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케론: 시간의 심연 (Acheron: Abyss of Time)
**장르:** SF, 타임슬립, 미스터리
**캐릭터:**
* **이선우 (30대 후반):** 아케론호의 캡틴. 냉철한 판단력과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지닌 여성.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 **박지훈 (30대 초반):** 항해사.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며, 때로는 과도한 신중함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선우 캡틴을 깊이 신뢰한다.
* **김미나 (20대 후반):** 과학 장교. 천재적인 두뇌와 뜨거운 탐구열을 가진 여성. 미지의 현상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 **최민준 (30대 초반):** 기관사.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기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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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시간]** 미래, 심우주 탐사 시대
**[공간]** 우주선 ‘아케론호’ 함교
**[상세 묘사]**
캄캄한 우주, 무수한 별들이 점을 찍고 거대한 성운의 그림자가 저 멀리서 아른거린다. 거대한 탐사선 ‘아케론호’가 별빛 사이를 유영하듯 미끄러져 나간다. 선체의 차분한 메탈릭 블루는 심연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함교 안은 차분한 푸른빛 조명 아래, 미세한 기계음과 데이터 스트림이 흐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정면의 거대한 파노라마 스크린에는 어둠에 잠긴 우주가 펼쳐져 있고, 조작판마다 빛나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미래적인 인상을 준다.
캡틴 이선우는 함교 중앙의 캡틴 시트에 앉아 팔짱을 끼고 정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 보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집중과 고독이 깃들어 있다. 옆자리 항해사 박지훈은 섬세한 손길로 홀로그램 패널을 조작하며 우주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그의 옆, 과학 장교 김미나는 팔꿈치로 턱을 괴고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가끔 흥미로운 데이터라도 잡힐 듯 미간을 찌푸린다. 함교 저편, 기관실 입구 쪽에서 최민준이 공구 몇 개를 들고 오더니, 툭하면 말썽을 부리는 보조 제어판을 톡톡 건드려 본다.
**[대사]**
**최민준:** (나른하게 하품하며) 크아암… 이놈의 탐사는 끝도 없네요, 캡틴. 벌써 다섯 번째 미확인 성운 돌파인가요? 이쯤 되면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들어갈 때마다 똑같이 오싹한 건 왜일까요?
**이선우:** (시선을 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익숙해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법이다, 최 기관사. 미지의 영역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품고 있어.
**김미나:**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며) 정확해요, 캡틴. 이 ‘어둠의 심장 성운’만 해도 그래요. 가스 밀도도, 에너지 흐름도, 주변 시공간 왜곡 수치까지… 기존 데이터와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말 그대로 ‘죽은 우주’인데, 그 속에서 미약한 생체 에너지 잔량이 감지되기도 하고.
**박지훈:** (손가락으로 홀로그램 지도를 확대하며) 이론상으론 태양 활동이 전혀 없는 항성계라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미나 씨의 데이터는 오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단순히 잔류 자기장일 수도 있고요.
**김미나:** (고개를 휙 돌려 박지훈을 노려본다) 잔류 자기장이 생체 반응으로 잡힌다고요? 박 항해사님, 제 탐사 장비가 그리 허술한 줄 아세요? 이 정도 수치는 적어도 미생물 레벨의 무언가가 한때 존재했거나… 혹은 *아직* 존재하는 겁니다.
**최민준:** (피식 웃으며) 이야, 역시 김 박사님. 미지의 존재라면 눈에 불을 켜시죠? 혹시 거대한 우주 문어라도 발견할까 봐 잔뜩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김미나:** (흥분한 듯) 우주 문어든, 고대 외계 문명의 흔적이든, 상관없어요! 이 지루한 항해에 드디어 흥미로운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거니까요!
