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제목:** 심연의 오로라 (Aurora of the Abyss)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SF 미스터리
**작가:** 이채연 (가상 작가명)

**프롤로그 (PROLOGUE)**

**SCENE 1**

**EXT. 심우주 – 고요의 바다 성운 – 일출 직전**

(카메라, 광활한 심우주의 풍경을 담는다. 붉고 푸른 성운 가스가 거대한 붓질처럼 우주에 펼쳐져 있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지만, 이 공간은 인간의 기준으로 ‘공허’에 가깝다. 그 공허 속을 유영하는 작은 점 하나. 인류의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장거리 탐사선, ‘아스트라 호’다. 길고 날렵한 은빛 선체는 성운의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뜩인다. 고요하고 장엄한 침묵이 흐른다.)

**내레이션 (NARRATION – 이선우,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
인류는 언제나 미지의 영역을 동경해왔다.
푸른 바다 아래, 높고 거친 산봉우리 너머, 그리고… 저 별들 사이로.
수세기 동안,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요람을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찾아 헤맸다.
이제 우리는 그 어떤 지도에도 없는 곳에 와있다.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심연의 바다, ‘고요의 바다 성운’.
우리의 임무는 단순했다. ‘발견’.
그러나 우리는, 때로 너무나도 거대한 것을 발견해버리고 만다.

**SCENE 2**

**INT. 아스트라호 함교 – 낮 (탐사 112일차)**

(함교. 전면의 투명한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성운의 장관이 그대로 비친다. 은은한 실내 조명이 안정감을 더한다. 중앙 콘솔에 함장석, 그 주변으로 각종 장비들이 정돈되어 있다. 모두가 익숙한 일상처럼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운드:** (우주선의 미세한 기계음, 낮은 험 노이즈)

**최민준 (20대 후반, 항해사. 헤드셋을 착용하고 모니터를 응시 중이다. 다소 장난기 어린 표정):**
…함장님. 지루한 보고 드릴 준비 완료했습니다!
오늘도 특이사항 없음! 광년 단위로 펼쳐진 먼지와 고대 별들의 잔해들… 끗!
이쯤 되면 고요의 바다가 아니라 ‘고독의 바다’라고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민준의 농담에 함교에 옅은 웃음이 돈다. 하지만 함장 이선우의 표정은 변함없다. 그는 40대 중반의 베테랑으로, 차분하고 단단한 인상을 가졌다. 잠시 민준을 흘끗 본다.)

**이선우 (함장, 차분하게):**
최 항해사. 지루함도 탐사의 일부다.
그 지루함 속에서 예기치 않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
보고는 계속해. 그리고 농담은 줄이고.

**최민준:**
(입술을 삐죽이며) 네, 선장님.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는 척) 흠, 에너지 서명 정상. 중력파 패턴… 정상. 미세 유성체 충돌 위험… 제로.
완벽한 평화입니다, 여러분. 이 평화가 너무 완벽해서… 저는 불안합니다. 하하.

**박지아 (30대 초반, 과학 장교. 옆자리에서 복잡한 홀로그램 차트를 분석 중이다.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
최 항해사, 그 ‘완벽한 평화’에 당신의 뇌파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건 저에게 중요한 연구 데이터가 될 겁니다.
당신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흔치 않거든요.

**최민준:**
(놀란 척 손을 가슴에 얹으며) 박 장교님! 제 지적인 평화까지 위협하지 마십시오!
저도 나름대로…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중이라구요!

**김태성 (40대 후반, 기관장. 조타석 뒤편에서 기계음 분석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를 조작 중이다. 퉁명스러운 인상):**
어이, 최 항해사.
자네의 신비 탐구 때문에 기관실 쪽 잡음이 더 심해진 것 같군.
메인 동력로에 불필요한 공명을 일으키지 마.

**최민준:**
아니, 기관장님! 제 존재 자체가 공명이라니… 이건 인격 모독 아닙니까?!

**이선우:**
(작게 한숨 쉬며) 김 기관장, 최 항해사. 훈련 규약에 따른 일상적인 대화다.
서로의 업무에 지장만 주지 않으면 된다.

(선우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때, 민준의 모니터에서 갑자기 경고음이 울린다. ‘삐빅-! 삐비빅-!’)

