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진 채, 강태준은 숨을 헐떡였다. 뇌를 쥐어짜는 듯한 어지럼증과 함께 지난 시간의 잔상이 뭉개진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익숙한 감각. 시간의 찢어지는 비명,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맞춰지는 찰나의 침묵. 이번엔… 어디인가?

눈을 떴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싸이렌 소리, 그리고 핏빛 노을이 지는 저택의 실루엣이었다. 낡았지만 위압적인 외관.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또다시, 이곳인가. 수없이 반복된 과거의 어느 한 조각인가.

“형사님! 여기입니다!”

저택 앞마당에 세워진 폴리스 라인을 넘어선 김 반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얼굴은 벌써부터 짜증과 좌절로 일그러져 있었다. 김 반장이라… 이번엔 어떤 사건이 그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든 걸까. 태준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에서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 조각들을 다시 맞춰나갔다. 이 저택, 이 시기… 분명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내부로 들어서자, 복잡한 인파 속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현장 감식반, 제복 경찰들, 그리고 형사들. 모두의 얼굴에 피로와 당혹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김 반장이 그를 한 서재 문 앞으로 이끌었다.

“강 형사, 자네 정말… 이럴 때만 나타나는군. 아니,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번엔 진짜, 미쳐버릴 지경이야.” 김 반장의 목소리는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태준은 서재 문을 응시했다. 육중한 마호가니 문. 틈 하나 없이 견고해 보이는 외형. 그리고 문고리에 걸린 ‘출입금지’ 테이프.

“피해자는 정 사장.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은둔형 외톨이에다가 성격도 개차반이라 원한 살 일이야 수두룩할 놈이지. 그런데… 문제는 살해 방식이야.” 김 반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태준은 김 반장의 설명을 들으며, 문틈, 경첩, 문틀의 미세한 흔적까지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그의 시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쩌면 다가올 미래까지 겹쳐보는 듯했다.

“밀실이야, 강 형사. 완벽한 밀실. 문은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었고, 유일한 열쇠는 정 사장 시신이 움켜쥐고 있었어. 창문은 보시다시피 저 위쪽이라 사람 드나들 공간도 안 되고, 안에서 빗장까지 단단히 걸려 있었지. 환풍구? 그건 무슨 장난감 구멍도 아니고, 사람 몸이 들어갈 틈이 없어. 숨겨진 통로? 저택 도면 다 훑어봤지만 그런 건 없어. CCTV도 현관하고 외부 몇 군데만 돌고 있었지, 이 안쪽은 사각지대였어.”

김 반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범인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어야 했다. 태준은 문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묵직한 마호가니 문은 마치 비밀을 영원히 가두려는 듯 굳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후텁지근하고 텁텁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화려한 장식과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가득한 서재. 그리고 그 한가운데, 거대한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는 정 사장의 시신이 있었다. 등에 박힌 칼자루가 섬뜩하게 박혀 있었다. 피는 이미 굳어 검붉은 자국을 남겼다.

“사인(死因)은 과다출혈. 등 부위 자상으로 인한 즉사로 추정돼. 칼은… 아마 정 사장의 수집품 중 하나였을 거야. 희귀한 장식용 칼이었거든. 지문? 엉망진창이야. 원래 정 사장 서재에 들어오는 하인들은 거의 없었고, 정 사장 본인 지문 말고는 죄다 먼지투성이였지. 범인 지문은 아직 못 찾았어.” 감식반원이 조심스럽게 브리핑했다.

태준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탁자 위, 책장, 바닥의 카펫…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의 눈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물에 얽힌 시간의 흐름, 미세한 잔류 감각, 그리고 보이지 않는 패턴을 읽어냈다.

“유일한 열쇠는 정 사장 손에 꽉 쥐어져 있었고, 죽은 후에 누군가 그 열쇠를 다시 손에 쥐여준 흔적도 없어. 경직된 손가락이 증명해주고 있지. 스스로 잠그고 자살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등 뒤에서 칼이 박혔는데 말이야.” 김 반장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경찰들의 눈에는 그저 ‘완벽한 밀실’이었다. 하지만 태준의 눈에는… 보였다. 아주 작은, 그러나 결정적인 이질감. 서재의 창문 빗장. 창틀 깊숙이 박힌 빗장쇠는 견고하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빗장쇠의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는 흠집. 그리고 빗장쇠 아래, 창틀에 미세하게 묻어 있는 얼룩. 그것은…

태준은 허리를 숙여 창틀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가늘고 섬세한 먼지 입자를 쓸어냈다. 일반적인 먼지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손바닥에 모아들였다. 아주 미세한, 금속 가루.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느낌.

“김 반장님.” 태준이 나지막이 불렀다.

“왜? 뭐라도 찾았나?” 김 반장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왔다.

“창문 빗장, 언제 잠겨 있었습니까?” 태준의 질문은 의외였다.

“그야, 사건 접수하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잠겨 있었지. 감식반이 확인했을 때도 안에서 굳건히 잠겨 있었고. 그게 왜?” 김 반장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요. 다시 말해보죠. 이 빗장, 처음부터 잠겨 있었습니까?”

김 반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처음부터 잠겨 있었다니까!”

태준은 빗장쇠의 미세한 흠집과 손바닥의 금속 가루, 그리고 뇌리를 스치는 한 장면을 연결했다. 과거의 기억, 혹은 미래의 퍼즐 조각.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뇨, 김 반장님. 이 빗장은 ‘원래부터’ 잠겨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방은… 밀실이 아니었어요.”

모든 시선이 태준에게로 향했다. 김 반장의 얼굴은 혼란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방은… 범인이 나간 뒤에, 외부에서 ‘잠긴 척’ 꾸며진 겁니다. 그것도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말이죠.”

태준은 손바닥에 모인 미세한 금속 가루를 김 반장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건… 빗장쇠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겁니다. 창문 빗장쇠는 안에서 잠겨 있었지만, 사실 이 빗장쇠는 특수하게 제작된 장치로 외부에서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범인은 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거나 나갔고, 마지막에 이 빗장을 외부에서 잠그는 척하면서, 모든 사람의 눈을 속인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단서를 남겼죠. 그리고 그 단서는… 이 저택의 어딘가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은 서재 안에 있는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밀실이라고 굳게 믿었던 견고한 성이, 그의 한마디에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했다. 태준의 눈은 서재 구석,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낡은 시계탑을 향했다. 정 사장의 서재에 왜 낡은 시계탑이 놓여 있을까. 그것도…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계탑이.

그 시계탑은,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또 다른 ‘시간’과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태준은 그렇게 말하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시계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풀어내는 것이,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이 트릭의 뒤에는, 시간을 거스르는 자신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