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하층 구역의 악취는 언제나 그랬듯이 코를 찔렀다. 썩어가는 공기와 찌든 기름, 그리고 알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가 뒤섞여 폐 속을 파고들었다. 김지훈은 낡은 방진 마스크를 고쳐 썼다. 턱선을 따라 박힌 칩 포트가 따끔거렸다. 고글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회색빛이었다. 빌딩들은 녹슨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싸구려 주거용 모듈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젠장, 이번엔 꼭 찾아야 해.”

지훈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왼팔에는 거친 합성섬유 장갑 위로 낡은 데이터 스캐너가 박혀 있었다. 한때는 최첨단이었을 그것은 이제 전선이 너덜거리고 디스플레이에는 잔상이 남아 고장 직전이었다. 스캐너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변의 미약한 에너지 신호를 탐지하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유령 연구소’. 한때 거대 기업의 비밀 연구 시설이었으나, ‘대붕괴’ 이후로는 누구도 발길을 들이지 않는 폐허가 된 곳이었다. 소문으로는 여전히 작동하는 고효율 전력 셀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녹슨 계단을 오르자마자 쥐떼가 그의 발치에서 우르르 흩어졌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들은 이곳의 또 다른 주인들이었다. 지훈은 어깨에 멘 낡은 카빈 소총을 단단히 고쳐 잡았다. 조준경에 금이 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쓸만했다. 그는 폐허가 된 연구소의 거대한 강철 문 앞에 섰다. 폭파된 흔적과 함께 문짝은 한쪽 경첩만 겨우 붙잡고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생존은 이런 거지. 남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

지훈은 한숨을 쉬며 문을 밀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대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 내부 공기는 더 탁했다. 곰팡이와 부식된 금속 냄새가 숨통을 조였다. 지훈은 마스크의 필터 강도를 최대로 올렸다. 내장된 플래시가 어둠을 갈랐다. 녹슨 연구 장비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찢어진 케이블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천장에서 늘어져 있었다.

그의 발소리는 이 거대한 관 속에서 유일한 생명의 소리였다. 스캐너가 주기적으로 약한 신호를 잡아냈다. 전력 셀. 이곳에 있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발밑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바스락거렸다.

복도를 따라 깊숙이 들어가자, 스캐너의 신호가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의 신경회로는 미약한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 다른 생존자, 혹은 스캐빈저. 그것도 아니면 기업의 잔존 병력. 어떤 쪽이든 좋을 리 없었다. 지훈은 총을 들고 자세를 낮췄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젠장, 혼자 온 게 아니었나.”

그는 숨을 죽였다. 복도 끝, 부서진 데이터 서버들이 쌓인 공간 너머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누군가 휴대용 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훈은 벽에 바싹 붙어 몸을 숨겼다. 라이트의 빛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한 사람인가? 아니면 둘 이상?

그는 잠시 망설였다. 돌아갈까? 아니, 안 된다. 이번에 필요한 전력 셀은 특별했다. 동료의 인공심장을 교체하는 데 꼭 필요한 희귀 부품이었다. 지훈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나아갔다. 스캐너는 이제 거의 폭주하듯이 진동했다. 신호는 바로 그 빛이 나는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좋아, 정면승부다.”

지훈은 권총을 뽑아 들었다. 소음기가 장착된 낡은 모델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서버 더미 사이를 돌아 빛을 향해 접근했다. 그리고 마침내, 빛의 주인을 발견했다.

낡은 방호복을 입은 그림자 같은 실루엣이 바닥에 엎드려 무언가를 파헤치고 있었다. 등에는 거대한 백팩을 메고 있었다. 스캐빈저였다. 지훈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의 동작은 전문적이었다. 낡은 전동 드릴을 이용해 벽면의 패널을 뜯어내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지훈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스캐빈저는 순간적으로 경직되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그의 손에는 낡은 자동 권총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지훈은 이미 한 발 앞서 있었다. 그의 권총이 스캐빈저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총을 버려.”

