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그건… 그냥 소문이야, 서진. 다들 하는 말이지만, 아무도 확인한 적 없잖아?」

유진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렸지만,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밤의 아카데미가 거대한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마법의 램프가 뿜어내는 은은한 빛이 도서관의 오래된 책장 위로 길게 늘어졌다. 이곳, 엘리트 마법 아카데미 ‘아르카디아’의 밤은 언제나 고요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끔찍한 소문들은 더욱 선명해지곤 했다.

“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체적이지 않아? ‘잊힌 탑’의 그림자 아래, 매년 한 명씩 사라지는 신입생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마지막 말들이 전부 하나같이 똑같다는 거.”

나는 책상 위 낡은 지도에 손가락을 짚었다. 지도의 가장자리에 흐릿하게 표시된, 접근 금지 구역의 붉은 엑스 표시는 수십 년 전부터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곳이 바로 아르카디아의 심장부 아래에 숨겨진, 아무도 발설하려 하지 않는 ‘그곳’이었다.

“…그들이 뭘 남겼는데?” 유진이 마침내 나를 마주 보며 물었다. 그의 눈동자에 불안이 가득했다.

“‘그림자가 노래한다.’ 그게 다야. 아무도 그 뜻을 알아내지 못했지. 하지만 난 알아야겠어, 유진. 작년에 사라진 세리나, 걔는 내 친구였다고.”

세리나. 늘 명랑하고 호기심 많던 아이. 아카데미 최고의 마법사가 되겠다고 입학 첫날부터 떠들어대던 아이. 그랬던 그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카데미 측에서는 ‘개인의 돌발적인 이탈’이라 발표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세리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쪽지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림자가 노래한다.’

유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지하로는 아무도 못 가. 7중 마법 장벽에, 감시 결계까지… 입구 근처에만 가도 경고음이 울리고 교수들이 출동해.”

“방법은 있어.” 나는 피식 웃었다. “아카데미는 지하를 너무 과신하고 있어. 아니, 그들은 오히려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너무 대놓고 막고 있다고. 그건 역으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틈을 만든다는 뜻이지.”

며칠 밤낮을 새워, 나는 아카데미의 오래된 도서관과 금서 구역을 뒤졌다. 금지된 고문서들 속에서 나는 의외의 단서를 찾아냈다. 아카디아 아카데미의 초대 교장이 남긴, 거의 암호에 가까운 일기 조각이었다. 그 일기에는 아카데미 초기에 시도되었던 끔찍한 실험과, 그 실험의 결과물을 봉인하기 위해 지하에 구축된 복잡한 마법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단 일회성으로 잠시 무력화시키는 방법까지.

“이번 학기 말에 있는 ‘별똥별 축제’… 그때가 기회야.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이 축제 준비와 관측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아카데미 전체의 마력 흐름이 일시적으로 교란되는 순간이 있어. 그때, 12지신 탑의 지하 통로를 통해 진입할 수 있을 거야.”

유진은 창백해졌다. “미쳤어, 서진! 들키면 바로 퇴학이야! 아니, 그보다 더한 벌을 받을 수도 있어! 금지 구역 침입은 마법사 사회에서도 가장 중대한 범죄라고!”

“그래, 알지. 하지만 난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잠 못 이루고 싶지 않아. 세리나의 그림자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아. ‘그림자가 노래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내지 못하면, 나도 언젠가 그 노래에 홀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내 말에 유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역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는 늘 두려워했지만, 나를 혼자 두지는 않았다. 결국, 유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도 같이 갈게. 혼자서는 안 돼. 너무 위험해.”

나는 유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유진.”

***

별똥별 축제의 밤은 화려했다. 아카데미의 하늘은 마법으로 수놓아진 불꽃과 빛으로 가득했고, 학생들의 환호성이 밤하늘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12지신 탑의 가장 오래된 지하 통로 앞에 서 있었다.

“여기야.” 내가 속삭였다.

통로는 낡고 습한 흙냄새를 풍겼다. 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한 좁은 계단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우리의 손에 들린 작은 광석 램프가 희미한 빛을 던졌지만, 어둠은 더 짙게 느껴졌다.

발소리는 조용했지만, 계단을 내려갈수록 그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렸다. 마치 우리를 따라오는 그림자들의 발소리처럼.

