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축축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쑤셔 들어왔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피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구역질을 유발했다. 이 던전의 모든 방이 그러하듯, 돌벽은 얼룩덜룩한 이끼로 뒤덮여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마석 등불만이 희미하게 빛을 뿌렸다. 그 빛 아래, 우리 탐사대의 일원이자 꼼꼼한 기록 담당이었던 최지훈이 차갑게 식은 주검으로 누워 있었다.

“빌어먹을…!”

탐사대장 강민준의 굵은 목소리가 좁은 방 안을 울렸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뒤편에는 마법사이자 탐사대의 두뇌인 이수현이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최지훈의 시신과, 그 방을 둘러싼 완벽한 밀실의 증거를 번갈아 응시하며 혼란에 빠진 듯했다. 막내이자 정찰병인 박선우는 벽에 기대 서서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최지훈의 시신에 가까이 다가갔다. 심장에 정확히 박힌 단검은 탐사대 공용 지급품 중 하나였다. 칼자루에는 아무런 지문도 남아있지 않았다. 방안은 뒤엉킨 이불과 소지품들로 어수선했지만,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누가 지훈이를 죽였단 말이야…!” 강민준이 다시 한번 울분을 터뜨렸다.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오직 하나입니다.” 이수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 유적의 오래된 돌문이죠. 안쪽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았어요. 최후에는 민준 대장님이 강제로 파괴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방의 유일한 출입구이자 강제로 부서진 돌문을 훑어보았다. 돌문은 두꺼운 암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안쪽에는 묵직한 쇠로 된 빗장이 걸려 있었다. 문틈 하나 없이 완벽하게 닫힌 돌문. 밖에서는 절대로 열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최지훈은 칼에 찔려 죽어 있었다.

“죽은 자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칼을 뽑아 자살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그것도 스스로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고, 손잡이에 묻었을 피를 닦아낸 다음?” 내가 중얼거렸다. 최지훈의 시선은 천장을 향해 멍하니 고정되어 있었다. 스스로 칼을 뽑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힘이 빠진 자세였다. 게다가 칼자루는 깨끗했다. 누군가 죽인 것이 분명했다.

“류승호, 자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나?” 강민준이 나를 보며 물었다. 그의 눈에는 한 가닥 희망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내가 이 상황을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는 내가 ‘천재 탐정’이라는 별칭을 던전 깊숙한 곳까지 퍼뜨린 장본인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웅크려 앉아 최지훈의 시신을 다시 살폈다. 그의 손에는 어떤 저항의 흔적도 없었다. 주변에 흩어진 소지품들도 누가 뒤진 흔적이라기보다는, 그가 잠들기 전에 평소처럼 벗어던진 옷가지와 책 몇 권이었다.

“마지막으로 지훈이를 본 게 언제죠?” 내가 물었다.

“어젯밤 식사 후에요.” 이수현이 답했다. “오늘 아침에 제가 깨우러 갔을 때 문이 잠겨 있었고요. 계속 반응이 없어서 민준 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방에 드나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군요.”

박선우가 흐느끼며 말했다. “네, 저희는 모두 밖에 천막을 치고 잤습니다. 밤새 보초를 서는 사람도 있었고요. 아무도 이 방 근처에 접근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훈이는 늘 예민해서, 혼자 자겠다고 저 방을 고집했어요.”

나는 시선을 돌려 방안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훑었다. 벽, 바닥, 천장. 돌문과 이음새. 어떤 작은 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이 던전의 방들은 모두 비슷비슷했다. 고대 유적의 잔해 위에 던전의 에너지가 덧씌워진 형태. 돌벽은 습기에 젖어 축축했고, 천장 일부는 불안하게 금이 가 있었다. 최지훈의 시신이 놓인 곳 주변으로 물방울 몇 개가 맺혀 있었다.

“흐음…” 내가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뭔가 발견했나, 류승호?” 강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손을 뻗어 천장의 물방울을 찍어 맛보았다. 밍밍한 물맛. 평범한 지하수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돌문을 살펴보았다. 문이 부서지면서 생긴 먼지 외에, 아래쪽 문틈 부근에 달라붙은 미세한 붉은색 이물질이 눈에 띄었다. 먼지나 이끼와는 확연히 다른, 끈적이는 듯한 느낌의 잔여물이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보니 옅은 향이 났다. 이 던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 촉수’의 끈적한 수액 냄새였다.

“덩굴 촉수?” 이수현이 내가 중얼거린 단어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던전 생태계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그것들이 여기에 자생할 리가 없는데… 이 방은 너무 건조해요. 습한 곳에서만 자라는 녀석들인데.”

나는 몸을 일으켜 이수현에게 다가갔다. “맞아요. 자생할 리 없죠. 하지만 누군가 가져왔을 수는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고 유연한 녀석을요.”