**최민준:**
어? 뭐야?!

(민준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함이 깃든다. 그는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최민준:**
(목소리에 긴장이 서린다) 함장님! 미확인 에너지 서명 감지!
중력파 패턴… 분석 불가능합니다! 비정상적으로 높고… 불규칙해요!

(지아의 홀로그램 차트도 갑자기 깨지듯 일그러진다. 그녀의 눈이 커진다.)

**박지아:**
이게 무슨… 중력 렌즈 현상인가? 아니… 이건…
이전에 관측된 적 없는 에너지 파장입니다!
마치…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 왜곡과 유사한데, 크기는… 행성만합니다!

(함교에 있던 모든 크루들의 얼굴에서 농담기가 사라지고, 일제히 긴장한 표정으로 변한다. 선우는 침착하게 자신의 콘솔을 확인한다.)

**이선우:**
위치 확인.

**최민준:**
(모니터를 확대하며) 우리 항로 전방 300만 킬로미터 지점입니다!
현재 속도로… 2시간 이내에 접근합니다!
그런데…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박지아:**
(홀로그램 차트를 조작하며) 불가능해요! 이 정도 규모의 중력파라면 빛조차 휘어버릴 텐데…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죠? 마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김태성:**
(뒤편에서 걸어 나오며) 함장님. 기관실 쪽에서도 이상 전압 감지됩니다.
메인 코어 출력이… 미묘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선우:**
(짧게 숨을 들이쉬며) 모든 승무원은 비상 경계 태세로 전환.
최 항해사, 속도를 0.3광속으로 줄여. 탐사선 전면 센서 출력 최대로 올려.
박 장교, 해당 에너지 서명에 대한 모든 정보, 가능한 모든 가설을 검토해.
김 기관장, 기관실 전 시스템 점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 동력로 준비.
우리 모두의 눈과 귀를 열어두어라. 무엇이든 보고 즉시 보고한다.

(선우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다. 크루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함교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고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SCENE 3**

**EXT. 아스트라호 – 고요의 바다 성운 – 접근 중**

(수백만 킬로미터 밖에서 바라본 아스트라호. 속도를 줄이며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주위의 성운 가스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흐른다. 카메라가 서서히 아스트라호의 전면을 확대한다. 전면부의 거대한 센서들이 빛을 발하며 주변을 스캔하고 있다.)

**SCENE 4**

**INT. 아스트라호 함교 – 계속**

(시간 경과. 약 1시간 후. 함교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민준:**
(신중한 목소리) 10만 킬로미터… 5만 킬로미터…
선장님. 아직도 시각 정보는 없습니다. 레이더도 여전히 공허해요.
하지만 중력파 패턴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그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지아:**
(초조하게 홀로그램을 넘기며) 가설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습니다.
양자 얽힘 현상의 거대화? 아니면… 암흑 물질의 불안정한 응축?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 정도 규모의 중력 왜곡과 레이더 불투과성을 동시에 설명하진 못합니다.
거의… 비현실적입니다.

**이선우:**
(미간을 찌푸리며 전면 디스플레이를 응시한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스쳤다.)
잠깐. 자세히 봐.
성운의 가스… 저 파편들.

(선우가 손가락으로 전면 디스플레이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크루들은 그의 시선을 따른다. 성운의 가스가 미세하게 일렁이는 곳이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김태성:**
(미터기를 응시하며) 기관실 에너지 필드에… 미세한 저항이 감지됩니다.
아주 약하지만… 명확한 물리적 존재의 저항입니다.

**이선우:**
(나지막이 읊조린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 무언가는 저기에… 거대한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
최 항해사, 시각 스캔 주파수를 모든 대역으로 확장. 특히 감마선과 엑스선 대역을 최대로 올려.
박 장교, 주변 성운 가스 입자들의 운동 패턴을 분석해.
김 기관장, 함체 보호막을 최대로 올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한다.

(민준과 지아는 명령에 따라 빠르게 시스템을 조작한다. 전면 디스플레이의 시야가 여러 스펙트럼으로 나뉘어 복잡한 데이터를 쏟아낸다.)

**최민준:**
(갑자기 소리친다) 함장님! 감마선 대역에서… 감지했습니다!
이건…!

(민준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물든다. 전면 디스플레이의 한쪽 스펙트럼 화면에, 흐릿하지만 거대한 형체가 점차 선명하게 드러난다. 완벽한 육면체… 아니, 팔면체. 까맣고 거대한, 흡수하는 듯한 형체.)

