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텅 빈 소음**

최지훈은 오늘도 늦게야 현관문을 열었다. 도시의 밤은 그의 지친 어깨에 납덩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문을 닫자마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도시의 소음과 그를 가르는 듯했다. 새로 지은 오피스텔은 낮 동안의 햇빛을 머금고 있어도 밤이 되면 어딘가 차갑고, 고요함마저도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는 습관처럼 손에 들린 열쇠 꾸러미를 현관 옆의 작은 선반에 툭 던져 놓았다. 짤랑, 하는 소리가 텅 빈 공간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피곤해 죽겠네.”

중얼거림조차 힘에 부쳤다. 지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거실로 향했다. 불을 켜지 않은 실내는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익숙한 암흑 속에서 그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머리칼이 닿는 순간, 이불 속처럼 포근한 잠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자 몸이 찌뿌드드했다. 소파에서 잠들었나 보았다. 시간은 벌써 새벽 두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씻고 자야지.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는데, 현관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슥, 스슥.

마치 발끝으로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였다. 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하지만 옆집은 이웃이 이사 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는 다시 한번 귀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피곤해서 헛것이 들렸나 보다, 생각하며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새벽녘,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선 지훈은 다시 한번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 현관 선반에 던져놓았던 열쇠가 신발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누군가 정성껏 올려놓은 것처럼.

“내가 올렸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아니다. 열쇠가 선반에서 떨어질까 봐 애써 올려놓은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피곤한 탓에 무심코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뇌가 보내는 피로 신호일 것이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며칠이 더 흘렀다. 매일 야근에 시달리는 지훈의 일상은 무미건조했다. 하지만 밤마다 그의 아파트에선 설명하기 힘든 작은 일들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이 베개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베개 아래에 두고 자는 습관이 없었다. 또 다른 날에는, 밤새 충전하고 잠들었던 무선 이어폰 케이스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충전기에서 뽑힌 채로.

“젠장, 건망증이 이렇게 심해졌나?”

지훈은 혼란스러웠지만, 딱히 누구에게 말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했다가는 그저 피곤해서 착각하는 예민한 사람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그래.

하지만 가장 섬뜩했던 건 지난 밤이었다. 지훈은 저녁을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텅 빈 냉장고 안에는 물병 하나가 달랑 놓여 있었다. 그는 물을 마시고 물병을 다시 냉장고 문 쪽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데, 주방 쪽에서 ‘달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주방 식탁 위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훈은 의아한 얼굴로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그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물병이 놓여 있었다. 마개가 열린 채로. 그리고 식탁 위에는 물이 살짝 엎질러져 있었다. 물방울 자국이 선명했다.

“이게… 뭐야.”

지훈은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해도, 냉장고에 넣었던 물병을 식탁 위에 올리고, 심지어 마개까지 열어서 물을 흘릴 리는 없었다. 그 순간, 그는 텅 빈 아파트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애써 애써 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 애썼다. 분명히 내가 무의식중에 저지른 행동일 거야. 피곤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는 물병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 식탁 위를 닦았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세 시, 지훈은 침대에 누워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의 귀에는 이명이 울리고, 몸은 땀으로 축축했다.

그때였다.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였다. 지훈은 숨을 멈췄다.

쿵, 쿵, 쿵.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무언가가 거실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무겁고 둔탁한 소리. 마치 사람이 걷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질질 끄는 것 같기도 했다. 지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질렀다.

“누구… 없어.”

그는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메아리뿐이었다. 소리는 더 가까워졌다. 이제는 침실 문 바로 앞에서 들리는 듯했다. 지훈은 이를 악물었다.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렸다.

스르륵.

침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문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미약하던 불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침실은 완벽한 암흑에 잠겼다. 지훈은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살갗을 스쳤다. 마치 누군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확신했다. 지금 이 방에, 자신 말고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공기는 묵직하고 차가웠다. 마치 얼음덩이가 그의 심장을 짓누르는 듯했다.

갑자기, 그의 눈앞에 놓여 있던 작은 탁상이 거실 바닥을 긁으며 슥,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지훈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탁상은 멈추지 않았다. 불과 몇 초 만에, 탁상은 침대 발치까지 스르륵 기어왔다. 그리고 그 위에 놓여 있던 조악한 도자기 인형이 그의 눈앞에서 천천히 쓰러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쳐낸 것처럼.

“흐읍!”

그는 숨을 헐떡였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온몸의 뼈마디가 얼어붙은 듯했다.

텅 빈 방 안에서, 마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 너, 혼자가 아니야.

지훈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척였다.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탁상은 침대 바로 옆에 멈춰 서 있었고, 쓰러진 인형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는 발버둥 치며 침대에서 떨어져 나왔다. 바닥에 주저앉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휴대폰 불빛을 켰다.

환해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탁상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작은 손자국이었다. 먼지가 쌓인 탁상 표면에 새겨진, 성인의 손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아이의 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섬뜩하고 완벽한 손자국이었다.

그는 절규했다. 이젠 더 이상 합리화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착각도, 피로도 아니었다.

이곳에, 이 아파트에, 그와 함께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