟 해를 이 골목에서 살았고, 열두 살부터 이 공장에서 실을 엮었다. 삶은 언제나 비슷했다. 아침에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싸구려 잠자리에 몸을 뉘었다. 미래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을 것이었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터였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장 문을 나섰을 때였다. 골목 어귀에 모인 인파가 유화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웅성거림조차 없는 고요한 침묵이 섬뜩했다. 마치 땅속 깊이 묻힌 억압된 영혼들의 침묵 같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깨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중앙에는 제국의 철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그들의 시퍼런 갑옷은 어둠 속에서도 위협적인 광택을 뿜어냈다. 그들 앞에는 낯익은 얼굴의 노인이 무릎 꿇고 있었다. ‘떡 할머니’라 불리던, 늘 따뜻한 웃음과 갓 찐 떡을 팔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이제 텅 비어버린 떡 찜통이 나뒹굴었다. 떡 냄새 대신 흙먼지가 가득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자비를 거부하고 불온한 사상을 퍼뜨린 죄를 묻노라!”
병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자비도 담겨 있지 않았다. 불온한 사상? 떡 할머니가? 유화는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그저, “젊은이들, 너무 허리 굽히지 말게. 펴고 살아야지.”라고 속삭였을 뿐이었다. 어제 유화에게 갓 찐 떡 한 조각을 건네며 그랬던 것처럼. 그 말이 불온한 사상이라고?
병사들은 노인의 앙상한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끌었다. 떡 할머니의 마른 몸뚱이는 질질 끌려갔고,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비명은 칼날처럼 유화의 심장을 갈랐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바닥을 향했고, 수많은 심장이 공포에 얼어붙었다. 유화 역시 그랬다. 그녀의 눈은 떡 할머니가 끌려가는 길 위에 박힌 듯했다. 흙먼지 속에서 그녀의 작은 신발이 긁히는 소리가 아프게 들렸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 한구석에서는, 얼음장 같은 냉기 속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짓밟혀도 꺼지지 않는, 지독한 생명의 불씨.
떡 할머니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병사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골목의 입구를 가로막았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매처럼 날카롭게 군중을 훑었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제 갈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유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떡 할머니가 끌려간 자리에는, 떡 찜통에서 쏟아진 듯한 흰 쌀가루 한 줌만이 남아, 흙먼지 위에 작은 눈송이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희망의 잔해 같았다.
그때였다.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가 유화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손에는 낡은 자루가 들려 있었고, 걷는 발걸음은 조용했다. 이골이 난 듯, 이 상황에 익숙한 듯 무심한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남자가 유화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의 손이 마치 우연인 양 쌀가루 위를 스쳤다.
그리고 남자의 검은 작업화 뒤축에, 희미하게 그려진 작은 표식을 유화는 놓치지 않았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는 듯한, 연약하지만 끈질긴 풀잎 문양.
그것은 이 수렁골목에 사는 이들에게, 어두운 밤하늘 아래 숨겨진 유일한 별과 같은 것이었다. 희망의 상징, 혹은 반란의 서약.
남자는 고개를 돌려 유화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명확하게 유화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보고 있다. 그리고, 기억한다.’
유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심장 속 작은 불씨가,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예감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그저 수렁골목의 수많은 그림자 중 하나가 아님을 깨달았다.
밤은 깊었고, 불씨는 타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