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챕터 1. 어둠 속의 한 점 온기**

“젠장, 빌어먹을!”

지혁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녹슨 스패너를 내던졌다. 텅 빈 우주선 내부를 울리는 금속음이 초라하게 퍼져나갔다. 그의 눈앞에는 수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낡은 통신 패널이 너덜너덜한 전선 다발을 드러낸 채 그를 조롱하듯 굳게 닫혀 있었다. 우주선 아르카나 호, 아니, 이제는 그저 고철 덩어리가 된 ‘아르카나의 잔해’ 속에서 지혁은 몇 시간째 씨름 중이었다.

이곳은 ‘죽은 별들의 묘지’라 불리는 오버나인 섹터. 수백 년간 버려진 우주선들이 유성과 뒤엉켜 표류하는 곳이었다. 그에게 이런 위험한 곳까지 와서 고작 이런 싸구려 부품을 뜯어내야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은하 제국 변방 행성에서도 버림받은 신세, 그게 바로 지혁의 현실이었다.

그는 다시 스패너를 주워 들었다. “그래, 고철이라도 돈은 되니까.” 그는 중얼거렸다. 어깨에 멘 낡은 공구 가방이 삐걱거렸다. 닳고 닳은 작업복은 그의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헬멧 안에서 한숨을 쉬자 탁한 공기가 서리 맺혔다. 산소는 충분했지만, 이 우주선의 오래된 먼지와 곰팡이 냄새는 헬멧 필터를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지혁은 통신 패널 옆의 고정 볼트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녹이 슬다 못해 아예 한 몸이 되어버린 볼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끈질긴 놈 같으니.” 그는 온몸의 힘을 실어 스패너를 비틀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볼트는 부러져 나갔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볼트가 부러지면서 그 충격으로 통신 패널 바로 아래, 완전히 밀봉되어 있던 벽면의 일부가 안쪽으로 쑥 꺼져 들어간 것이다.

“뭐야?”

지혁은 눈을 비볐다. 분명히 저곳은 단순한 격벽이었다. 어떤 우주선 설계도에도, 심지어 해적들이 비밀리에 주고받는 ‘묘지 섹터 선박 스캔 자료’에도 저런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호기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패널이 꺼진 틈새로 손을 뻗었다. 낡은 금속성 패널은 안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긁히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흙먼지 낀 손전등을 비추자, 지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일반적인 우주선 부품과는 거리가 먼 물건이었다. 그곳에는 단단한 케이스에 담겨 있는,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아니, 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기묘했다. 푸른색, 아니, 에메랄드와 사파이어의 중간쯤 되는 오묘한 색을 띠고 있었는데, 단순히 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는 듯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고동치는 작은 심장처럼.

지혁은 헬멧의 조명 기능을 최대로 올렸다. 길고 가늘게 이어진 섬세한 문양이 그 푸른 결정의 표면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이런 물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흔한 에너지 코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장식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견고하고,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고대의 유물? 그렇다면 이걸 만들었던 문명은 대체 어떤 수준이었을까?

그는 잠시 망설였다. 이런 미지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폭발할 수도 있고, 독성 물질을 내뿜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빛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지혁은 결국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는 예상외로 부드럽게 열렸다. 내부에 담긴 푸른 결정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검지로 조심스럽게 결정을 건드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푸른 결정에서 작은 파동이 퍼져나갔다. 마치 수면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이 지혁의 손끝을 타고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낡고 어두운 우주선 내부가 잠시,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환하게 빛나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빛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동시에 엄청난 힘을 담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그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고, 수많은 별과 은하의 광경이 그의 시야를 압도했다.

“흐읍!”

지혁은 놀라서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결정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파동은 더욱 거세졌고, 그의 몸 안으로 밀려드는 알 수 없는 힘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듯했고,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담긴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르카나 호의 잔해, 고요하고 죽어있던 우주선 내부의 모든 전자 기기들이 동시에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비상등이 깜빡이고, 멈춰있던 통신 패널에서 지직거리는 잡음이 터져 나왔다. 먼지 쌓인 콘솔의 스크린이 갑자기 푸른빛을 내뿜으며 알 수 없는 문양들을 빠르게 띄워 올렸다.

지혁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겨우 손을 떼어냈다. 그의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심장이 미친 듯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손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온기는 사라지지 않고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는 방금, 너무나도 거대하고 오래된, 그리고 강력한 무언가와 접촉한 것이다.
어둠 속에서, 죽은 우주선 속에서, 그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힘의 일부를 깨운 것이었다.

푸른 결정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발견해 준 지혁에게 속삭이듯이.
지혁은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젠 그저 고철을 뜯어내던 평범한 우주 잡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며.
그의 우주선, ‘방랑자 호’로 돌아가는 길은, 이제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