**박지아:**
말도 안 돼…! 저건…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없는 구조예요!
이 정도의 완벽한 대칭이라니… 인공물?

**김태성:**
(떨리는 목소리로) 에너지 서명 분석 결과… 순수한 중력파 외에는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표면은…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는군요. 마치… 절대적인 암흑을 응축해 놓은 듯합니다.

(모든 크루들이 넋을 잃고 디스플레이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십 킬로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완벽한 검은 팔면체였다. 주위의 모든 빛을 삼키는 듯한 모습은 경외감과 동시에 섬뜩한 공포를 선사했다.)

**이선우:**
(숨을 멈춘 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명령한다.)
접근 속도 0.01광속으로 최소화.
이 거대 구조물의 모든 면을 스캔해.
우리 인류가… 마침내 새로운 역사를 발견했다.

(선우의 눈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동시에 묘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SCENE 5**

**EXT. 아스트라호 근접 – 심우주**

(아스트라호가 거대한 검은 팔면체 옆에 멈춰 서 있다. 그 크기 차이는 압도적이다. 아스트라호는 마치 팔면체의 표면에 붙은 한 점 먼지처럼 보인다. 팔면체는 주변의 성운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듯, 깊은 어둠을 뿜어내고 있다. 카메라는 팔면체의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매끄럽고 완벽한 검은 질감을 클로즈업한다. 아무런 문양도, 연결부도, 흠집도 보이지 않는다.)

**SCENE 6**

**INT. 아스트라호 함교 – 근접 스캔 중**

(크루들은 침묵 속에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팔면체에 대한 데이터가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그 어떤 정보도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박지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이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분석 자체가 불가능해요.
원자 구조를 해독할 수 없습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원소 주기율표에도 없는 물질입니다.
밀도는…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중성자별의 핵보다도 수십 배는 더 높아요.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선 알 수 없는 에너지장이 미약하게 진동하고 있습니다.

**최민준:**
함장님, 아무리 스캔해도 외부에는 어떤 입구도, 틈도, 하다못해 연결부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하나의 덩어리예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죠? 외계의… 건설 기술이 이 정도라니.

**김태성:**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내부 에너지장…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명확한 상승 추세입니다!
동시에 함선 메인 동력로의 공명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경고음이 ‘삐비빅!’ 하고 다시 울린다.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좀 더 불길한 음색이다.)

**이선우:**
(다시 긴장하며) 박 장교, 에너지장 분석! 김 기관장, 함선 상태 보고!

**박지아:**
(급하게 모니터를 조작한다) 내부 에너지장이…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마치…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주파수는… 저희 함선의 메인 컴퓨터 주파수와… 거의 일치합니다!

**최민준:**
(놀라서) 뭐라고요?! 설마… 우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겁니까?!

**김태성:**
(손에 땀을 쥐고 있다) 메인 동력로 공명이 너무 심해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엔진을 끄지 않으면… 자칫 폭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선우:**
(단호하게) 엔진 정지. 모든 시스템 최소 동력으로 전환.
함선과의 링크를 끊어.

(민준이 빠르게 시스템을 조작한다. 아스트라호의 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실내 조명도 약간 어두워진다. 함선이 완전한 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박지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함장님… 내부 에너지장이… 안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팔면체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감지됩니다.
아니, 균열이 아니라… 마치 빛이 투과하는 듯한…

(모든 시선이 전면 디스플레이의 팔면체로 향한다. 거대한 검은 표면의 중앙부에, 아주 미세한 빛의 선이 나타나더니, 점차 퍼져나가며 하나의 문을 형성하듯 펼쳐지기 시작한다.)

**SOUND:** (낮은 금속음, 거대한 구조물이 움직이는 듯한 진동음)

**최민준:**
(넋을 잃고) 문…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팔면체의 표면이 거대한 빛의 선을 따라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 안쪽은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어둡지만, 동시에 미지의 빛을 품고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선우:**
(나지막이 명령한다) 크루들은 모두 격리 프로토콜 델타로 전환.
박 장교, 김 기관장, 최 항해사. 나와 함께 탐사선에 탑승한다.
이 미지의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우리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선우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 탐험가의 불굴의 의지가 더 강하게 번뜩였다. 크루들도 그를 따르듯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의 장비를 챙긴다.)

