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아제라 마법 학원, 그 이름만 들어도 세상 모든 이들의 눈빛에 설렘과 경외감이 피어오르는 곳. 고대 마법의 정수가 현대 기술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거대한 첨탑들은 언제나 찬란한 마력으로 빛났고, 그 아래를 거니는 학원생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현에게 그곳은 찬란한 감옥에 불과했다.

“젠장, 진짜 이 빌어먹을 벌칙 청소는 언제 끝나는 거야.”

이현은 툴툴거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낡은 창고 구석에 수북이 쌓인 먼지 덩어리들이 그의 염동력에 의해 공중으로 부양하더니, 뭉쳐져서 거대한 회색 공이 되었다. 곧이어 그는 그 공을 저편에 놓인 폐기물 마법진 안으로 톡 던져 넣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 덩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법 학원이라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고, 먼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이현이 맡은 곳은 학원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옛 마법 서고의 한 칸이었다. 수백 년 전의 고문서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이곳은, 다른 곳의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퀴퀴한 종이 냄새와 오래된 마력의 잔향이 뒤섞여 기묘한 아우라를 풍겼다. 학원생들은 보통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의 서적들은 대부분 고어(古語)로 쓰여 있어 해독하기조차 어려웠고, 학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지식으로 취급되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른걸레로 곰팡이 핀 서고 벽을 문질렀다. 햇빛 한 조각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어둡고 습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손이 닿은 벽 한구석에서 희미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벽돌과 시멘트 사이의 미세한 틈새,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금속성 촉감.

“뭐지?”

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가락에 마력을 집중해 벽의 표면을 훑었다. 분명 벽돌로 마감되어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마력을 벽 안으로 침투시켰다. 마력이 내부로 스며들자, 그의 손끝에 닿은 벽의 표면이 흐릿한 문양을 드러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고대 마법진의 흔적이었다. 그것도, 학원 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주 오래된 방식의 봉인 마법진.

“설마… 이런 곳에 뭘 숨겨뒀다는 건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원래 이런 폐쇄적인 공간에 감춰진 비밀은 그 어떤 학점보다도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법이었다. 이현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법진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한 역주문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학원에서는 금기시되는, 옛 시대의 마법 언어였다.

주문을 외자, 희미하게 빛나던 벽의 문양들이 더욱 선명해지며 섬뜩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윽고, 묵직한 굉음과 함께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들어 가더니, 낡고 녹슨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고리는 이미 부식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문 자체는 여전히 굳건히 닫혀 있었다.

이현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본능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돌아가라. 이건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호기심은 그 경고를 압도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손바닥을 철문에 댔다. 문은 예상보다 쉽게 스르륵 열렸다.

문 안쪽은 암흑이었다. 마력이 완벽하게 흡수되는 듯, 그의 시야 마법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발광석을 꺼내 들었다. 발광석이 희미한 빛을 발하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었다.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비린내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마치 거대한 동물의 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현은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발소리가 먹먹하게 울렸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시간의 감각조차 무뎌질 무렵, 계단은 마침내 끝을 보였다.

그의 발아래는 흙바닥이었다. 발광석의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거대한 지하 공간이 드러났다. 압도적인 크기에 이현은 숨을 멈췄다. 이곳은 단순한 지하 통로가 아니었다. 마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삼킬 것 같은 거대한 굴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저게… 대체… 뭐야?”

이현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에 잠긴 거대한 공간의 한가운데, 벽을 뚫고 솟아난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굵고 웅장한 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혈관 같기도 한 그것은 암흑색이었고, 간간이 섬뜩한 붉은빛을 뿜어냈다. 뿌리 전체에는 고대 문자들이 거미줄처럼 새겨져 있었는데, 그 문자들이 주기적으로 깜빡이며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듯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쿵, 쿵, 쿵… 하는 거대한 고동이 지하 전체를 흔들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진동 같기도 했다. 이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아제라 마법 학원의 지하가 아니라, 태초부터 존재했던 미지의 무언가에 의해 침식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 같았다.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현은 발광석을 더 높이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거대한 뿌리의 갈라진 틈새에서, 섬뜩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끈적하고 검붉은 액체… 그것은 뿌리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고였다. 그 액체가 고인 곳에서는 아주 희미하게, 사람의 살이 타는 듯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동시에, ‘끼이이이이익!’ 하는 비명소리.

인간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절규에 가까운 처절한 비명소리가 찰나의 순간을 찢고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의 영혼이 무참히 찢겨나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비명소리는 거대한 뿌리의 가장 깊은 곳, 바닥에 고인 검붉은 액체 속에서 들려온 듯했다.

이현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손에 들린 발광석이 두려움에 떨리는 그의 손을 따라 흔들렸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것은… 금기였다. 학원 지하에 숨겨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진실이었다. 아제라 마법 학원의 찬란한 빛 아래, 이토록 깊은 어둠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젠장… 내가 뭘 본 거지?’

그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의 존재가 발각되는 순간, 혹은 이 끔찍한 무언가가 자신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 또한 저 검붉은 액체의 일부가 될 것만 같았다. 이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두려움에 질린 채, 그는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거대한 지하 공간에 울려 퍼졌고, 그의 심장은 쿵, 쿵, 쿵, 하고 거대한 뿌리의 고동과 똑같은 박자로 요동쳤다.

그의 뒤편에서, 거대한 뿌리 위에 새겨진 고대 문자 중 하나가 섬뜩한 붉은빛을 내뿜으며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자, 지하 공간은 다시금 깊은 암흑과 정적 속에 잠겼다. 이현의 비명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한 채, 미지의 존재에게 먹혀버린 과거의 희생자들처럼,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줄 알았다.

* * *

**1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