내 말에 이수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돌문 쪽으로 돌아섰다. “이 돌문은 안쪽의 빗장을 위로 올리면 열리고, 아래로 내리면 잠깁니다. 최지훈은 안에서 살해당했고, 문은 빗장이 내려진 상태로 발견됐죠.”

강민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밀실인 것이고요!”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요, 대장님. 이건 밀실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밀실처럼 위장된 방’이죠.”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문에 고정됐다.

“자, 상상해 봅시다. 범인은 최지훈을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가야겠죠. 어떻게 나갈까요? 빗장이 걸린 문을 뚫고? 마법으로? 아닙니다. 범인은 평범하게 이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물론 빗장을 위로 올려서요.”

박선우가 불안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간 뒤에는 누가 문을 잠급니까? 안에서 잠갔어야 하는데요.”

“바로 그겁니다.” 나는 문틈에 남아있는 붉은 수액 잔여물을 가리켰다. “범인은 문을 열고 나간 뒤, 빗장을 다시 아래로 내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 던전의 특수한 식물인 덩굴 촉수를 이용한 겁니다.”

이수현이 숨을 들이켰다. “설마… 얇고 긴 덩굴 촉수를 문틈 아래로 밀어 넣어서… 안쪽에 있는 빗장을 조작했다는 건가요?”

“정확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돌문은 완벽하게 닫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쪽에 아주 미세한 틈이 있습니다. 덩굴 촉수처럼 유연하고 끈끈하며 힘이 있는 재료라면, 충분히 문틈으로 통과시켜 빗장을 잡고 아래로 당길 수 있었겠죠. 범인은 미리 준비한 덩굴 촉수를 이용해 문을 닫은 뒤 빗장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덩굴 촉수는 다시 바깥으로 회수했고요.”

강민준이 멍한 얼굴로 문틈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가 말하는 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설명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 범인이 누굽니까?” 강민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에는 분노가 아닌, 차가운 살기가 섞여 있었다.

나는 남은 이들을 천천히 훑었다. 강민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박선우는 여전히 벽에 기대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이수현.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덩굴 촉수 수액 흔적과 돌문을 번갈아 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덩굴 촉수는 던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런 기묘한 방식으로 조작할 만큼 숙련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특히 문틈으로 넣어 정교하게 빗장을 조작할 정도라면, 덩굴 촉수의 성장 방식, 유연성, 그리고 적당한 굵기의 개체를 선택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합니다.”

내 시선은 이수현에게 고정되었다.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것이 확연했다.

“수현 씨.”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탐사대에서 던전 생태학에 가장 정통하고, 덩굴 촉수의 다양한 활용법을 연구하던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죠. 당신의 허리춤에는 늘 덩굴 촉수 표본이 묶여 있었고요.”

이수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최지훈은 무엇을 알았습니까? 당신이 숨기려던 진실은 무엇이었기에 그를 죽여야 했죠?” 나는 최지훈의 시신을 가리켰다. “어젯밤, 최지훈은 당신이 몰래 숨겨둔 어떤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이 던전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고대 보물에 대한 정보겠죠. 최지훈은 그걸 공유하자고 했고, 당신은… 탐사대원들과 나누기 싫었던 겁니다.”

이수현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수현이가…?” 강민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박선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겁에 질린 채 이수현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지훈이가 잠든 줄 알고 방에 들어갔겠지.”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날카로웠다. “혹은, 잠시 깨어난 지훈이 당신의 계획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겠군. 급하게 지급용 단검을 휘둘렀고, 지훈이는 반항할 틈도 없이 쓰러졌어. 그리고 당신은 문을 잠그고 덩굴 촉수를 이용해 밖에서 빗장을 걸어 밀실 살인으로 위장한 거야.”

이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모든 희망을 잃은 채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섬뜩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그럼… 어쩌실 건가요?” 그녀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살인자라는 것을 모두에게 폭로하고, 이 던전 깊숙한 곳에서 나를 처형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갑작스러운 그녀의 태도 변화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 차갑고 이성적인, 하지만 광기가 서린 눈빛이었다.

“저는… 그럴 생각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겠죠.”

이수현은 비릿하게 웃었다. “댓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이 던전이 될 겁니다.”

그녀의 손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마법이었다. 동시에 천장의 마석 등불이 일제히 꺼지며 방안은 암흑에 잠겼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어둠 속에서 강민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현! 무슨 짓이야!”

내 감각은 어둠 속에서도 날카롭게 주변을 더듬었다. 이수현은 도주를 선택했다. 던전의 심장부에서 살인자가 도주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탐사대에 재앙과도 같을 터였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단검을 주워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에 전해졌다. 어둠은 던전의 위험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이수현이 도주한 방향으로, 나는 미세한 발소리와 함께 던전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