**SCENE 7**

**INT. 아스트라호 – 소형 탐사선 격납고 – 준비 중**

(작고 날렵한 3인승 탐사선 ‘스파크 호’ 앞에 선우, 지아, 태성이 서 있다. 민준은 스파크 호의 조종석에 앉아 점검 중이다. 모두 보호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긴장감이 흐르지만, 이들 사이에는 굳건한 신뢰가 엿보인다.)

**박지아:**
(헬멧을 착용하며) 함장님, 이 팔면체의 내부 환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치명적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방사능, 기압, 유독 가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김태성:**
(장비를 점검하며) 보호막은 최대 출력으로 설정했습니다.
에너지원 불안정성에 대비해 비상용 전력 모듈도 여분으로 챙겼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 스파크 호마저 멈출 수 있습니다.

**최민준:**
(헬멧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걱정 마십시오, 기관장님.
이 스파크 호는 제 손발 같은 녀석입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외계 문명에게는 책임 못 지지만요.

(민준의 농담에 세 사람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이선우:**
(헬멧을 단단히 고정하며) 우리가 가는 곳은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두려워하되, 냉정을 잃지 마라.
무엇을 발견하든, 무엇을 마주하든… 우리는 함께다.

(선우가 스파크 호의 출입구로 향한다. 지아와 태성도 그를 따른다. 스파크 호의 해치가 닫히고, 조종석에 앉은 민준이 마지막 점검을 마친다.)

**SCENE 8**

**EXT. 심우주 – 팔면체 입구 – 탐사선 진입**

(아스트라호가 멀리 떨어져 있고, 스파크 호가 팔면체의 열린 입구 앞에 서 있다. 입구는 여전히 섬뜩한 빛을 발하며 거대한 심연을 보여준다. 스파크 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서서히 그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진입한다. 입구가 닫히는 모습이 천천히 클로즈업된다.)

**SCENE 9**

**INT. 스파크 호 – 내부 진입 중**

(스파크 호 내부. 세 사람은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깥을 응시하고 있다. 팔면체 내부의 모습은 외부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박지아:**
(경악에 찬 목소리) 말도 안 돼…! 이건…!

(스파크 호는 거대한 동굴 같은 공간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동굴 벽은 자연적인 암석이 아니라, 섬세하게 가공된 듯한 매끄러운 검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벽면 전체에, 마치 살아있는 듯한 푸른색과 보라색의 빛줄기들이 복잡한 패턴으로 흐르고 있다. 그것들은 단순히 빛이 아니라, 어떤 정보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고대의 상형문자 같기도 하고, 우주의 성운을 축소해 놓은 듯하기도 하다.)

**최민준:**
여긴… 내부가 아니에요. 또 다른… 우주 같아요.
중력장도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김태성:**
이거… 우리 탐사선의 센서가 완전히 먹통이 됐습니다!
내부의 에너지장 때문에… 아무것도 측정할 수 없어요!
정말 미쳤군…!

(탐사선은 복잡하게 얽힌 빛의 회랑을 따라 서서히 내려간다. 그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유기체의 신경망처럼 움직이며 주변을 밝힌다. 회랑의 끝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난다.)

**SCENE 10**

**INT. 스파크 호 – 거대 원형 공간**

(스파크 호가 원형 공간의 중앙에 조심스럽게 착륙한다. 이 공간은 거대 팔면체의 심장부인 듯하다. 사방이 끝없이 펼쳐진 듯한 공간은 온통 아까 보았던 검은 물질과 빛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의 중앙에는, 모든 빛을 모아놓은 듯한 거대한 크리스털 구조물이 솟아 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며, 주변의 모든 빛줄기를 흡수하고 다시 뿜어내고 있었다.)

**박지아:**
(숨을 들이쉬며) 저건… 에너지 코어인가요?
아니… 저건… 생명체 같아요.
이 모든 복잡한 패턴들이… 저 크리스털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 같아요!

**이선우:**
(크리스털을 응시하며) 가까이 가보자.
이 모든 것의… 근원이 저기 있을 것 같다.

(스파크 호가 크리스털 구조물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크리스털은 점점 더 거대하게 다가오며, 그 빛은 마치 심장 박동처럼 일정한 주기로 강해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한다.)

