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짙게 깔린 冥魂 지하궁의 심장부, 무진과 소혜는 수천 년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듯한 거대한 석문 앞에 서 있었다. 고대 영석으로 세공된 듯한 문은 잿빛이지만, 그 위에 새겨진 문양들에서는 희미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숨 쉬는 거대 생물의 비늘처럼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이건… 천추벽력진(千秋霹靂陣)인가? 아니,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 봉인진(封印陣)과 수호진(守護陣)이 겹겹이 얽혀 있어.”

소혜의 목소리에는 학자 특유의 흥분과 미세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야광석 지팡이 끝으로 석문의 문양을 조심스럽게 훑으며 중얼거렸다. 고대 문자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의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이루고 있었다.

무진은 검집에 꽂힌 백룡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석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단순한 지하의 한기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의 영시(靈視)에 비친 문은 웅장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나, 그 너머에 도사린 미지의 존재가 발산하는 기운은 거대한 먹구름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기운이 심상치 않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무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단순한 석문이 아니야. 이 문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영물(靈物)이거나, 아니면 이 문을 지키는 존재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야. 아마도… 고대 제왕들이 자신들의 보물이나 지식을 봉인할 때 사용했던 특수한 방식이겠지.”

그녀의 손가락이 특정 문양에 닿자, 석문의 푸른빛이 순간적으로 강렬해졌다. 동시에, 지하궁 전체를 울리는 듯한 낮고 둔탁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웅- 하는 소리가 동굴의 벽을 타고 흘러와 온몸을 울렸다.

“젠장, 반응이 오고 있어!” 무진이 외쳤다.

진동은 점점 거세졌다. 석문의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발작하듯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빛은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섬뜩한 광경을 연출했다. 푸른빛은 붉은빛으로, 붉은빛은 다시 검은빛으로 깜빡였다.

“봉인진의 핵심부를 건드린 것 같아! 균열이 생기고 있어!” 소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녀의 눈은 고대 문자를 해독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쾅! 쾅쾅!

석문 안쪽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우리 안에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돌조각들이 천장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고, 바닥에도 가는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진은 즉시 백룡검을 뽑아 들었다. 푸른 검기가 검날을 따라 섬광처럼 번뜩였다.
‘이 기운… 단순한 수호자가 아니야. 봉인되어 있던 존재인가?’

“소혜, 괜찮아? 너무 위험하면 물러서야 해!”

“안 돼! 물러설 수 없어! 지금 이 봉인진을 완전히 해제하지 못하면, 안에서 봉인된 존재가 폭주할 거야. 그때는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해!” 소혜는 이마에 땀방울을 송골송골 맺히면서도 눈을 문양에서 떼지 못했다. “내가 길을 열 테니… 네가 저항을 막아야 해!”

그녀의 말에 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각오했던 일이었다.
쿵!
석문의 한가운데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갔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끔찍한 균열이 뱀처럼 기어 올라갔다. 검은 연기가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끈적하고 불길한 기운이 담겨 있었고, 무진의 영력을 빨아들이려는 듯한 위협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망자의 기운인가? 아니, 그보다 더 짙어. 오래된 원념(怨念)이 물질화된 것 같아.” 무진은 검기를 끌어올리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검은 연기는 점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비명 같은 소리가 지하궁 전체를 뒤흔들었다. 연기는 거대한 해골의 형상을 띠었다. 눈구멍은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안에선 심연 같은 어둠이 번득이는 듯했다.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이 석문의 균열을 뚫고 밖으로 뻗어 나왔다. 뼈마디가 어긋나는 끔찍한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다.

“그림자 망령(影魄)! 봉인진이 깨지면서 봉인된 원념이 형체를 얻었어!” 소혜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무진! 시간을 벌어줘! 완전한 해제가 얼마 남지 않았어!”

거대한 뼈 팔은 섬뜩한 속도로 무진을 향해 휘둘러졌다. 팔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나 있었고, 그 끝에서는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무진은 몸을 홱 틀어 공격을 피했다. 뼈 팔이 지나간 자리에선 지하궁의 단단한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했다.
‘이 녀석… 봉인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는 검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백룡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이 어둠 속에서 유일한 희망처럼 빛났다.
“하아압!”