**이선우:** (깊은 한숨을 쉬고는, 스크린에서 시선을 돌려 김미나를 본다) 미나 박사. 흥분은 이해하지만, 본분을 잊지 마라. 우리의 임무는 탐사이지, 발견을 위한 무모한 돌진이 아니야.
**김미나:** (어깨를 으쓱하며) 알고 있어요, 캡틴. 그저… 뭔가 느낌이 좋아서요.
**[효과음]**
* <아케론호 엔진의 나지막하고 일정한 험(hum) 소리>
* <함교 내부 장비들의 미세한 전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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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시간]** 잠시 후
**[공간]** 아케론호 함교
**[상세 묘사]**
정적이 흐르던 함교에 갑자기 경고음이 울린다. ‘삐빅-! 삐빅-!’ 낮고 둔탁한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중앙 스크린의 우주 영상 위로 빨간색 경고 메시지가 깜빡인다.
박지훈의 홀로그램 패널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알림을 띄운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진다.
**[대사]**
**박지훈:** (다급한 목소리로) 캡틴! 비정상적인 에너지 신호 포착! 탐사 거리 내에서 감지된 적 없는 패턴입니다!
**이선우:**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키며) 뭐? 패턴을 분석해. 어떤 종류의 에너지지?
**김미나:** (이미 자신의 패널에 코를 박고 분석 중이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요! 자연계에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파형이에요! 순도 100%의 단일 에너지 스펙트럼인데, 마치… 마치 ‘순수한 생각’처럼 완벽해요!
**최민준:** (자기 패널을 두드리며) 흐음, 제어반이 난리네요. 순간적으로 에너지 서지가 발생했다가 사라졌어요. 메인 엔진이 살짝 출력을 잃을 뻔했습니다.
**이선우:** (단호하게) 출력을 안정화시켜, 최 기관사. 박 항해사, 신호의 발원지까지의 거리와 예상 접근 시간을 계산해. 미나 박사, 스캔을 계속해. 모든 데이터를 내게 전송해.
**박지훈:** (침착하게 숫자를 읊는다) 발원지까지 약 3천 킬로미터. 현 속도 유지 시 15분 내 접근 예상됩니다.
**김미나:** (눈을 빛내며) 캡틴, 이 에너지의 잔류 자기장이 특정 주기로 진동하고 있어요. 마치… 고대 언어의 발음처럼, 혹은 아주 느린 맥박처럼요.
**이선우:** (스크린을 주시하며) 맥박이라…
**[효과음]**
* <경고음 '삐빅-! 삐빅-!'>
* <홀로그램 패널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전자음>
* <함교 내부의 긴장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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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시간]** 15분 후
**[공간]** 아케론호 함교 및 외부 우주
**[상세 묘사]**
아케론호는 마치 거대한 심해어가 심해를 유영하듯, 어둠의 장막을 뚫고 미지의 심연으로 더 깊이 들어선다. 주변의 별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대신 검푸른 안개처럼 보이는 가스 구름이 아케론호를 감싼다.
함교 스크린에는 기괴하면서도 몽환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그 중심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떠 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그림자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케론호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그 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것은 완벽한 **칠흑색 육면체(Jet-black hexahedron)**였다. 모든 면이 너무나도 매끄럽고 완벽하여, 마치 주변의 빛과 공간 자체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어떠한 이음새나 무늬도 없었고, 인공적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크기는 아케론호의 1/3쯤 되어 보였지만, 그 존재감은 수십 배에 달했다.
빛을 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칠흑색 표면 위로,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옅은 보랏빛 섬광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깜빡거렸다. 그 섬광은 육면체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으며, 주변의 시공간을 미세하게 왜곡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함교 안은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인 침묵으로 가득하다. 승무원들의 눈은 모두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다.
**[대사]**
**박지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이건…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표면 장력, 밀도, 구성 원소… 전부 측정 불능이에요.
**김미나:** (숨을 헐떡이며) 세상에… 이건 예술이에요. 아니, 그 이상이야. 자연계의 법칙을 초월했어요. 이 완벽함은… 의도된 거예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만들었어!
