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 ‘오리온의 눈물’의 최상층에 위치한, 사치스럽기로 악명 높은 ‘에메랄드 포트리스 호’. 그 호화 유람선의 한가운데, 인공 생태계로 이루어진 ‘천공의 정원’ 스위트룸에 싸늘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보안 책임자 이안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짙푸른 이끼 융단 위에 쓰러진 ‘갤럭시아 코퍼레이션’의 수장, 알렉산더 크로노스 회장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투명 돔 아래, 희귀한 외계 식물들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광경은 시신의 존재로 인해 기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회장님의 개인 비서가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발견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모든 출입구는 내부에서 이중, 삼중으로 봉쇄되어 있었고, 생체 인식과 디지털 록 시스템 모두 정상 작동 중이었습니다. 통신 기록도 없고요. 심지어 스위트룸 내의 모든 감시 카메라 영상에는 회장님이 홀로 밤늦게까지 독서하는 모습만 찍혀 있습니다. 그 후로는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어요.”
이안은 초조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완벽한 밀실 살인. 그것도 우주선 한복판에서, 가장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는 회장의 개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등 뒤에서는 황급히 도착한 행성 연합 수사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의문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때, 나른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흥미롭군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향했다. 비스듬히 걸어 들어오는 남자는 헐렁한 감색 슈트 차림이었지만, 그 어떤 제복보다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눈매와 무심한 듯 보이는 표정 속에는 지극히 예리한 관찰력이 번뜩였다. 우주 미아처럼 떠도는 괴짜 천재 탐정, 카인이었다.
이안은 숨을 들이켰다. “카인 박사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모든 논리적 가능성이 부정된 상태입니다. 자살도 아니에요. 회장님은 분명히 독살당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극물조차도 어떤 경로로 투입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카인은 대답 대신 나지막이 웃었다. “논리적 가능성이 부정되었다는 건, 당신의 논리가 좁았다는 뜻이죠, 이안 보안관.”
그는 투명한 바닥에 깔린 이끼 융단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방 안을 천천히 걸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어떤 목적 의식도 없는 듯 보였지만, 그의 시선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는 희미하게 흐느적거리는 은빛 이끼, 천장에서 떨어지는 인공 이슬, 그리고 멀리 보이는 가스 행성의 푸른 빛까지, 모든 것을 스캔하듯 훑었다.
“이 방은 ‘천공의 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완벽한 생체 환경을 모방하고 있군요. 습도 75%, 온도 25도. 모든 식물은 특정 주파수로 물을 공급받고, 공기는 24시간 필터링되며, 외부 대기와의 교환은 전무합니다. 인체에 유해한 어떤 물질도 유입될 수 없죠. 그게 이 방의 최대 강점이자… 가장 큰 약점입니다.”
카인은 회장의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았다. 혈색 없는 얼굴, 살짝 벌어진 입술, 그리고 푸른 이끼 위로 얼룩진 녹색 반점들.
“이안 보안관, 회장님의 개인 의료 기록은 보셨습니까? 알렉산더 크로노스 회장은 극심한 폐 질환을 앓고 있었고, 며칠 전부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주기적으로 산소 흡입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사인은 심각한 신경 독극물에 의한 질식사였습니다. 폐 질환과는 무관한… 아니, 폐 질환이 있었기에 더욱 치명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안은 답했다.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죠. 그렇다면 독극물은 어떻게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이 방에 들어왔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누구도 보지 못한 채 사라졌을까요?”
그는 바닥의 이끼 융단 위, 회장의 시신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수사관들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아주 미세한 흠집이 보였다. 마치 아주 작은 바늘 끝으로 긁은 듯한, 그러나 이끼 조직의 심층까지 파고든 듯한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의 이끼들은 미묘하게 색이 바래 있었다.
“이건 그냥 이끼가 마른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안이 의아해하며 다가섰다.
“마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흡수당한 흔적입니다. 그리고 이 주변의 공기 흐름은… 미묘하게 불안정하군요. 아주 미세하게, 보통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요.”
카인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시선은 투명한 돔의 가장자리, 식물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한쪽 벽면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열대 식물들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설치된 은색 파이프들이 보였다. 이 파이프들은 이 인공 정원의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핵심 시스템이었다.
“이안 보안관, 이 ‘천공의 정원’ 스위트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는 항상 존재하죠.” 카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안은 어리둥절했다.
“이 방에는 이 모든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생명 유지 장치가 존재합니다. 정교한 습도 조절기, 자동 영양분 공급기, 그리고…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죠.”
카인은 이안을 데리고 무성한 덩굴과 이끼로 뒤덮인, 투명 돔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른 곳보다 유독 식물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다른 벽들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숨겨져 있었다. 표면은 매끄러웠으나, 미묘하게 다른 질감과 함께 아주 희미한 연결선이 육안으로 간신히 식별되었다.
“이곳은 ‘긴급 유지보수 패널’입니다. 이 정원의 생태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에서 접근하여 수리하거나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시스템이죠. 평소에는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으며, 이 모든 식물과 홀로그램 위장막으로 감춰져 있습니다. 고작 회장님의 감시 카메라가 이런 세밀한 위장을 뚫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카인은 손가락으로 그 미묘한 이음새를 톡톡 건드렸다. “이 패널은 특정 주파수의 음파 진동이나, 강력한 압력 변화를 통해서만 잠시 열립니다. 살인자는 이것을 이용한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외부에서 연 뒤에 다시 닫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여전히 외부 침입 흔적은 남지 않습니까?” 이안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요, 이안 보안관. 살인자는 *내부에서* 이 패널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살인자는 독극물을 주입하고… 그 패널을 통해 이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미세한 진동이 발생했고, 그 진동은 주변 이끼에 아주 작은 상처를 남겼죠. 그리고 그 작은 상처가 바로 살인자가 남긴 유일한 발자국입니다.”
카인은 다시 시신 옆으로 돌아왔다. “살인자는 회장님이 가진 폐 질환을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방의 특성 또한요. 신경 독극물을 아주 미세한 형태로 응축시켜, 마치 작은 먼지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특수한 공압 장치로 아주 짧은 순간, 목표물에게 분사한 겁니다. 회장님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요.”
“그리고 그 장치는… 이 긴급 유지보수 패널을 통해서 회수되었겠죠. 패널이 닫히는 순간, 모든 흔적은 사라졌을 테고, 공기 정화 시스템은 남아있던 미세한 독극물마저도 완벽하게 제거했을 겁니다. 완벽한 밀실 살인을 위장하기 위한… 완벽한 트릭이죠.”
이안은 말없이,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외심과 함께 모든 것이 풀렸다는 듯한 희미한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밀실은,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보였을’ 뿐이었다. 살인자는 그 허점을 노려, 가장 안전한 곳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카인은 창밖의 은하수를 응시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제 남은 건, 누가 이 트릭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목적이었는지 알아내는 것뿐이군요.”
‘에메랄드 포트리스 호’의 ‘천공의 정원’에 드리워졌던 불가능의 장막은, 천재 탐정의 예리한 통찰력 앞에 순식간에 걷혀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