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에이레네의 그림자

에이레네 학원의 아침은 언제나 완벽했다. 창밖으로는 인공 태양이 빚어낸 황금빛 햇살이 흐트러짐 없이 쏟아져 내렸고, 반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펼쳐진 정원은 일 년 내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개한 푸른빛과 색색의 꽃들을 자랑했다. ‘완벽’은 이곳 에이레네 학원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가치이자, 모든 학생의 머릿속에 각인된 신조였다.

“강현우, 집중해라.”

낮게 깔린 교수의 목소리가 뇌파 증폭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신경계를 자극했다. 살짝 느슨해졌던 현우의 정신이 다시 한번 팽팽하게 조여졌다. 흰색의 무균복을 입은 현우는 에테르 조작 시뮬레이터 앞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복잡한 에테르 흐름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의 뇌와 연결된 단말기는 끊임없이 미세한 에테르 진동을 전신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에테르는 곧 사고의 반영이다. 명확하고 흐트러짐 없는 의지만이 에테르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

교수는 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에테르, 인류가 수백 년 전 심우주 탐사 중 발견한 미지의 에너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이 에너지는 문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지만, 동시에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에이레네 학원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재능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에테르를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현우는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순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에이레네의 완벽함 속에서 균열을 찾으려는 이단아에 가까웠다. 그는 에테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는 늘 미묘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내면에 늘 깔려 있는 불명확한 의심 때문일까.

“강현우, 다음 시뮬레이션으로 넘어간다.”

교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눈앞의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고정된 타겟에 에테르 빔을 발사해 정확하게 파괴하는 훈련이었다. 현우는 심호흡을 하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신경계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 에테르가 그의 손끝에 모이는 것을 느꼈다. 응축된 에너지가 푸른빛으로 섬광을 일으키며 목표물을 향해 뻗어 나갔다. 삑, 하는 경고음과 함께 목표물은 파괴되었지만, 현우의 점수는 여전히 학년 평균 이하였다.

“또 중간에 에테르 흐름이 불안정했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건가?”

교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주변의 다른 학생들은 이미 현우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하게 제어된 에테르를 능숙하게 다루며, 마치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특히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유선우는 이미 다음 단계의 시뮬레이션에 들어가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쉬워 보였다.

“현우야, 또 교수님한테 찍혔네.”

쉬는 시간이 되자 옆자리에서 서연이 속삭였다. 서연은 에이레네 학원의 몇 안 되는 비공식 ‘정보통’이자 현우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는 현우와 달리 에테르 조작 실력은 뛰어났지만, 입이 문제였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잖아. 난 그냥 내 방식대로 하는 거지.” 현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방식대로 하다가 졸업 못 하는 거 아니야? 너도 알잖아, 에이레네 학원의 졸업률이 얼마나 잔인한지.”

서연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에이레네 학원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에테르 사용자들을 양성하는 곳인 만큼, 기준은 극도로 엄격했다. 졸업에 실패한 학생들은 에테르 제어 능력을 박탈당하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차단된 특별 관리 시설로 보내졌다. 그들의 미래는 그저 ‘잊혀지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난 이 모든 게 좀 이상해.” 현우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 완벽함이 너무 인위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모든 게 정교하게 짜여진 무대 같아.”

서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야,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여기는 듣지 못할 곳이 없어.”

그녀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다시 현우에게 바싹 다가붙었다.

“하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이해는 가. 얼마 전, 저번에 내가 말했던 지하 오메가 구역에 대한 루머 말이야. 이번엔 진짜 심상치 않던데.”

지하 오메가 구역. 에이레네 학원의 지하 최하층에 위치한,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 학생들 사이에서는 온갖 끔찍한 소문이 떠돌았다. 에테르 실험 실패자들을 가두는 곳이라느니, 학원장이 금지된 에테르를 연구하는 곳이라느니. 정작 학교 측에서는 그 존재조차 부인했다.

“이번엔 또 뭔데?” 현우의 눈이 빛났다. 그는 그런 이야기에 유독 흥미를 느꼈다.
“누군가 야간 순찰 로봇의 기록을 해킹했는데, 거기서 아주 희미하게 잡음 섞인 비명 소리가 들렸대. 그것도 지하 오메가 구역에서. 물론 학교 측은 시스템 오류라고 일축했지만… 너도 알잖아, 에이레네의 시스템은 완벽하잖아?”

서연은 마지막 말을 강조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봤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모순이었다. 현우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어릴 적, 학원에 입학하기 전,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기묘한 옛날이야기. ‘빛나는 학교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때는 그저 잠자리 동화로만 여겼는데.

“비명 소리라… 궁금해지는데.” 현우가 중얼거렸다.

“궁금해하지 마! 여긴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기야.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잖아.” 서연이 필사적으로 현우를 말렸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어.”

하지만 현우는 이미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의 시선은 강의실 저 멀리, 복도 끝에 위치한 비상구 문에 닿아 있었다. 그 비상구는 평소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그저 회색빛 벽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알고 있었다. 그 문이 지하 오메가 구역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통로 중 하나라는 것을. 물론, 학원 시스템이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수업 재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학생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교수는 냉기 어린 시선으로 현우를 훑었다.

“강현우, 다음 시뮬레이션에서는 더 나은 집중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네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경고였다. 그것도 아주 직접적인. 하지만 현우는 교수의 경고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의 뇌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완벽한 에이레네 학원의 그림자 속에서 들려온 비명 소리, 그리고 그 비명 소리가 가리키는 미지의 공간. 그의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거부할 수 없는 호기심이 그를 충동질했다.

그날 밤, 에이레네 학원의 모든 빛이 잠든 새벽, 현우는 조용히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그의 손에는 서연이 건네준, 야간 순찰 로봇의 경로를 교란시킬 수 있는 일회용 에테르 교란기가 들려 있었다. 그는 복도를 따라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학원 전체를 지배하는 완벽한 통제 시스템은 마치 그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모든 것이 고요했다.

어두운 복도 끝, 비상구 문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붉은색 홀로그램으로 선명하게 떠 있었다. 현우는 심호흡을 했다. 그의 손이 문에 닿았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시스템의 차단막을 우회하기 위해 에테르 교란기를 작동시키자, 문에 떠 있던 붉은 경고등이 잠시 깜빡이더니 이내 꺼졌다.

띠링, 하는 작은 전자음과 함께 묵직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냉기, 그리고 퀴퀴한 쇠 냄새가 현우의 코를 스쳤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인 낮은 진동음이 그의 발밑을 타고 올라왔다. 그 진동은 완벽한 에이레네의 심장과는 다른, 어딘가 일그러지고 억눌린 듯한 불길한 리듬이었다.

현우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완벽한 에이레네 학원의 그림자가 시작되는 곳. 그곳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이 그의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