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잿빛 먼지가 춤추는 세상, 그 풍경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랬던 것 같았다. 폐허와 무덤의 경계가 모호한 지평선 위로, 벌건 해가 다시금 살갗을 태울 기세로 떠오르고 있었다. 깨진 아스팔트 바닥에 비친 내 그림자는 길고 앙상했다. 등에 짊어진 낡은 배낭은 나보다 더 많은 세월의 풍파를 견딘 것처럼 너덜거렸지만, 그 속에는 이 메마른 생명줄을 이어갈 마지막 희망들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하아…”

메마른 목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어젯밤 겨우 찾은 빗물 몇 모금으로 겨우 목을 축였지만, 갈증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손목에 감긴 낡은 천 조각 아래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의 실루엣을 힐끗 확인했다. 여섯 번째 구역. 지도 조각에 표시된 가장자리 지역이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덜 약탈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최소한, 아직은.

발밑에 채이는 잔해들을 피해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한때는 번화했을 도시의 중심부였겠지만, 지금은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난 콘크리트 뼈대들만이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듯 서 있었다. 유리창은 오래전에 핏빛 노을을 반사하며 부서졌고, 흙먼지와 뒤섞인 바람은 잊혀진 문명의 넋두리처럼 윙윙거렸다. 이따금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부패한 새들의 그림자가 공허한 건물 벽에 잠깐씩 스쳤다.

멀리서 희미한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혹은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고, 그림자 하나에도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든다.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찾았다…”

낡은 상점 간판이 너덜거리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새시대 마트’. 녹슨 철문은 이미 누가 강제로 열고 들어간 듯 찌그러져 있었지만, 완전히 뜯겨나간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안에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쥐새끼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법한 빈곤한 상상력이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 상상력만이 살 길이었다.

배낭에서 낡은 파이프를 꺼내 손에 쥐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가벼웠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입구를 향해 조심스레 한 발을 내디뎠다. 내부에서는 퀴퀴한 먼지 냄새와 함께 썩어가는 듯한 달큰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내부는 예상대로 참혹했다. 선반들은 대부분 쓰러져 있었고, 진열되어 있었던 상품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밟히고 훼손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말라붙은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정체 모를 얼룩들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 이미 휩쓸고 지나간 지 오래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젠장…”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오늘 하루 걸어온 거리가 너무 멀었다. 최소한 물 한 병이라도. 아니, 썩지 않은 통조림이라도.

희미한 햇빛이 천장의 구멍을 통해 스며들어와 먼지 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응시했다. 그 빛이 닿는 곳을 따라 한 발 한 발 깊숙이 들어갔다. 계산대 너머로 보이는 창고 쪽이 어쩌면 마지막 희망일지도 몰랐다.

창고 문은 완전히 열려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겨왔다. 안쪽은 바깥보다 훨씬 어두웠다. 핸드폰의 플래시 기능을 켰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무시했다. 좁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역시나 뒤섞인 잔해들만이 보였다. 빈 상자들, 찢어진 비닐 포대, 그리고…

“이건…”

구석진 선반 아래, 먼지에 뒤덮인 채 반쯤 파묻혀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자, 낡은 로고가 드러났다. ‘비상 식량 세트’.
심장이 순간 쿵 하고 울렸다. 이런 곳에 이런 것이 남아있을 리가. 누군가 급하게 버리고 갔거나, 혹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어 올리자, 꽤 묵직한 무게감이 손에 느껴졌다. 찢어진 부분을 통해 내용물을 확인하니, 비닐 포장된 건조 식량과 작은 물통 몇 개가 보였다.
썩지 않았다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양이었다.

기쁨과 동시에 의심이 피어올랐다. 이렇게 온전한 것이 남아있을 리가 없는데. 누군가 나를 노리고 함정을 판 것일까? 아니면, 내가 방금 발견한 것을 노리고 누가 뒤따라온 것일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낡은 파이프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사방은 여전히 고요했고, 오직 내 거친 숨소리만이 낡은 창고를 채우는 듯했다.

그때였다.
창고 안쪽, 더 깊은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슥…’
마치 무언가 질질 끌리는 듯한 소리. 쥐새끼나 들짐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규칙적인, 그리고 미묘하게 무거운 소리였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파이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상자를 들고 그대로 도망칠까? 아니면 소리의 근원을 확인할까?
망설이는 찰나, 어둠 속에서 붉은색 두 개의 점이 번뜩였다.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인간적이지 않은 빛이었다.
숨을 들이켜는 것조차 잊은 채 굳어버린 내 눈앞에서, 그 붉은 점들이 천천히 나를 향해 움직여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들 아래로, 길고 앙상한 그림자가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굶주림에 지쳐 비틀거리는 듯한, 하지만 맹렬한 기운을 품은 그림자였다.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상자를 끌어안은 채, 내 모든 감각을 그 어둠 속의 존재에게 집중했다.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