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강철무대, 그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지금 숨죽인 침묵과 격렬한 열기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천하의 운명이 걸린다는 대결, 무림천하제일고수대회 결승전.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에는 두 대의 강철 기사와 그 조종사의 이름이 번개처럼 빛나고 있었다.
“자, 마침내! 천하를 뒤흔들었던 명승부들의 대장정 끝에, 영광스러운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십만 인파의 심장을 찢을 듯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광장의 열기는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고막을 찢는 함성 속에서 두 대의 거대 강철 기사가 경기장 중앙으로 육중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소개합니다! 이번 대회 최대의 돌풍을 일으킨 젊은 패기! 질풍신뢰권의 계승자, 류 진! 그리고 그의 파트너, 기민한 움직임과 섬광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최신형 경량 메카, ‘비천각’!”
날렵하고 은빛으로 빛나는 ‘비천각’은 마치 춤을 추듯 경기장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젊은 무림 고수, 류 진의 넘치는 기세가 실려 있었다. 비천각의 조종석 안, 류 진은 심호흡을 하며 시야를 조절했다. 강철 기사의 센서가 포착한 맞은편의 상대는 거대한 산맥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이에 맞서는 불멸의 거성! 태산벽력장의 마지막 대가, 백 무진 사범님! 그리고 그분의 영원한 동반자,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묵직한 일격으로 모든 것을 부수는 최강의 중장갑 메카, ‘현무신강’!”
흑철색의 육중한 ‘현무신강’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요새’ 같았다. 압도적인 방어력과 파괴력을 자랑하는 그 모습은, 수십 년간 무림의 정점에 군림해 온 백 무진 사범의 위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현무신강의 조종석 안, 백 무진은 팔짱을 낀 채 가볍게 눈을 감았다 떴다. 류 진의 비천각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고요한 호수 같았다.
“그럼, 천하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무림천하제일고수대회 결승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아나운서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기장 전체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푸른빛을 내며 활성화되었다. 두 강철 기사의 중앙을 가로지르던 레이저 경계선이 사라지는 순간, 류 진의 비천각이 먼저 움직였다.
콰아앙!
정지 상태에서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가속! 비천각의 발바닥에 장착된 초정밀 부스터가 뿜어내는 푸른 화염이 경기장 바닥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류 진은 시작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노련한 백 무진에게 틈을 보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간다, 사범님!”
류 진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비천각의 양팔에 장착된 고주파 진동검, ‘뇌진검’ 두 자루가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비천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현무신강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류 진의 질풍신뢰권은 속도가 생명.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의 방어를 뚫고 들어가 정수를 노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쉬이이이잉- 콰앙! 콰앙! 콰앙!
뇌진검이 뿜어내는 섬뜩한 진동음과 함께 비천각은 현무신강의 흉부 장갑에 쉴 새 없이 검을 박아 넣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 작은 조각배처럼, 현무신강은 비천각의 맹공에 휘청거리는 듯했다. 거대한 강철이 부딪히는 굉음, 쇳조각이 튀는 불꽃, 그리고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관중석까지 전해졌다.
“대단합니다! 류 진 선수의 비천각, 시작부터 현무신강을 맹렬하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저것이 바로 질풍신뢰권의 진수!”
하지만 백 무진은 미동도 없었다. 현무신강의 육중한 팔은 류 진의 뇌진검이 닿기 직전마다 정확히 길목을 가로막았다. 섬광처럼 빠르고 강력한 질풍신뢰권의 연격이 현무신강의 장갑에 수십 번 꽂혔지만, 깊은 상처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비천각의 뇌진검이 번번이 현무신강의 팔뚝, 어깨, 다리 등 급소가 아닌 부위에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철벽에 가로막힌 듯했다.
“흥, 젊은 놈. 겨우 그 정도로 내 강철을 뚫을 수 있을 줄 알았느냐.”
백 무진의 묵직한 음성이 류 진의 조종석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비천각의 뇌진검이 현무신강의 어깨 장갑에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생각했던 류 진은 등골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어깨 장갑이 파손되기는커녕, 현무신강의 거대한 손이 비천각의 한쪽 팔을 번개처럼 붙잡았다.
“크윽!”
콰아아앙!
백 무진의 현무신강이 비천각의 팔을 붙잡은 채, 땅바닥에 내리쳤다. 비천각의 몸체가 거대한 땅울림과 함께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경기장 표면의 특수 합금판이 움푹 들어가며 균열이 생겼다. 류 진은 조종석 안에서 심하게 흔들리며 간신히 정신을 수습했다.
