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에피소드 1: 균열]
**[장면 1]**
**배경:** 낡았지만 나름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 거실. 밤, 어두컴컴한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작은 스탠드 조명 하나가 거실 한쪽을 간신히 밝히고 있다. 현우는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내레이션 (현우):**
밤은 언제나 혼자였다.
이 작은 공간, 낡은 아파트의 층고 낮은 거실에서 나는 매일 밤 도시의 어둠을 홀로 마주했다.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삶이었다.
아니, 오히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었다.
그랬던 것 같았다.
균열이 생기기 전까지는.
**[장면 2]**
**배경:** 현우의 부엌. 냉장고 문이 살짝 열려 있고, 그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현우는 컵라면을 들고 어두운 부엌 입구에 서 있다. 미간을 찌푸린 채 냉장고를 바라본다.
**현우 (독백, 짜증 섞인 한숨):**
또야? 젠장, 낡았으면 낡은 거지, 왜 자꾸 멋대로 열리고 난리야.
**내레이션 (현우):**
사소한 일이었다.
냉장고 문이 제멋대로 열리는 것.
벌써 일주일째였다. 처음엔 내가 제대로 안 닫았겠거니 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심지어 분명히 꽉 닫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냉장고 문은 삐걱, 하고 열려 있었다.
안에서 나오는 냉기만큼이나 싸늘한 기분이었다.
**[장면 3]**
**배경:** 현우의 책상 위. 사용 중인 노트북과 켜져 있는 스탠드,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연필꽂이. 현우는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사운드:** (투둑!) (연필꽂이에서 연필 하나가 툭 떨어지는 소리)
**현우:**
어?
**내레이션 (현우):**
그날 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정신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연필꽂이에서 연필 한 자루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책상 위는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현우 (독백, 떨어진 연필을 주워 들며):**
피곤한가. 헛것이 보이나.
**[장면 4]**
**배경:** 현우의 손이 연필을 다시 연필꽂이에 꽂는 모습. 이번에는 꽂자마자 연필들이 연이어 ‘투둑, 투둑, 투둑’ 떨어져 바닥에 흩어진다. 현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현우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며):**
야! 뭐야, 씨…
**내레이션 (현우):**
갑자기 모든 연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연필꽂이를 툭 치기라도 한 것처럼.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나는 황급히 바닥에 흩어진 연필들을 주워 담았다.
그러다 문득, 손이 멈췄다.
**[장면 5]**
**배경:** 바닥에 흩어진 연필들 사이. 한 연필의 심 끝이 살짝 부러져 있다. 마치 날카로운 것으로 긁힌 듯한 흔적. 그 옆으로 현우의 떨리는 손이 닿아있다. 현우의 시선이 연필 끝에 고정된다.
**내레이션 (현우):**
연필 하나가, 마치 무언가에 긁힌 것처럼, 끝이 살짝 뭉개져 있었다.
오래된 연필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훼손된 적은 없었다.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는 불쾌한 예감에 가까웠다.
**[장면 6]**
**배경:** 현우의 거실. 시간은 한밤중. 모든 불이 꺼져 있고, 창문 밖 도시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온다. 현우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 하지만 불안한 듯 눈을 감지 못한다.
**사운드:** (긁긁긁…) (벽에서 무언가를 긁는 듯한 소리)
**현우 (속삭임):**
…젠장.
**내레이션 (현우):**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윗집이나 옆집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음이라고 생각했다.
밤늦도록 공사라도 하나, 아니면 아이가 있는 집인가.
하지만 그 소리는… 일반적인 소음과는 달랐다.
정확히는, 내 방 벽에서부터 시작되는 소리였다.
**사운드:** (긁긁긁… 드득… 긁긁…) (소리가 점점 선명하고 가까워지는 듯하다. 현우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현우:**
(이불을 더욱 세게 끌어당긴다)
…미쳤나 봐, 내가.
**내레이션 (현우):**
점점 선명해지는 긁는 소리.
마치 손톱으로 벽지를 찢어내려는 듯한, 끈적하고 불쾌한 소리였다.
환청이라고 애써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내 피부에 닿는 차가운 공기처럼, 그 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장면 7]**
**배경:** 다음 날 아침. 현우는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피곤한 얼굴이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 중이다.
**현우 (통화 중):**
…어, 민준아. 나야.
(한숨)
아니, 잠을 좀 설쳤어.
(피식, 애써 웃는 표정)
무슨 귀신이야, 내가 나이를 몇이나 먹었는데. 그냥 잠자리가 불편한가 봐.
아니, 근데 좀… 이상하긴 해.
음… 냉장고 문이 자꾸 열리고, 연필이 막 쏟아지고. 벽에서 이상한 소리 나고.
옆집 애가 장난치는 건가? 내가 딱히 원한 살 일도 없는데.
**민준 (수화기 너머, 목소리):**
야,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잠도 못 자고 헛것 보는 것 같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지.
하여간, 그 동네 자체가 좀 으스스하긴 해. 오래된 아파트잖아.
혹시 진짜 누가 숨어들어온 거 아니야? 문단속은 잘 했고?
**현우:**
(어이없다는 듯 웃음)
이 낡아 빠진 아파트에 누가 숨어들어 와. 그리고 문단속이야 칼같이 하지.
몰라,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봐.
**민준 (수화기 너머):**
야, 혹시 모르니까 오늘 저녁에 맥주나 한잔 할래? 집에서.
(피식)
내가 너네 집 가서 탐정 놀이 좀 해줄게. 누가 문 열고 연필 던지는지.
**현우 (피로하지만 조금 안심한 듯 미소 짓는다):**
그래라. 와서 술이나 까.
**내레이션 (현우):**
친구의 농담 섞인 위로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래,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수도 있다.
