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폐기물 속의 조약돌

메가시티의 7구역은 늘 젖어 있었다. 천장처럼 드리워진 상층부 고층 빌딩들의 불빛이 아래로 쏟아지는 인공 비와 공해와 뒤섞여 알록달록한 기름때처럼 반사되는 곳. 류진은 그 눅눅한 공기를 후드 안으로 밀어 넣으며 습관처럼 낡은 작업복 소매로 사이버네틱 안구를 닦았다. 왼쪽 눈꺼풀 아래로 심어진 싸구려 임플란트는 늘 노이즈로 가득했고, 그 덕에 세상은 언제나 저해상도 송출 영상처럼 지직거렸다.

“젠장, 또.”

그의 신세 한탄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저 노후화된 부품의 한계인지, 작업실 벽에 설치된 낡은 환풍기가 삐걱거리며 멈춰 섰다. 퀴퀴한 금속과 전자 폐기물 특유의 곰팡내, 그리고 저렴한 인스턴트 식품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더욱 탁해졌다. 류진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철 더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작업실 겸 거주지는 도시의 가장 밑바닥, 폐기물 처리 구역과 맞닿아 있었다. 상층부에서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면, 그중 쓸만한 부품을 골라내어 팔거나 재조립하는 것이 그의 생계였다. 도시의 하층민들이 ‘고물상’이라 부르는 직업. 하지만 류진은 자신을 ‘리퍼’, 즉 죽은 기계에서 생명을 뜯어내는 자라고 자조적으로 불렀다.

“오늘도 건질 게 없네.”

눈앞에 쌓인 고철 더미를 대충 발로 휘저었다. 망가진 드론의 날개, 액정이 깨진 휴대 단말기, 녹슨 신경 접속기, 그리고 정체불명의 플라스틱 조각들. 전부 한물간 것들, 버려진 것들뿐이었다. 그의 지직거리는 사이버네틱 안구는 늘 그랬듯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날카롭게 ‘가치’를 찾아내려 애썼지만, 오늘은 영 아니었다.

그때였다. 뭉툭한 발끝에 채인 작은 물체가 고철 더미 아래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굴러나온 것은 흔한 금속 조각도, 플라스틱 파편도 아니었다. 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매끄럽고 검은 돌멩이.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머금고 있는, 그런 돌멩이였다.

류진은 호기심에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묘하게 미지근했다. 그리고 돌멩이 표면에는 그 어떤 인공적인 자국도 없었다. 마모된 흔적도, 공장에서 찍어낸 패턴도, 하다못해 바코드조차 없었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이 메가시티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이게 뭐야? 돌멩이?”

고철 속에서 돌멩이라니. 쓸모없는 것에 불과했지만, 류진은 왠지 모르게 그것을 버리지 못했다. 어쩌면 상층부의 어느 부자가 고급 조약돌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시시한 상상을 하며, 그는 그것을 작업복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적어도 다른 고철들처럼 날카롭거나 기름지지 않아서 괜찮았다.

밤은 깊어지고, 밖은 여전히 비가 내렸다. 류진은 며칠째 손대고 있던 망가진 서보암 드론을 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품의 노후화가 심해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신경 접속기를 통해 드론의 회로와 연결하려 했지만, 그의 낡은 접속기는 신호를 자꾸 놓쳤다.

“망할. 오늘도 실패인가.”

그는 신경질적으로 접속기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검은 돌멩이가 묘하게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저 체온 때문이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무심코 돌멩이를 꺼내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손바닥에 닿는 매끄러운 감촉이 의외로 편안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사이버네틱 안구에서 지직거리던 노이즈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상이 잠시, 아주 잠시 선명해졌다. 탁자 위에 놓인 드론의 작은 나사 머리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류진은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구의 노이즈는 다시 돌아왔다.

“뭐지?”

환각인가? 아니면 낡은 임플란트가 잠시 제정신을 차린 건가? 그는 다시 돌멩이를 꽉 쥐었다.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저 평범한 돌멩이. 하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다시 드론 수리에 집중했다. 망할 드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손에 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애써 드론의 전원 단자에 집중했다. ‘켜져라. 제발 켜져라.’ 평소처럼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듯 빌었다.

그 순간, 그의 손 안의 돌멩이에서 희미한 빛이 터져 나왔다. 검은 표면에 새겨진 것 같지 않던 문양들이 은은한 에메랄드빛으로 번쩍였다. 동시에 드론의 전원 단자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었고, 드론의 작은 LED 전조등이 번쩍! 하고 강렬하게 점멸했다.

류진은 손에서 돌멩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돌멩이에서 빛이 났다고? 그리고 드론이 반응했다고?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드론은 평소 그가 수리하던 방식으로 고쳐진 것이 아니었다. 마치 그의 염원이, 그 작은 돌멩이를 통해 드론에 직접 전달된 것처럼.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돌멩이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평범한 검은 돌멩이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북을 치듯 울렸다.

류진은 다시 돌멩이를 쥐고 드론을 노려봤다. 조금 전처럼, 아니 훨씬 더 강렬하게 집중했다. 드론이 움직이길 바랐다. 다시 한번, 돌멩이 표면에 에메랄드빛 문양이 번뜩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드론의 프로펠러가 느리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끽끽거리는 낡은 모터 소리와 함께, 드론은 지면에서 한 뼘 정도 떠올랐다가, 이내 전원이 나간 듯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이게… 뭐야?”

류진의 눈은 경악으로 커졌다. 마법? 그는 한 번도 존재한다고 믿지 않았던, 그저 낡은 데이터 칩에서나 볼 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의 ‘마법’이 그의 손 안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돌멩이. 이 폐기물 더미 속에서 발견된 이 작은 조약돌이, 메가시티의 모든 기술적 지식을 거부하는 어떤 고대의 힘을 품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것은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이 지독한 7구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까? 류진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드론과 돌멩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사이버네틱 안구는 다시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가득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직감했다. 그의 삶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