스캐빈저는 고글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으로 지훈을 노려봤다.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호흡은 거칠었다.

“이건 내 거다. 내가 먼저 찾았어.” 스캐빈저의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낮고 허스키했지만, 분명히 여자였다.

“이 폐허에 ‘내 것’이란 건 없어. 먼저 챙기는 놈이 임자지.” 지훈은 말했다. “그걸 나한테 넘기면 목숨은 살려주지.”

“웃기시네.” 그녀는 피식 웃었다. “너 혼자 왔잖아. 내가 널 쓰러트리면 다 내 거야.”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몸을 던졌다. 동시에 그녀의 오른손에 들려 있던 권총이 불을 뿜었다. 지훈은 재빨리 옆으로 굴러 몸을 피했다. 총알이 그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 벽에 박혔다.

“망할!”

지훈은 권총을 발사했다. 소음기가 터지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스캐빈저가 있던 곳의 벽을 맞혔다. 그녀는 예상보다 빨랐다. 바닥에 엎드린 채 빠르게 기어들어갔다.

지훈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에 그녀가 파내던 벽면의 틈새가 보였다. 그 안에는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푸른빛 전력 셀이 박혀 있었다. 바로 그거였다.

“이 자식, 거기 멈춰!”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지훈은 전력 셀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에게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동료의 생명이 걸려 있었다. 그는 맨손으로 전력 셀을 잡아 뜯으려 했다. 억지로 뽑아내려 하자 손톱이 부러지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가 지훈의 등 뒤로 거칠게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둘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낡은 방호복의 고무 냄새와 그녀의 땀 냄새가 뒤섞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그의 목을 조여왔다.

“감히 내 것을 건드려?”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지훈은 팔꿈치로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빠졌다. 그 틈을 타 지훈은 몸을 뒤집어 그녀를 제압했다. 그의 권총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의 칼이 그의 얼굴을 향해 번뜩였다.

“죽여봐. 그럼 네 동료도 죽을 거야.” 지훈은 겨우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녀의 칼날이 그의 눈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무슨 소리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섞여 있었다.

“그 전력 셀… 내 동료의 인공심장에 필요한 거야. 아주 희귀한 모델이지. 네가 이걸 가져가도 팔 데도 마땅치 않을 걸? 특수 규격이니까.” 지훈은 최대한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걸 꼭 가져가야 해. 목숨 걸고 왔다고.”

그녀는 지훈의 눈을 응시했다. 고글 너머로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 폐허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의 약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동료? 희귀한 부품? 그럴듯한 거짓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훈의 눈에는 절박함이 깃들어 있었다.

“…거짓말이라면 널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그녀는 마침내 칼을 거두고 지훈의 위에서 물러났다.

지훈은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그의 손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전력 셀은 아직 그곳에 박혀 있었다. 그는 다시 전력 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조심스럽게,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해?”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칼을 거두고는 지훈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서 있었다.

“약속했으니까.” 지훈은 겨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녀석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어. 너도 알잖아? 이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지훈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이었다. 마침내, 끈질긴 노력 끝에 지훈은 전력 셀을 벽에서 뽑아낼 수 있었다. 푸른빛이 손바닥 위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이 작은 조각이 누군가의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

“고마워.” 지훈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서버 더미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훈은 전력 셀을 조심스럽게 방호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너덜너덜했다. 왼팔의 스캐너는 완전히 먹통이 되었고, 다리에는 아까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살아남았다.”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겨우.”

그는 유령 연구소의 썩어가는 공기 속을 다시 걸어 나왔다. 폐허 바깥의 세상은 여전히 희망 없는 회색빛이었지만, 그의 주머니 속에서는 작은 푸른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를, 그리고 그의 동료를, 또다시 살아가게 할 작은 불씨였다.

“젠장, 돌아가면 깨끗한 물이나 실컷 마셔야겠군.”

지훈은 마스크를 더욱 단단히 고쳐 썼다. 또 다른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생존의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