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빛 먼지가 가득한 하늘 아래, 강하는 익숙한 무게의 등짐을 고쳐 멨다. 무너진 고가도로의 잔해가 거대한 뼈대처럼 도시를 가로지르고,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앙상한 이빨처럼 솟아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낡은 철골 구조물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곳은 한때 번화했던 상업지구였지만, 이제는 굶주린 그림자들만이 배회하는 폐허였다.

“젠장, 오늘도 수확이 없네.”

강하는 마른 목을 축이려다 텅 빈 물통에 한숨을 쉬었다. 며칠 전 겨우 찾아낸 녹슨 통조림 몇 개가 전부였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다음 주를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구역 7’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생존자들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된 곳, 그러나 그렇기에 어쩌면 뭔가를 찾아낼 수도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낡은 안내판이 반쯤 꺾여 매달려 있었다. ‘구역 7: 보안 통제 구역’. 붉은 글씨는 세월의 때가 앉아 희미했지만, 그 경고는 여전히 유효했다. 이곳은 과거 중요한 연구 시설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재앙 이후 오염이 심해져 생물은 물론 기계조차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강하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부서진 철문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가 시야를 가렸다. 손전등을 켜자 희미한 불빛이 녹슨 파이프와 거미줄로 뒤덮인 벽을 비췄다. 축축한 공기에서는 곰팡이와 쇠비린내가 뒤섞인 불쾌한 냄새가 났다.

“누구… 없어요?”

귓가를 스치는 작은 목소리에 강하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손전등 불빛을 끄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다른 생존자일까? 아니면… 그 끔찍한 ‘변종’들일까? 폐허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희귀한 일이었고, 대부분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숨죽인 채 기다리자, 복도 저편에서 작은 빛이 깜빡이며 다가왔다. 이내 희미한 윤곽이 드러났다. 한 젊은 여성이었다. 낡은 방한복을 입고, 그녀의 얼굴은 먼지와 흙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는 불꽃 같았다. 그녀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강하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나타나야 할까? 아니면 지켜봐야 할까? 그의 생존 본능은 조심하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절박함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여자가 강하가 숨어있는 곳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손전등으로 비췄다. 낡고 찢어진 종이에는 알아보기 힘든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강하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그건 그가 며칠 전 폐기물 더미에서 우연히 주웠던 것과 같은 종류의 지도였다. 희미한 선으로 표시된 ‘지하 3층: 보급고’라는 글씨가 보였다.

“이봐요.”

강하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여자는 깜짝 놀라 몸을 돌리며 손에 들고 있던 낡은 도구를 겨눴다. 그것은 녹슨 쇠막대기에 날카로운 칼날을 엮어 만든 조악한 무기였다.

“누구세요? 거기서 나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강하는 천천히 몸을 드러내며 양손을 들어 보였다.

“진정해요. 나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찾고 있는 게… 혹시 이거랑 비슷한 건가요?”

강하는 등짐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이 발견했던 지도의 조각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눈이 강하의 손에 들린 종이 조각에 고정되었다. 놀라움과 함께 미묘한 희망의 빛이 스쳤다.

“어디서… 어디서 그걸 구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지도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곳을 가리키는 것 같아요. 지하 3층 보급고라니, 재앙 이후엔 사라졌다고 알려진 곳이죠.”

여자는 지도를 다시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름은 지아예요. 나는 이 지도가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고 생각했어요. 깨끗한 물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소문이 있는… 전설 같은 곳이죠.”

강하는 코웃음을 쳤다. “오아시스? 그런 게 실제로 있다면 이미 다른 녀석들이 다 찾아내서 뼈 한 조각도 남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급고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혹시라도 뭔가를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아는 강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나 혼자 가는 것보다 낫겠죠. 하지만 경고하는데, 나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려 들면… 이 칼날이 당신 목에 닿을 거예요.”

강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당신도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들은 그렇게 암묵적인 동맹을 맺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복도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천장에서는 불길한 물방울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을 때, 강하는 멈춰 섰다.

“잠깐만요.”

그의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있었다. 썩은 냄새, 하지만 단순한 부패는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부패하는 듯한… 역겹고 달콤한 냄새.

“무슨 일이죠?” 지아가 경계하며 물었다.

“이상한 냄새가 나요. 내려가기 전에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들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지하 2층은 2층과는 달리, 복도 곳곳에 부서진 의료 기기들과 녹슨 수술 도구들이 널려 있었다. 폐쇄된 병원 구역 같았다. 강하의 손전등이 벽면을 비추자, 붉은색 글씨가 보였다.

‘실험실 3번: 접근 금지’

그들은 조심스럽게 복도를 따라 이동했다. 침묵 속에서 발소리만이 울렸다. 이윽고,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문 하나를 발견했다. 그 빛은 섬광처럼 깜빡였다.

“저기… 문이 열려 있어요.” 지아가 속삭였다.

강하는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가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실험실 안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정체불명의 장치들이 부서져 있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말라붙어 검붉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그것은 사람이었다. 혹은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그의 시선이 고정된 곳에는, 차가운 금속 수술대에 묶인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가 놓여 있었다. 피부는 거칠게 벗겨져 있었고, 내부 장기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강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시체의 가슴팍에 새겨진, 마치 오래된 부족 문양처럼 보이는 기괴한 표식. 재앙 이전의 어떤 기록에서도 본 적 없는 문양이었다. 그리고 그 표식은… 아직도 희미하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붉은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강하가 충격에 휩싸여 멍하니 서 있을 때였다.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구나.”

그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깊고 거칠며, 마치 돌멩이가 부서지는 듯한 불쾌한 음성이었다. 강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실험실 입구, 어둠 속에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길고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팔다리, 피부가 벗겨진 듯한 끔찍한 얼굴. 그것의 눈은 핏빛으로 번뜩이며 강하와 지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에는 방금 시체에서 뜯어낸 듯한, 아직도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강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건 변종이 아니었다.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끔찍한 무언가였다.

“도망쳐…!”

강하가 외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그림자가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험실의 핏빛 조명이 마지막 섬광을 터뜨리며 그 괴물의 일그러진 실루엣을 비추는 순간, 강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 지하 폐허에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의 한 조각이, 지금 막 그들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