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 피와 땀의 굴레**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긁었다. 땀과 흙먼지가 뒤섞인 퀘퀘한 냄새, 그리고 쇠붙이가 돌을 깎아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칼렌의 고막을 때렸다. 핏골 광산. 그 이름 그대로 피와 땀으로 얼룩진 이 어둠 속에서, 그의 삶은 언제나 다음 곡괭이질을 걱정하는 연속이었다.

“젠장, 이 바위는 왜 이렇게 단단해!”

옆에서 투덜거리는 어린 광부, 민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겨우 스물 언저리쯤 되었을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촛불의 희미한 불빛 아래 번뜩였다. 칼렌은 대꾸 없이 묵묵히 자신의 몫을 파고들었다. 이 절망적인 현실에 투덜댈 기운조차 아까웠다.

그의 등 뒤로는 갱도 입구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가 아득하게 보였다. 저 빛 너머에는 아스테리아 제국의 휘황찬란한 수도, 에메랄드 시티가 있었다. 그곳의 귀족들은 최고급 광물로 치장한 궁전에서 밤낮으로 연회를 즐길 터였다. 이곳 핏골 광산의 광부들이 피땀 흘려 캐낸 광석이 그들의 화려한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칼렌의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분노를 끌어올렸다.

“칼렌 형, 이거 오늘 안에는 못 끝낼 것 같은데… 수석 광부한테 또 맞겠다.” 민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칼렌은 잠시 곡괭이질을 멈추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바닥은 이미 굳은살과 상처로 가득했다.
“끝내야지. 못 끝내면… 우리 가족들 굶어 죽어.”

그의 말에 민수는 입을 다물었다. 이곳 모든 광부의 가족은 매달 제국이 정한 ‘세금’과 ‘할당량’이라는 거대한 족쇄에 묶여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은커녕 벌금까지 물어야 했고, 그 벌금은 또 다른 족쇄가 되어 광부들을 이 위험한 갱도에 가두었다. 몇 번이나 갱도가 무너져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고, 불치병에 걸려 쓰러진 이들도 수두룩했다. 제국은 그저 ‘값싼 노동력’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갱도 저편에서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횃불 여러 개가 다가왔다. 광부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게으른 놈들! 아직도 이걸 캐고 있나!”

굵직한 목소리가 갱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수석 광부, 거구의 바르탄이었다. 그의 뒤에는 번쩍이는 강철 갑옷을 입은 제국군 감시병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의 투구 아래로 보이는 눈은 이곳의 모든 것을 경멸하고 있었다.

“바르탄 님, 오늘 할당량은… 조금 부족할 것 같습니다.” 한 늙은 광부가 용기 내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기어들어 갔다.

“부족해? 이 빌어먹을 늙은이! 너희 피골이 상접한 몸뚱이로 제국의 광석을 얼마나 갉아먹어야 속이 시원하겠나!” 바르탄은 늙은 광부의 뺨을 후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늙은 광부는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제국군 감시병 중 하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달 할당량은 어제 발표된 대로 두 배로 늘어났다. 황제 폐하의 대관식에 필요한 광물이다. 단 한 톨이라도 모자라면… 너희 모두 그 핏골 광산에 묻히는 줄 알아라.”

광부들 사이에 절망적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두 배? 이곳의 위험한 채굴 환경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였다. 게다가 심지어 오늘은 며칠 전부터 불안한 소리를 내던 갱도 벽에 균열이 생겨 작업 속도가 더뎠다.

칼렌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갱도 저 안쪽, 빛 한 줄기조차 닿지 않는 깊은 어둠을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 전부터 폐쇄되었다고 전해지는 ‘심연의 광혈’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곳은 미지의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위험천만한 곳이자, 동시에 제국조차 탐내는 고대 문명의 유물과 엄청난 광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때였다.

“크아악!”

갑자기 갱도 천장에서 ‘우르릉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굵은 돌덩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지대가 비명을 지르며 꺾였고, 먼지와 함께 거대한 바위가 칼렌이 서 있던 곳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떨어졌다.

“민수!”

칼렌이 비명을 질렀다. 돌무더기 아래에 민수가 깔려 있었다. 비명을 지르던 그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끊겼다. 다른 광부들이 일제히 곡괭이를 던지고 민수에게 달려가 돌을 치우려 했다.

“움직이지 마라!”

제국군 감시병 중 하나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검날이 촛불에 번뜩였다.
“쓸데없이 움직이면 너희도 똑같이 된다! 황제 폐하의 자원은 귀한 것이다. 너희 피 따위에 쓸 시간이 없다!”

광부들은 멈칫했다. 그들의 눈에는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칼렌은 바르탄과 감시병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민수가 깔린 돌무더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벌레 한 마리가 죽은 것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게… 이게 무슨 짓이야! 구조는 해야 할 거 아니야!”

한 중년 광부가 이성을 잃고 감시병에게 달려들었다. 감시병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을 휘둘렀다.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검날이 광부의 어깨를 꿰뚫었다. 광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건방진 것! 제국의 법을 거스르면 목숨으로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감시병은 쓰러진 광부를 발로 밟고 조롱하듯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칼렌의 뇌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눈앞의 참혹한 광경, 동료의 절규, 그리고 민수의 싸늘한 죽음.

칼렌은 깨달았다.
아니,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을, 이 순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제국은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저 광석을 캐내는 도구이자, 죽어도 그만인 소모품으로만 볼 뿐이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자신도,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들도 저 민수처럼, 아니면 저 중년 광부처럼 비참하게 죽어갈 터였다.

그의 눈빛이 차가운 결의로 빛났다.
그의 시선은 다시 ‘심연의 광혈’이 있는 어둠을 향했다. 그곳에 제국이 감춘 힘이 있다면, 혹은 이곳 핏골 광산의 모든 것을 뒤엎을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는 기꺼이 그 심연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곳의 광부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와… 분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