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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카나르 마법 학원 – 제 27화: 심연의 맥동

지하 깊은 곳, 차가운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카이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미지의 통로를 더듬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비릿하고 역겨운, 이름 모를 액체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아르카나르 마법 학원 지하의 금지된 구역.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봉인된 곳. 그의 손에 들린 낡은 양피지 지도는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닳아 있었다.

“젠장, 여기가 맞나….”

중얼거림은 이내 무거운 침묵에 흡수되었다. 그는 이미 수십 개의 봉인 마법진과 위험한 함정들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돌멩이 부스러기가 바닥에 굴러가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심장이 귀청이 터질 듯 울렸다.

문득, 벽면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이 랜턴 빛에 드러났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섬뜩하고 왜곡된 형상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사람의 형체를 비틀어 놓은 듯한, 혹은 거대한 짐승의 뼈를 엮어 놓은 듯한 문양들은 카이로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 문양들 사이에서 그는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맥동하는 빛을 감지했다.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벽 안에 박혀 있는 것처럼.

*두근… 두근…*

낮게 울리는 진동은 그의 발밑, 벽, 그리고 심지어 그의 몸속에서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카이로는 손을 들어 벽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돌벽 너머로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 순간, 지도를 펼치자 오래된 양피지 위로 희미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지도의 한 부분이 붉게 물들며, 지금 그가 서 있는 위치를 가리켰다.

“이게… 정말이야?”

지도에는 ‘절대 열지 말 것’이라는 고대어로 쓰인 경고문과 함께 기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지금 그가 마주하고 있는 벽의 문양과 흡사했다. 이곳이 그들이 숨기고 있는 금기의 심장부였다.

카이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지만,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이 학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실종 사건들이 이곳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스승님은 늘 그에게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마법이자, 가장 치명적인 독”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이미 독에 취해버린 지 오래였다.

통로의 끝, 그의 눈앞에 거대한 아치형 문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돌문이 아니었다. 거대한 뼈대를 엮어 만든 듯한 기괴한 형상에, 온갖 저주 마법진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눈동자처럼 생긴 거대한 수정이 박혀 있었다. 수정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두근… 두근…* 그 맥동의 근원인 듯했다.

카이로는 주머니에서 작은 은색 단검을 꺼냈다. 단검 끝에는 스승님이 직접 새겨준 봉인 해제 마법진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가 단검을 수정에 가져다 댔다.

쉬이이익—!

수정과 단검이 닿자마자, 문에 새겨진 마법진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고대어를 외쳤다.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의 언어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카이로의 귀를 찢을 듯 울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단검을 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버텼다.

“크윽…!”

마력이 역류하며 그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승님이 주신 마법은 단순한 개방 마법이 아니었다. 봉인 자체를 잠시 무력화시키는, 극히 위험한 기술이었다. 실패하면, 그는 이곳에 영원히 갇히게 될 터였다.

수 분이, 아니 어쩌면 수십 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마침내 저주의 속삭임이 잦아들고, 문을 뒤덮었던 붉은빛이 깜빡이며 사그라들었다. 거대한 뼈 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는 암흑이었다. 랜턴 불빛마저 집어삼킬 듯한 깊은 어둠.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맥동을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 그것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었다. 거대하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온몸의 혈액이 역류하는 듯한 기분,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카이로는 떨리는 손으로 랜턴을 높이 들었다. 빛이 어둠을 뚫고 나아가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대한 동굴이었다. 하지만 동굴의 벽은 돌이 아니었다. 축축하고 붉은빛을 띠는 살덩이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의 내장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끈적한 체액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고, 바닥에는 핏빛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그리고 그 동굴의 중심에는…

거대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돔 형태의 거대한 기관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끝없이 꿈틀거리는 촉수들이 그 주변을 휘감고 있었고, 그 기관의 표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들이 박혀 있었다. 그 눈동자들은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내 일제히 카이로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느리게 움직였다.

*두근! 두근! 두근!*

맥동이 거세졌다. 동굴 전체가 울렸다. 수천 개의 눈동자가 그를 향해 섬뜩하게 빛났다. 공포가 그의 목을 틀어막았다. 그 순간, 중앙에 매달린 거대한 기관의 가장 큰 눈동자가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입이… 아니, 마치 찢어진 상처처럼 보이는 거대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뼈가 비틀린 손가락들이 어둠 속에서 기어나오는 것을 본 순간, 카이로는 자신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동시에, 그의 뒤쪽, 방금 그가 들어온 뼈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드디어… 손님이 오셨군요.”

카이로는 얼어붙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림자 속에 가려진 형체가 서 있었다. 그것은 학원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학자였다. 그를 이 미로 속으로 이끌었던 양피지 지도를 주었던, 바로 그 학자였다.

“교수님…?” 카이로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갈라졌다.

학자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그의 스승의 로브 자락이었다. 찢겨진 채 피로 얼룩진.

“이곳은… 언제나 새로운 재료를 필요로 하거든요.”

학자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그리고 동굴 안의 수천 개의 눈동자들이, 학자의 눈동자를 따라 일제히 카이로를 향해 움직였다.

*두근… 두근… 두근…!*

금기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카이로는 이제 도망칠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