냉장고는 그냥 낡은 거고, 연필은 내가 험하게 다룬 거고, 벽 소리는 층간 소음이겠지.
아마도.
**[장면 8]**
**배경:** 한밤중의 현우 아파트. 거실 불은 꺼져 있고, 주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현우가 현관문을 꼼꼼히 잠그고 안전장치까지 내린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엿보인다.
**사운드:** (철컥)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
**내레이션 (현우):**
민준이 돌아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조금은 술기운에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민준은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너 피곤한 거야!”라며 낄낄댔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현관문을 평소보다 더 꼼꼼히 잠갔다.
안전장치까지 이중으로 걸어 잠그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장면 9]**
**배경:** 현우의 침실. 현우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눈을 감으려 애쓰는 표정.
**사운드:** (짤그랑… 짤그랑…) (쇠가 부딪히는 소리, 주방 쪽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현우 (속삭임):**
…젠장.
**내레이션 (현우):**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주방에서부터.
냉장고 문 열리는 소리인가?
아니, 그보다 더 둔탁하고, 불쾌한 쇠붙이 소리.
마치 누군가 부엌칼을 식탁에 질질 끄는 듯한 소리였다.
**현우 (벌떡 일어난다. 심장이 발끝까지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
…누구야.
**내레이션 (현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부엌 쪽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설마, 민준이 말했던 대로 정말 누가 침입한 건가?
하지만 현관문은 분명 잠겨 있었다.
이중으로.
**[장면 10]**
**배경:** 거실과 부엌 사이의 복도. 현우는 조심스럽게 부엌 입구로 다가간다.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창백하다. 부엌은 어둡지만, 창밖의 희미한 불빛과 내부의 미약한 광원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우 (속삭임):**
…거기 누구 없어요?
**사운드:** (탁… 탁… 탁…) (부엌 식탁 위에서 무언가가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 점차 빨라지고 강해진다.)
**내레이션 (현우):**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식탁 위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으로 식탁을 두드리는 것처럼.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훨씬 더 섬뜩하고, 의도적인 소리로 들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부엌 입구에 섰다.
**[장면 11]**
**배경:** 현우의 부엌. 어둠 속에서 식탁 위가 희미하게 보인다. 현우가 부엌 문간에 서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식탁을 응시한다. 식탁 위에는 유리컵 하나가 허공에 떠 있다.
**현우 (경악에 찬 비명):**
끄아아악!
**내레이션 (현우):**
그리고, 보았다.
식탁 위에는 내가 방금 전에 마시고 대충 엎어놓았던 유리컵이 있었다.
그 컵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식탁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니, 굴러다니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컵을 들어 올렸다가, 탁, 하고 식탁에 내려놓는 듯했다.
반복적으로.
규칙적으로.
그리고 내가 보는 앞에서, 그 컵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사운드:** (쨍그랑!) (유리컵 깨지는 소리)
**[장면 12]**
**배경:** 부엌 바닥. 산산조각 난 유리컵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현우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 공포에 질린 채 부엌 문간에 서 있다. 그의 눈동자는 동공지진을 일으킨다.
**사운드:** (끼이이이익…) (냉장고 문이 느리게 열리는 소리)
**내레이션 (현우):**
유리 조각들이 흩어지는 소리가, 내 귀에는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환각일 거야.
누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거야.
**현우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내레이션 (현우):**
내 질문에 대한 답인 양, 이번에는 냉장고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섬뜩하게 비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니, 그 안 *뒤*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장면 13]**
**배경:** 냉장고 문이 활짝 열린 상태. 안쪽 벽면에 희미하고 기괴한 형상이 어른거린다. 마치 벽의 얼룩 같기도 하고, 무언가의 잔상 같기도 한, 기분 나쁜 형태. 너무나도 모호해서 제대로 알아볼 수 없지만, 불쾌감을 주는 형태이다. 현우는 그것을 보고 완전히 얼어붙는다. 그의 시선은 공포로 가득 차 있다.
**내레이션 (현우):**
그것은 형체가 없었다.
아니, 너무나도 많은 형체를 동시에 가진 듯했다.
벽에 스며든 그림자인가. 아니면 냉장고 속 성에가 만들어낸 착시인가.
너무 흐릿해서 윤곽을 잡을 수 없었지만,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꿰뚫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내 존재의 근원을 조롱하듯이, 냉장고 속의 찬 공기가 심장을 짓누르는 듯했다.
**사운드:** (쉬이이이익…) (차가운 공기가 새어 나오는 소리. 또는 미세한 속삭임 같은 소리.)
**내레이션 (현우):**
그것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아파트에, 내 세상에, 침투해버린…
어떤, *균열*이었다.
**[장면 14]**
**배경:** 현우의 얼굴 클로즈업. 눈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 차 있고, 입은 벌어져 있지만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듯하다. 눈동자에 희미하게 냉장고 속의 형상이 비친다. 그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현우 (목에서 간신히 쥐어짜내는 듯한 신음):**
…아아…
**내레이션 (현우):**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그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잔해 위로, 섬뜩한 어둠이 드리워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
**배경:** 아파트 외관. 밤하늘 아래, 현우의 아파트 창문 하나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인다. 도시의 불빛 속에 파묻혀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창문 뒤 실루엣으로 현우의 형체가 공포에 질려 비틀거리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내레이션 (현우):**
그 밤, 나의 지옥은 시작되었다.
아니, 이미 시작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몰랐을 뿐.
이 아파트는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니었다.
그것의… 놀이터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갇혔다.
—
**[다음 화 예고]**
**배경:** 어둠 속에서 문틈으로 끈적한 검은 액체가 스며 나오는 모습.
**내레이션:** 벽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문틈으로 스며드는 그림자. 이현우는 과연 이 기괴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음 에피소드에서, 광기는 더욱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