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금기: 피와 강철의 서약
발소리는 없었다. 오직 차가운 금속 복도를 긁는 바람 소리와,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웅웅거리는 진동만이 발끝을 타고 전해질 뿐이었다. 강민준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냉기를 애써 무시하며 앞서 걸었다. 손에 든 마력 탐지기는 미친 듯이 붉은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 학교 지하 창고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선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이미 규칙 위반인데… 더 깊이 들어가면…” 이예진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울렸다. 앳된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단단히 쥐어진 마법 지팡이는 그녀가 쉽게 물러설 인물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민준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이 엿 같은 상황에서.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지. 대체 학교 지하에 이런 게 숨겨져 있었다니.”
그들의 발아래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희미한 오존, 그리고 어딘가 비릿한 피 냄새가 뒤섞여 올라오고 있었다. 상아탑으로 불리는 이 최고 엘리트 마법학교의 지하 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마치 폐허가 된 고대 유적과 첨단 연구 시설이 기괴하게 융합된 듯한 공간이었다. 낡은 마력선들이 천장에서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고, 벽에는 알아보기 힘든 고대 마법 문양과 현대적인 회로도가 뒤섞여 그려져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이중 잠금장치가 달린 강철 문 앞이었다. 육중한 문은 주변의 다른 시설과는 확연히 다른, 불길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문 양옆으로는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는데, 단순한 봉인이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려는 듯한 섬뜩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건… 봉인이 아니라 억압에 가깝네요.” 예진이 문양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안에서 뭔가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걸 막는 것 같아요.”
민준은 마력 탐지기를 문에 가져다 댔다. 기계는 비명을 지르듯 요란한 경보음을 내며 온몸을 떨었다. 디스플레이에는 ‘미확인 에너지원: 극도로 위험’이라는 경고 문구가 섬뜩하게 깜빡였다.
“이런 경고는 처음 봐.” 민준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서렸다. 그는 한숨을 쉬며 가방에서 특수 제작된 마력 해제 도구를 꺼냈다. “이걸 풀려면… 상당한 마력이 필요할 거야. 예진, 내 마력 회로에 네 마력을 공급해 줘.”
예진은 망설이지 않고 지팡이를 들어 민준의 장치에 끝을 맞췄다. 푸른빛 마력이 장치를 타고 흘러들자, 강철 문에 새겨진 마법진이 격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봉인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쉬이이이이이익—*
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렸다.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빛이 아니라, 차갑고 비릿한 공기의 파도였다. 숨 쉬기조차 힘든 끔찍한 악취. 마치 죽어가는 시체와 썩어가는 기계 기름이 뒤섞인 듯한 냄새였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코를 막았다. 예진은 구역질을 참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젠장… 이건 또 뭐야?”
그들이 들어선 곳은 거대한 원형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칠흑 같은 액체가 가득 찬 거대한 투명 원통이 여러 개 서 있었다. 각각의 원통 안에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심장이 뛰는 것처럼 꿀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그 형상은 억지로 구겨 넣어진 듯, 부자연스럽게 비틀려 있었다.
민준이 품속에서 꺼낸 휴대용 조명탄을 던졌다. 희미한 빛이 공간을 가르며 그림자의 정체를 비췄다.
그리고 그들은 얼어붙었다.
그것은… 메카였다. 그러나 그들이 알던 어떤 메카와도 달랐다. 육중한 강철 프레임과 마력 코어는 분명 거대한 전투병기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그 안에 채워진 것은 기계 부품이 아니었다.
끈적한 살덩이.
투명한 원통 안의 그림자는 비틀리고 얽힌 거대한 살덩어리였다. 핏줄이 튀어나온 듯한 마력선이 강철 프레임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기괴하게 자라난 근육 조직이 섬뜩하게 꿈틀거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거대한 기계 괴물의 중앙 동력 코어 부분에, 섬뜩할 정도로 인간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가 녹아들 듯이 박혀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뒤틀린 척추가 그대로 드러난 채 기계 프레임에 묶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피부가 벗겨진 팔다리가 강철 팔다리에 억지로 접목된 듯했다. 그리고 가장 큰 원통 안에 담긴 그것은…
“이건… 설마… 사람이야?” 예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거대한 기동형 병기, 즉 ‘골렘’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종석이 있어야 할 중앙 부분에는, 섬뜩하게도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뇌가 푸른빛 마력액 속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뇌 주변에는 여러 개의 눈알이 마치 기생충처럼 돋아나 있었고, 각각의 눈알은 감겨 있었지만 언제든 번쩍 뜨일 것 같은 불길함을 뿜어냈다. 뇌 아래로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갈비뼈와 척추가 기계 프레임과 뒤섞여 있었다. 마치 산 채로 기계에 꿰맨 듯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민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가 이런 끔찍한 짓을…
그때였다.
*쿵… 쿵…*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확실히, 공간 전체를 울리는 듯한 묵직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규칙적인 박동처럼 강도를 더해갔다. 원통 속의 칠흑 같은 액체가 서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 박동은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기계의 박동과 생명체의 박동이 기괴하게 섞인 소리였다.
그들이 서 있던 발밑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굵은 파이프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력 탐지기는 이제 미쳐 날뛰는 듯 온몸을 떨며 찢어지는 경보음을 쏟아냈다.
*삐이이이이이익— 삐이이이익—!*
가장 큰 원통 안에 잠겨 있던, 뇌와 눈알이 뒤섞인 기계 괴물의 눈꺼풀이 서서히, 아주 느리게 들리기 시작했다. 하나, 또 하나. 수많은 눈알들이 동시에 열리자, 원통 안에서 끔찍한 푸른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공간을 가로지르는 격렬한 마력 파동이 터져 나왔다. 그 충격에 민준과 예진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눈을 떴을 때,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푸른빛 마력이 격렬하게 폭주하며 금이 가기 시작한 투명 원통, 그리고 그 안에서 번뜩이는 수많은 광기 어린 눈동자들이었다. 마치 지옥에서 뛰쳐나온 괴수처럼, 피와 강철이 뒤섞인 섬뜩한 괴물이 자신들을 향해 비틀린 팔을 뻗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뇌리를 스치는 끔찍한 환청을 들었다.
수많은 목소리가 뒤섞인,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살려줘… 죽여줘… 완성해…!”**
원통의 균열이 더욱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대로라면…
“도망쳐!” 민준이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투명한 원통이 산산조각 나며 칠흑 같은 마력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속에서, **그것**이 끔찍한 울부짖음과 함께 육중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