**최민준:** (침을 꿀꺽 삼키며) 켁… 저게 도대체 뭘까요? 로봇 보스의 최종 변형체도 저렇게 완벽하진 않을걸요? 저거 혹시… 블랙홀을 압축해 놓은 건가요? 모든 걸 빨아들일 것 같은데요?
**이선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정지. 현 위치에서 모든 탐사 및 분석 장비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 육면체에 접근하지 마. 어떤 직접적인 접촉도 허용하지 않는다.
**김미나:** (이미 자신의 패널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캡틴, 믿을 수 없는 수치들이 잡히고 있어요! 육면체 내부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원이 감지되는데… 동시에 미세한 중력파가 시공간을 왜곡시키고 있어요. 마치… 아주 느린 주기로 거대한 망치가 시공간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박지훈:** (패널의 데이터를 보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캡틴! 육면체 주변의 시간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0.001초 단위로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고 있어요!
**이선우:** (미간을 찌푸리며) 시간 왜곡? 그게 무슨…
그때, 육면체의 표면에 흐르던 보랏빛 섬광이 갑자기 맹렬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섬광은 순식간에 육면체 전체를 뒤덮고, 그 칠흑색 표면은 마치 살아있는 에너지 덩어리처럼 격렬하게 진동한다.
동시에, 육면체 주변의 우주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투명한 막이 강한 힘에 의해 찢어지는 것처럼, 별빛이 휘어지고 왜곡되며 기괴한 형태로 변한다.
**최민준:** (경악하며) 캡틴! 함선 내부 동력이 요동칩니다! 제어 불능이에요!
**박지훈:** (패널이 마구잡이로 깜빡거리는 것을 보며) 워프 필드 발생! 비정상적인 워프 필드예요! 육면체 주변 시공간이 통째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김미나:** (비명을 지르듯) 아니! 이건 단순한 워프가 아니에요! 시공간 자체가… 시간 자체가 뒤틀리고 있어요! 저 육면체가… 시간을 조작하고 있어!
육면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섬광이 아케론호를 향해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온다. 함선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함교 내부의 조명들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다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승무원들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이선우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소리친다.
**이선우:** (온 힘을 다해) 전원 비상 정지! 모든 시스템 수동 전환! 당장…
하지만 그녀의 말은 이어진 거대한 충격파에 의해 삼켜진다. ‘쿠우우우우웅-!!!’ 하는 굉음과 함께, 아케론호 전체가 미지의 힘에 휩싸인다.
스크린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찬다. 마치 눈보라가 몰아치는 듯한 정전기 노이즈가 화면을 뒤덮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승무원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앞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영상들이 펼쳐진다.
수천 년 전의 원시림, 멸망한 행성의 폐허, 그리고 알 수 없는 고층 빌딩이 늘어선 미래 도시… 시간의 파편들이 난잡하게 섞여 마치 거울이 깨진 것처럼 그녀의 시야를 강타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이선우의 입술이 بالكاد 움직였다.
거대한 충격과 함께, 스크린은 다시 암흑으로 변한다. 함교 내부는 완전히 정전된 듯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고, 오직 비상등의 희미한 붉은빛만이 깜빡거린다.
**[효과음]**
* <육면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주파 에너지음>
*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찢어지는 소리>
* <아케론호 선체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굉음>
* <함교 조명 깜빡이는 소리, 이내 모든 장비 먹통되는 전자음>
* <승무원들의 놀란 비명 소리>
* <강력한 충격파 '쿠우우우우웅-!!!'>
* <스크린이 노이즈로 가득 차는 '쉬이익-' 하는 소리>
* <정전 후의 깊은 침묵과 희미한 비상등 깜빡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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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시간]** 알 수 없음. 충격 직후.
**[공간]** 아케론호 함교 (정전 상태)
**[상세 묘사]**
함교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다. 오직 비상등의 붉은빛만이 깜빡이며, 승무원들의 그림자를 기괴하게 늘어뜨린다.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간신히 벽에 기대어 몸을 지탱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헐떡이는 숨소리와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린다.
이선우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욱신거렸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큰 외상은 없는 듯했다. 그녀의 눈은 익숙한 듯 어둠 속에서도 움직이는 동료들을 찾았다.