“서진…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지?” 유진이 뒤에서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이 통로는 아카데미의 공식 기록에서도 삭제된 구역이야. 초대 교장만이 알고 있던 비밀 통로지. 게다가 지금은 아카데미 전체의 마력 흐름이 축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 마법 장벽들도 잠시 약해졌을 거야.”

우리는 수십 개의 계단을 내려갔다.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곰팡이 냄새와 함께 묘한 비린 향이 코끝을 스쳤다. 마침내 계단이 끝나는 곳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지하 통로는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거친 바위벽으로 이루어진 동굴 같은 곳. 하지만 단순히 동굴은 아니었다. 바위벽 곳곳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섬뜩하게도 거대한 원형 제단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제단 주변으로는 수십 개의 기둥이 불규칙하게 솟아 있었는데, 그 기둥마다 붉은색 마력석이 박혀 있었다. 지금은 빛을 잃은 채, 죽은 눈처럼 탁하게 박혀있을 뿐이었다.

“여… 여기 대체 뭐야?”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초대 교장이 숨기려 했던 진실인가?”

나는 램프를 높이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벽에 새겨진 문자들은 점점 더 기이해졌다. 인간의 언어라고는 볼 수 없는 형태의 그림들이 이어졌는데, 흡사 찢겨지고 고통받는 듯한 사람의 형상들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들 사이로, 이상한 문구 하나가 반복해서 새겨져 있었다.

*그림자가 노래하는 곳, 맹세가 끊어지는 자리.*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세리나가 남긴 말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 순간, 유진이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서진… 저거 봐.”

유진이 가리킨 곳은 제단 뒤편의 어두운 구석이었다. 램프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램프의 불빛이 떨리는 손끝에서 파르르 흔들렸다.

어둠이 걷히자, 우리는 그것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낡고 녹슨 철창이었다. 그리고 철창 안에는… 작은 침대와 테이블,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몇 개의 뼈 조각이 있었다.

말 그대로, 갇혀 있던 공간이었다. 누군가를 감금했던.

“누가… 누가 여기에 갇혀 있었던 거지?” 유진이 입을 틀어막았다.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때, 내 발 밑에서 무언가 밟혔다. 고개를 숙여 램프를 비추자, 낡은 가죽 일기장 같은 것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지만, 낡고 해진 모습이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펼쳤다. 안쪽 페이지는 이미 곰팡이와 습기로 얼룩져 거의 읽을 수 없었지만, 한 페이지에서 유독 선명하게 읽을 수 있는 글귀가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불렀다. 그림자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는 영혼을 갉아먹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불러낸 것은… 재앙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마법을 통해 이 세계로 스며들고 있다. 이 세계에 균열을 내고…*

그리고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흐릿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노래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도록, 이곳에 그 문을 봉인해야 한다. 아카데미의 심장부 아래, 그림자가 영원히 노래하는 감옥을 만들리라.*

내 손이 떨렸다. 초대 교장의 일기였다. 그는 여기서 무엇을 봉인했던 걸까? 그리고 그 봉인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내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넣는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우리가 들어왔던 통로 입구가, 어느새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빛 한 줄기 없이, 완벽한 심연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심연 속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한데 섞여, 낮게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림자가… 노래하고 있었다.

유진의 옆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램프를 떨어뜨렸다. 램프는 바닥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고, 우리는 순식간에 암흑 속에 갇혔다.

완벽한 어둠.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속삭임은 더욱 또렷해졌다.

*…어서 와… 우리의 노래를 들어줘…*

수천의 손가락이 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이 노래는… 영혼을 갉아먹는다고 했다. 세리나도 이 노래를 들었던 걸까? 그리고 그 노래에 홀려…

우리도 이제, 이 지하 감옥의 새로운 죄수가 된 것인가?

나는 본능적으로 유진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 속삭임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소리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가, 철창 안에서… 긁는 소리.

마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우리 뒤에 있던 철창 안에서.

우리는 둘 다 얼어붙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한 감각.

*…그림자가 노래한다…*

속삭임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제는 속삭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한, 노래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의 멜로디.

우리는 이 노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도 이 노래에 영원히 갇혀버릴까?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등 뒤에서, 섬뜩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내 귀 옆에서.

**그림자가 속삭였다.**

*이제… 우리의 일원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