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화: 낡은 책장 속, 완벽한 재앙과 수상한 그림자**

햇살이 낡은 ‘낡은 책장’ 서점의 통유리창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창가에 놓인 먼지 쌓인 선인장만이 덩그러니 앉아 여름의 한낮을 알렸다. 한여름은 팔짱을 낀 채 삐걱거리는 마루를 맴돌았다. 망했네. 이번 달도 망했어. 손님은 파리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천장의 형광등은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마치 한여름의 불안한 심장을 대변하듯이.

“아이고, 한숨 쉬지 마라, 한숨 쉬면 복 나간다!”

홀로 중얼거린 그녀는 낡은 책들을 매만졌다. 이 작고 오래된 서점은 그녀의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공간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은 이미 한물간 유물이 된 지 오래였다. 한여름은 대책 없이 쌓여만 가는 재고를 보며 애써 미소 지었다. 괜찮아, 괜찮아. 언젠가는 이 책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손이 닿지 않던 가장 높은 서가 구석, 거미줄이 희끗하게 내려앉은 틈새로 손을 뻗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낡고 빛바랜 표지의 책 한 권이 드러났다. 제목도 작가명도 없이, 그저 오래된 가죽 냄새만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그녀는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왠지 모르게 책이 보통 책보다 훨씬 묵직했다.

“응? 뭐야, 이 안에 뭐가 들었나?”

책장을 펼치자, 틈새에 숨겨져 있던 작은 나무 상자 하나가 툭 떨어져 나왔다. 검고 윤기 나는 나무에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상자였다. 아무리 봐도 오래된 유물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손에 들었다. 차가운 나무 재질과 달리, 손에 닿는 순간 묘한 온기가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의 체온으로 데워진 것처럼.

“할아버지가 이런 걸 숨겨두셨을 리 없는데…”

이리저리 돌려보던 한여름은 작게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감이 밀려드는 순간, 눈을 비비지 않으면 놓칠 뻔한 아주 희미한 반짝임이 상자 안에서 일렁였다. 마치 여름날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푸른빛이었다. 그 순간, 천장의 위태로운 형광등이 갑자기 ‘쨍’ 하고 안정적으로 밝아졌다. 한여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분 탓인가? 아니면 낡은 형광등이 마침 제정신을 차린 걸까?

그녀는 고개를 젓고 상자를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책 정리에 열중했다. 높이 쌓아 올린 책 더미가 위태로웠지만, 공간 활용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정리한 세계문학전집 100권 세트가 그야말로 바벨탑처럼 쌓여 있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문이 ‘덜컥’하고 흔들렸고, 그 진동에 맞춰 책 더미가 스르륵 기울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한여름의 비명과 함께 책 더미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던 유리컵이 책에 맞아 산산조각 났다. 맙소사! 완벽한 재앙이었다. 이번 달 매출도 없는데, 유리컵까지 깨먹다니!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에 펼쳐진 난장판에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제발, 제발… 누가 좀 이 엉망진창을 되돌려줬으면!

그녀가 망연자실하게 손을 뻗어 무너진 책더미를 가리키는 순간,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작은 나무 상자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와르르 무너졌던 책들이 하나둘씩, 마치 느린 비디오처럼 공중으로 떠올랐다. 깨진 유리 파편들도 스스로 다시 맞춰지는 듯 조각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기가 막히게도, 마치 시간이 되감기라도 된 것처럼, 모든 것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유리컵은 온전하게 카운터 위에 놓여 있었고, 세계문학전집은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완벽하게 쌓여 있었다.

‘쿵!’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책들이 제자리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한여름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깜빡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방금 전 무너진 재앙이 환영이었던 것처럼 완벽했다. 그녀의 심장이 발뒤꿈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심장마비를 일으킬 듯 쿵쾅거렸다.

“뭐, 뭐야…?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손은 무의식중에 카운터 위의 나무 상자를 움켜쥐었다. 상자는 아직도 미지근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의 기적 같은 일이 이 상자 때문이라고 말하듯이.

그때,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서점 문이 열렸다.

“혹시… 서점 영업 중이십니까?”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여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문가에 서 있는 남자는 마치 방금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다. 세련된 검은색 수트,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눈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카락. 그의 시선은 한여름의 얼굴을 스쳐, 그녀가 황급히 등 뒤로 숨긴 나무 상자에 잠시 머물렀다.

류진하. 그의 이름은 모르지만, 한여름은 순간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남자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혹은… 방금 일어난 일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네, 네! 물론이죠! 어서 오세요!”

한여름은 최대한 태연한 척, 그러나 잔뜩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손은 등 뒤에서 나무 상자를 꽉 쥐고 있었다. 상자가 다시 한번 미묘하게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류진하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책 더미 앞, 그러니까 방금 전 기적적으로 복구된 세계문학전집 앞에 섰다. 그리고는 그 완벽하게 정돈된 책 더미를 턱을 괸 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책 정리가… 아주 기가 막히게 되어 있군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한여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하, 제가 좀… 책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서요!”

“혼자 하신 겁니까?”

류진하의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그녀를 향했다. 한여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네, 네! 물론이죠! 제가, 제가 다 정리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명백하게 떨리고 있었다. 류진하는 그런 그녀를 잠시 응시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저 그녀의 혼란을 즐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가장 위층에 놓인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제목은 ‘시간의 조각들’. 그는 책장을 무심하게 넘기며 말했다.

“오래된 것들은… 가끔 예상치 못한 비밀을 품고 있죠.”

그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등 뒤로 향했다. “특히, 사장님 손에 든 것처럼 말입니다.”

한여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 든 상자를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상자에서는 이제 작은 진동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여기 있다’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이.

류진하는 픽 웃더니, 다시 책을 제자리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서점 문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에 뵙죠, 사장님.”

‘다음’이라는 단어에 묘한 강조가 실려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 그는 한여름에게 마지막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의 눈빛은 경고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

‘딸랑.’

문이 닫히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여름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떨리는 손으로 나무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손바닥 안에서 상자가 따뜻하게, 그리고 미약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지?

그리고, 저 남자는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