**[대사]**
**이선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모두… 괜찮은가?! 박 항해사! 김 박사! 최 기관사!
**최민준:** (바닥에서 끙끙대며 일어난다) 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네요…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아요. 술이라도 거하게 마신 기분입니다.
**김미나:** (벽에 기대어 겨우 앉아 있다. 목소리가 떨린다) 캡틴… 제 바이탈 사인은 정상인데… 뇌 활동이… 뇌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어요.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아요…
**박지훈:** (자기 이마를 짚으며 신음한다) 함선… 함선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메인 전력도, 보조 전력도…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아요.
**이선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캡틴 시트를 붙잡고 휘청인다) 외부 상황은? 스캔은 가능한가?
**박지훈:** (힘겹게 패널을 두드리지만 반응이 없다) 무반응입니다. 모든 통신 채널도 먹통이에요. 우리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김미나:**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둘러본다) 잠시… 잠깐만요. 주변 환경 분석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교의 비상등이 불안하게 깜빡이더니 이내 완전히 꺼진다. 함교는 완벽한 암흑에 잠긴다. 승무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최민준:** (놀란 목소리) 캡틴! 비상 전력마저 나갔어요!
**이선우:** (어둠 속에서 침착하려 애쓴다) 당황하지 마! 최 기관사, 수동으로 보조 전력 복구 시도해! 김 박사, 어떤 정보라도 감지되는 대로 보고해! 박 항해사, 네 위치에서 응급 조치…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빛은 함교의 정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처음엔 단순한 정전기 노이즈인 줄 알았지만, 이내 그 빛은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스크린에 어렴풋이, 하지만 선명하게, 창밖의 우주 풍경이 펼쳐진다.
승무원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 광경은… 방금 전 그들이 보았던 심우주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정면 스크린에는 수없이 많은 거대한 행성들이 떠 있었다. 그 행성들은 너무나도 가깝게 붙어 있었고, 그 표면은 기괴한 문명으로 뒤덮여 있었다. 끝없이 솟아오른 은빛 탑들과 하늘을 찌르는 기계 장치들, 그리고 행성 전체를 감싸는 듯한 거대한 고리 모양의 구조물들이 무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 멀리, 성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별들의 바다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스크린의 한쪽 구석에 떠 있는 거대한 항성이었다. 그 항성은 익숙한 태양빛이 아닌, 창백하고 푸른빛을 띠고 있었으며, 수십 개의 거대한 위성이 그 주위를 불규칙적으로 공전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혹은 시간이 뒤섞인 듯한 혼돈의 우주였다.
김미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김미나:** (울먹이는 듯) 말도 안 돼… 우리가… 우리가 왔던 그곳이 아니야… 이 별들… 이 행성들은… 우리가 아는 어떤 천체 지도에도 없어…
**박지훈:** (혼란에 빠진 목소리) 시공간 좌표… 시공간 좌표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런 수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마치 다른 우주로… 아니면…
**최민준:** (경악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스크린만 바라본다) 끄… 끝내주네요. 이 엄청난 스케일… 하지만… 저건 우리 우주가 아니잖아요, 캡틴.
이선우는 스크린의 기이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의 뇌리에는 아까 육면체가 방출하던 에너지와, 눈앞을 스치던 시간의 파편들이 교차한다.
**이선우:** (창백한 얼굴로, 거의 속삭이듯) 다른 우주… 아니. *다른 시간*이야. 우리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시공간 속에서 홀로 표류하는 듯한 아케론호의 절망적인 운명이었다.
**[효과음]**
* <비상등 꺼지는 '딸깍' 소리>
* <완전한 침묵 속에서 승무원들의 거친 숨소리>
* <스크린에서 희미한 빛이 시작되는 몽환적인 전자음>
* <점점 선명해지는 우주 풍경과 함께 퍼지는 신비롭고 불길한 앰비언스 사운드>
* <승무원들의 놀라움과 공포가 섞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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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시간]** 알 수 없음. 직후.