무진은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라 그림자 망령의 거대한 팔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검기와 뼈 팔이 충돌하는 소리가 벼락처럼 울렸다. 날카로운 검기가 뼈 팔을 깊숙이 파고들었으나, 뼈는 마치 굳건한 바위처럼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기가 닿은 부분에서 검은 연기가 더욱 짙게 피어오르며 무진의 검을 휘감으려 했다.

‘젠장, 기운을 빨아들이려 해!’

무진은 재빨리 검을 뒤로 빼며 거리를 벌렸다. 그림자 망령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두 개의 팔을 뻗어 석문 전체의 균열을 넓히기 시작했다. 석문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거대한 파편들을 쏟아냈다.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검은 연기는 마치 하나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소혜! 얼마나 더 남았어?!” 무진이 외쳤다. 그림자 망령은 두 팔로 석문의 균열을 더욱 벌리며, 이제 자신의 몸을 완전하게 밖으로 빼내려 하고 있었다. 상반신 전체가 석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그 위압적인 크기에 무진은 잠시 숨을 멈췄다. 마치 작은 산이 걸어 나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거의… 거의 다 됐어! 마지막 핵심 진안(陣眼)만 건드리면 돼!” 소혜의 목소리가 땀에 젖은 채로 덜덜 떨렸다. 그녀는 온몸의 기력을 끌어모아 마지막 문양에 야광석 지팡이를 꽂아 넣으려 하고 있었다.

그림자 망령은 마치 소혜의 행동을 눈치챈 듯, 거대한 손을 번개처럼 휘둘러 그녀를 노렸다.
“안 돼!”

무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림자 망령의 공격 경로를 막아섰다. 온몸의 영력을 백룡검에 집중시켰다.
“백룡참(白龍斬)!”

푸른 검기가 거대한 용의 형상을 띠며 그림자 망령의 손바닥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백룡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고, 망령의 손바닥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백룡참이 그림자 망령의 손바닥을 산산조각 냈다. 검은 연기가 비명소리와 함께 흩뿌려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망령은 훼손된 손바닥을 다시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검은 연기가 모여들더니, 뼈가 다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재생 속도는 무진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젠장, 끝이 없어! 이대로는 안 돼!’

바로 그때, 소혜의 야광석 지팡이에서 눈부신 백색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앙!
그 빛은 석문의 마지막 문양에 꽂히는 순간, 석문 전체를 감싸고 있던 푸른빛을 완전히 압도하며 순백의 광휘를 내뿜었다. 봉인진 전체가 일순간 멈춰선 듯 고요해졌다.

“성공했어!” 소혜가 힘없이 주저앉으며 외쳤다. “봉인진… 풀렸어!”

그녀의 말과 동시에 석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 폭포는 순백의 빛에 밀려 물러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림자 망령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봉인진이 풀렸지만, 망령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달은 듯,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석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지려는 망령의 잔해가 석문 너머의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림자 망령이 사라진 석문 너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곳은 어둠이 아니라, 별이 흩뿌려진 우주와 같았다. 수많은 영석 조각들이 공중에 떠다니며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수정 관이 놓여 있었다. 관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존재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실루엣은 마치 태초의 생명처럼 신비롭고, 동시에 지독하게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무진과 소혜는 얼어붙은 듯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망령의 침공보다, 고대 봉인진의 위협보다, 저 석문 너머의 광경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이게… 대체…?” 무진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석문 너머, 별빛이 흩뿌려진 우주 공간에서 솟아난 그림자는, 방금 막 봉인에서 풀려난 듯한 거대한 고대 영수의 모습이었다. 녀석의 눈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온몸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림자 망령의 잔재가 아니었다. 봉인진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석문 안에서 잠들어 있던 진짜 ‘주인’이 깨어난 것이었다.

지하궁 전체를 뒤흔드는 영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