“질풍신뢰권은 빠르다. 하지만 태산벽력장은 느리지만, 한 번 휘두르면 모든 것을 부순다.”
백 무진의 현무신강이 비천각의 팔을 놓아주자마자, 거대한 흑철색 주먹이 날아들었다. 현무신강의 주먹에 실린 파괴력은 마치 태산이 통째로 굴러오는 듯했다. 류 진은 본능적으로 비천각의 팔로 얼굴을 가드하며 방어했다.
크아아아앙!
쇠와 쇠가 부딪히는 굉음은 지금까지의 모든 충격을 압도했다. 비천각의 팔 장갑이 찌그러지고 균열이 생겼다. 내부에서 ‘삐비빅’ 경고음이 울렸다. 비천각은 뒤로 수십 미터를 밀려나며 겨우 자세를 잡았다. 조종석 안, 류 진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빌어먹을… 역시 쉽지 않아.”
류 진의 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백 무진의 태산벽력장은 그 이름처럼,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듯한 묵직함과 폭풍우 같은 파괴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현무신강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그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기력을 쏟아붓는 듯했다.
백 무진은 현무신강의 거대한 손을 아래로 내리며 천천히 전진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거대한 폭풍의 눈처럼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 모든 것을 삼킬 듯한 파괴력이 숨겨져 있었다.
“젊은 놈. 허둥대지 마라. 무술은 기세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에 류 진은 이를 악물었다. 기세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면, 이 강철의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한단 말인가. 류 진은 빠르게 비천각의 손상 부위를 확인하며 다음 움직임을 계산했다. 정면으로는 절대 현무신강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 그렇다면…
“천풍! 질주격!”
류 진의 외침과 함께 비천각은 다시 한번 폭발적인 가속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면이 아니었다. 비천각은 마치 잔상이 남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현무신강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고주파 뇌진검이 만들어내는 섬광이 어둠 속의 번개처럼 현무신강을 휘감았다.
“이것이… 질풍신뢰권의 또 다른 진수! 바람처럼 움직여 상대의 눈을 가리고, 틈을 노린다!”
비천각은 현무신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현무신강의 거대한 팔이 류 진의 궤적을 쫓으려 했지만, 비천각의 속도는 이미 인간의 시야로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어디냐!”
백 무진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섞였다. 비천각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바람이 현무신강의 표면을 쓸고 지나갔다. 류 진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무신강의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단단한 강철이라도 반드시 틈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오른쪽 무릎! 그곳이다!’
비천각이 현무신강의 오른쪽 무릎으로 돌진했다. 뇌진검 한 자루를 역수로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모든 공격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쉬이이이이잉- 콰앙! 콰아앙!
류 진의 비천각이 현무신강의 무릎 장갑에 뇌진검과 주먹을 동시에 박아 넣었다. 현무신강의 무릎 장갑이 비명을 지르듯 찢어지고, 내부의 유압선이 끊어지는 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뚫었다! 드디어 류 진 선수의 비천각이 현무신강의 방어를 뚫었습니다! 기적 같은 순간!”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 무진의 현무신강이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는 듯했다. 류 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끝이다! 천풍 질주격!”
비천각의 전신 부스터가 최대 출력으로 불타올랐다. 마치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은 비천각은 머리 위에서 거꾸로 회전하며, 발에 장착된 예리한 강철 발톱을 현무신강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류 진의 모든 기세와 힘이 실린, 필살의 일격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들 듯한 폭발음과 함께 비천각의 강철 발톱이 현무신강의 머리 장갑에 깊숙이 박혔다. 섬광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고, 경기장 바닥은 두 강철 기사의 충격으로 깊게 패였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연기가 걷히고, 관중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었다.
비천각의 발톱은 현무신강의 머리 장갑을 뚫고, 내부의 메인 센서에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현무신강은 여전히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흑철색 주먹이, 비천각의 허리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주먹에는 지금까지의 어떤 공격보다도 짙은 파괴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류 진의 조종석에서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
“사범님…”
류 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 한 방을 맞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하지만 이미 비천각의 모든 동력은 방금 전의 일격에 쏟아부어졌기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백 무진의 목소리가 류 진의 조종석에 울렸다.
“젊은 놈. 아직 멀었다.”
그리고 현무신강의 주먹이, 비천각의 허리에 정확히 명중하기 직전이었다.
천하의 운명이, 이 한 방에 걸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