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 11시 32분. 거실은 온통 암흑이었다. 미나는 손에 든 스마트패드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재건축이 한창인 도시에서, 이런 낡은 아파트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삐걱거리는 마루, 어디선가 스며드는 곰팡이 냄새, 그리고 가끔씩 벽을 타고 흐르는 듯한 기묘한 진동. 그 모든 것이 ‘싸구려 임대료’라는 말 한마디로 납득되었다. 적어도 이사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젠장, 또.”

천장의 형광등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짧게, 마치 맥박처럼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미나는 익숙하게 스마트패드를 흔들었다. 화면에 뜬 웹소설의 글자가 불꽃처럼 흔들리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최근 한 달간 거의 매일 반복되는 현상이었다. 처음엔 전압 불안정 때문이겠거니 했다. 오래된 건물은 다 이렇다고, 인터넷 게시판의 익명 글들이 그리 말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랐다.

오늘은 왠지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분명 에어컨은 꺼져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이라지만, 이건 냉골이었다. 소름이 팔뚝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끼며, 미나는 제 몸을 팔로 감쌌다. 얇은 잠옷 셔츠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문득, 부엌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작은 소리였지만, 미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들었나?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옆집 소음일 수도 있고, 위층에서 뭘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이 아파트가 얼마나 얇은 벽을 가졌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 화면 속 소설 속 주인공은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미나의 눈은 글자에 닿지 못했다. 귀가 쫑긋 섰다. 모든 신경이 부엌으로 향해 있었다.

다시 한 번.
‘짤그랑.’
이번엔 조금 더 명확했다. 식탁 위에 놓인 유리컵들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흔들리는 컵 소리. 누군가 식탁을 건드린 것처럼.

미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불안한 예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지만, 동시에 호기심이 그녀를 이끌었다. 혹은, 이런 불확실한 공포보다는 명확한 대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패드의 불빛에 의존해 어둠 속을 걸어 나갔다. 부엌은 거실보다 더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창밖에서 가끔씩 새어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이 흐릿한 윤곽만을 그려주었다. 식탁 위, 어둠 속에서 유리잔 세 개가 희미하게 빛났다. 움직임은 없었다.

미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제일 가까운 유리잔을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마치 얼음물을 담아두었던 것처럼.
“뭐지….”
중얼거림과 동시에,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미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휙 돌렸다.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에 들어있던 냉장식품의 유통기한이 적힌 작은 종이들이 덜렁거렸다. 분명히 닫았었는데. 그녀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셨고, 꼼꼼하게 문을 닫았다. 항상 그랬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이건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이 안에 있었다. 미나는 다급하게 휴대폰을 찾았다. 소파 위에 던져두었던 기억이 났다.
등 뒤에서 다시 ‘스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마치 긴 옷자락이 바닥을 스치는 듯한 소리였다. 미나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 크게 뜨고 어둠 속을 응시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시야를 갉아먹는 짙은 어둠만이 존재했다.

“누구세요…?”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누군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 존재는 숨도 쉬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그 불쾌한 냉기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나는 순간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거실로 달음박질쳤다. 소파에 겨우 몸을 던지고, 다급하게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손이 덜덜 떨려 지문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간신히 잠금을 해제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하지만 화면에 뜬 것은 ‘서비스 없음’ 메시지였다.

“이럴 리가….”
그녀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분명히 통신사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항상 신호는 빵빵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한 고립이었다.

그때,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작은 탁자 위에서 컵 하나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아주 느리게, 마치 누군가 그 컵을 조심스럽게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미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이 부딪혔다. 컵이 깨진 자리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했다. 형태는 없었다. 그저 공간 자체가 왜곡되는 듯한 불쾌한 시각적 효과였다. 마치 어둠이 더 짙은 어둠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나가… 나가라고…!”
그녀는 무의미하게 소리쳤다. 목소리가 찢어질 듯 했다.

그때,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기울었다. 액자 속 사진은 낡은 흑백 풍경이었다. 오래전, 이 도시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때의 사진. 수십 년 전, 거대한 돔형 구조물이 도시의 상공을 뒤덮으려 했던 실패한 ‘에테르 에너지 프로젝트’의 잔해가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이 아파트가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실험의 중심부였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미나는 액자를 살 돈이 없어, 집주인이 남겨둔 것을 그대로 걸어두고 있었다.

그 액자가, 지금은 서서히 벽에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액자의 한쪽 끈이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액자가 떨어지면서 사진이 왜곡된 채 뒤집혔다. 그리고 그 순간, 액자의 유리 너머로 희미한 글자가 떠올랐다. 마치 유리 안쪽에서 글자가 긁히고 있는 것처럼.
**”돌아가.”**
글자는 검고 뭉개진 형태로, 간신히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피로 쓴 것 같았다.

미나는 더 이상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얼어붙은 듯 벽에 등을 대고 서 있었다. 공포가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거실의 모든 물건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낡은 장롱의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소파의 쿠션이 저절로 튀어 올랐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문득 침묵이 찾아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잠시 멈춘 것처럼.

하지만 그 침묵은 더욱 끔찍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벽에 기댄 액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돌아가.”**
그때, 방문이 ‘삐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 침실 안쪽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스르륵, 스르륵. 마치 거대한 뱀이 바닥을 기어오는 것처럼.

미나는 간신히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에, 침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타오르는 불씨 같았다.
그리고 그 불씨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파트의 낡은 시계가 째깍거리며 새벽 12시를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