**SCENE 11**

**INT. 스파크 호 – 크리스털 근접**

(스파크 호가 크리스털 구조물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그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한 듯, 모두가 할 말을 잃는다. 크리스털의 표면은 액체처럼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가까이서 보니, 빛의 흐름 속에 미세한 기호들이 무수히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언어 같기도 하고, 우주 전체의 지식 체계 같기도 하다.)

**최민준:**
(더듬거리며) 너무… 아름답습니다.
동시에… 너무나도 거대해서… 저를 집어삼킬 것 같아요.

**김태성:**
내부 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외부 팔면체에서 감지되었던 중력파가… 이곳에서 훨씬 더 강하게 방출되고 있어요!
저 크리스털이… 중력파의 근원입니다!

**박지아:**
(홀린 듯 크리스털을 바라보며) 마치… 저 크리스털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아요.
어떤… 고대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함장님… 저 크리스털의 한 부분이… 빛나고 있습니다.

(지아가 가리킨 곳. 크리스털의 중앙부에서 유독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빛은 탐사선 내부로 직접 투영되는 듯, 크루들의 얼굴에 파고들었다.)

**이선우:**
(강렬한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저 빛…

(그 순간, 크리스털에서 강렬한 에너지 파동이 뿜어져 나오며 스파크 호를 강타한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탐사선 전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내부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린다.)

**SOUND:** (굉음, 경고음, 유리 파열음)

**최민준:**
(핸들을 필사적으로 잡으며) 젠장! 에너지 서지입니다!
통제 불능이에요!

**김태성:**
(외마디 비명) 보호막 파괴! 모든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박지아:**
(비틀거리며 손을 뻗어 크리스털을 향한다) 안 돼…!

(크리스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크루들의 보호복 헬멧을 뚫고 그들의 눈을 강렬하게 꿰뚫는다. 모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그들의 정신 속으로… 무언가 거대한 정보의 파도가 밀려들어 오는 듯하다. 우주 전체의 역사, 미지의 문명, 그리고… 잊혀진 예언의 파편들이.)

**이선우:**
(쓰러지는 순간,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크리스털을 바라본다. 그의 정신 속에서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알 수 없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이것은… 시작인가… 아니면…

(탐사선 스파크 호는 빛과 함께 거대한 크리스털에 서서히 흡수되는 듯 보인다.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연 크루들은 무사할까? 그들의 정신 속에 침투한 것은 무엇일까? 미지의 외계 유물은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할 것인가?)

**FADE TO BLACK.**

**에필로그 (EPILOGUE)**

**SCENE 12**

**INT. 아스트라호 함교 – 어둠 속**

(시간 경과. 스파크 호가 진입했던 팔면체의 문은 다시 닫혔다. 아스트라호 함교는 정전된 듯 암전되어 있다. 비상등만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무전기에서는 잡음만이 흘러나온다.)

**SOUND:** (무전기 잡음, 미세한 경고음)

**아스트라호 대원 (여성, 다급한 목소리):**
…스파크 호, 응답하라. 스파크 호, 응답하라!
함장님! 박 장교님! 최 항해사! 김 기관장님!
들립니까? 제발… 응답해 주십시오!

(수많은 무전 시도가 이어지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함교의 한 구석, 비상등 불빛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스트라호 대원의 얼굴에는 절망과 공포가 뒤섞여 있다. 그녀는 멀리 떨어진 거대한 검은 팔면체를 망연히 바라본다. 팔면체는 다시 완벽한 암흑 속으로 사라진 듯 고요하다. 하지만 이제, 그 고요함은 이전과는 다른, 불길하고 끔찍한 정적을 의미했다.)

**내레이션 (NARRATION – 이선우, 왜곡되고 혼란스러운 목소리):**
그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아니, 어쩌면… 이해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태어난…
우리의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
혹은… 우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카메라, 아스트라호의 전면 디스플레이가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그곳은 이제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검은 거울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거울의 중앙에, 아주 미세하게, 아까 크리스털에서 보았던 빛의 기호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SOUND:** (미세한 전자음, 알 수 없는 속삭임)

**FADE TO BLACK.**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