**[공간]** 아케론호 함교 (화면만 작동)
**[상세 묘사]**
비상 전력은 여전히 들어오지 않지만, 정면 스크린은 육면체의 영향으로 완전히 다른 우주를 비추고 있다. 그 압도적인 풍경에 승무원들은 얼어붙은 듯 미동도 없다. 스크린에 비치는 미지의 행성계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섬뜩한 이질감을 주었다.
이선우는 서서히 정신을 수습하고 캡틴으로서의 본능을 되찾는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간신히 최민준의 위치를 가늠하며 명령한다.
**[대사]**
**이선우:** 최 기관사! 보조 전력 복구는 계속 시도해! 어떤 장비든 상관없으니 최소한의 동력이라도 끌어내! 박 항해사! 스크린에 보이는 풍경을 최대한 분석해! 이게 어디인지, 어떤 시대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최민준:** (어둠 속에서 끙끙대는 소리) 예, 캡틴! 죽으나 사나 고쳐야죠!
**박지훈:** (떨리는 손으로 자기 패널을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질 않습니다, 캡틴. 우리 함선 데이터베이스에 이런 항성계는 없어요. 물리적 거리 측정도 불가능하고…
**김미나:** (갑자기 희미하게 빛나는 자신의 손목 패널을 들어 보인다) 캡틴! 제 개인 분석기가 작동해요! 아까 육면체에서 나온 에너지의 잔류 자기장이 제 패널과 동기화된 것 같아요!
이선우는 어둠 속에서 김미나의 패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녹색 빛을 본다. 김미나는 그 빛에 의지해 빠르게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김미나:** 데이터 스트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요! 이 시공간의 물리 법칙, 에너지 밀도, 심지어 이 항성계의 역사적 기록까지… 단편적으로지만 읽어내고 있어요! 이건… 이건 기적이에요!
**이선우:** (침착하게) 읽어내, 미나 박사.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내.
김미나의 눈은 패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녀의 표정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였다.
**김미나:** (떨리는 목소리로) 캡틴… 여기는… 여기는 우리 은하계가 맞아요. 하지만… 이 시간대는… 우리가 아는 인류 문명 기록 이전입니다. 수억 년… 어쩌면 수십억 년 이전의 과거예요. 혹은… 미래? 아니… 과거.
**박지훈:** (경악하며) 수억 년 전의 과거라고요? 그게 가능한 말입니까?
**김미나:** (점점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제 분석기가 명확히 보여주고 있어요. 이 항성계의 별들은 지금보다 훨씬 젊고, 행성들의 지질학적 활동도 격렬해요. 그리고… 저기 저 거대한 건축물들… 저건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에너지 패턴은… 육면체와 동일해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가득 채운 미지의 문명을 바라본다.
**김미나:** (거의 황홀경에 빠진 듯) 이 외계 문명이… 저 육면체를 만들었어. 그리고 그 육면체가… 우리를… 이 시간대로 던져버린 거예요.
**이선우:**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건가… 그렇다면 돌아갈 방법도 있을 거야.
이선우는 다시 한번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펼쳐진 광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과거의 우주. 그곳에서, 아케론호는 마치 잃어버린 아이처럼, 홀로 미약하게 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정면 스크린의 미지의 항성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거대한 행성들의 모습에 닿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과 함께, 새로운 결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선우:** (결연한 목소리로) 좋다. 우리가 어디에 왔든, 어떻게 왔든. 우리의 임무는 변치 않는다. 살아남고, 해답을 찾아서, 반드시 돌아간다. 아케론호 전원, 현재 시공간 상황을 파악하고 귀환 방법을 모색한다!
**[장면 끝]**
**[효과음]**
* <김미나의 패널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녹색 빛의 전자음>
* <데이터 스트림이 쏟아져 들어오는 빠른 '타타타닥' 소리>
* <승무원들의 놀라움과 혼란이 섞인 숨소리>
* <이선우의 단호한 목소리, 마지막으로 결연한 배경 음악이 서서히 깔린다.>
* <미지의 우주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사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