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벽 속에서, 긁는 소리가 났다.

지훈은 멈칫했다. 손에 들고 있던 컵라면 그릇이 차가워지는 것도 모른 채, 귀를 기울였다. 며칠째 이어지는 고립 생활 속에서 그의 신경은 이미 한계치까지 곤두서 있었다. 바깥세상은 지옥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도시의 밤. 그런 지옥에서 유일하게 안전하다고 믿었던 공간이 바로 이 좁은 원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안전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슥, 슥* 하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마치 날카로운 손톱이 거친 벽면을 긁어대는 듯한, 불쾌한 마찰음이었다. 쥐인가? 10층 높이의 아파트에? 말도 안 돼. 그럼 옆집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지만 옆집은 며칠 전부터 인기척이 없었다. 어쩌면… ‘그것들’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지훈은 숨을 참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벽에 바싹 귀를 댔다. 주방 쪽 벽이었다. 하지만 소리는 이내 멈췄다. 잠시의 정적 후, 지훈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젠장, 내가 미쳐가는구나.”

그는 피식 웃었다. 고립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건가. 환청에 시달릴 지경이라니. 컵라면을 마저 먹고 자리에 앉아 휴대용 게임기를 켰다. 이제 와서 전기 낭비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멸망한 세상에서 무슨 전기가 아깝다고. 하지만 게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실 창문 너머로 드리워진 커튼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바람 한 점 없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집 안의 공기는 완벽하게 정체되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커튼을 응시했다.

“에어컨이… 아니지, 에어컨은 꺼놨는데.”

그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튼에 다가가자 흔들림은 거짓말처럼 멈췄다. 뻣뻣한 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얌전히 늘어져 있었다.

착각, 또 착각. 지훈은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휴대폰 액정에 뜨는 시간은 오전 2시를 넘어섰지만, 바깥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전기 공급은 끊긴 지 오래였고, 아파트 단지는 거대한 죽은 그림자 같았다.

화장실에 가려고 침실 문을 열고 나서던 지훈은 거실 탁자 위를 흘긋 바라봤다. 아까 먹다 남은 컵라면 그릇 옆에 둔 물컵이, 분명히 아까와는 다른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는 기억력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분명 손이 닿지 않는 곳, 탁자 중앙에 두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자리로 살짝 밀려나 있었다.

쿵,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집에 들어왔나? 지훈은 재빨리 현관으로 향했다. 문은 안에서 걸어 잠근 상태였다. 쇠사슬 잠금장치까지 걸려 있었다. 바깥쪽 손잡이를 당겨봤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야….”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가 목을 조여왔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혼자였다. 그는 며칠째 이 작은 공간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천장에 달린 형광등이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꺼졌다. 전기가 끊긴 상태였기에, 원래라면 불이 들어올 리 없었다. 지훈은 얼어붙은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형광등은 다시 *팟!* 하고 짧게 빛났다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나와! 거기 누구야!”

지훈이 소리쳤다.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소름 끼치는 정적뿐이었다. 그 정적 속에서, *삐걱-* 하고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분명히 닫고 나왔는데.

닫혔던 침실 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스르륵 열렸다. 새까만 어둠만이 침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훈은 느꼈다. 그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차디찬 한기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덮쳐왔다. 마치 냉동고에 들어선 것 같았다. 몸이 저절로 떨렸다.

*털썩!*

닫혀 있던 화장실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리더니,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몸이 벽에 바싹 달라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화장실 안을 들여다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화장실 선반에 놓여 있던 칫솔꽂이가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깨지지는 않았지만, 공포는 극에 달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환청도, 착각도 아니었다.

무언가가… 이 집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지훈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가… 나가!”

지훈은 주저앉아 더듬거리며 외쳤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시선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텅 빈 공기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밀어내려는 듯이.

그때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던 작은 협탁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닥에서 들리더니 옆으로 밀렸다. 마치 거대한 손이 협탁을 밀어버린 것처럼.

지훈은 경악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무게가 꽤 나가는 협탁이 혼자서 움직이다니.

“이… 이건 뭐야…!”

그는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당장이라도 벽을 뚫고 도망치고 싶었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바깥은 더 위험한 지옥이었다.

눈을 뜨자, 협탁은 이미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듯이. 하지만 바닥에 남은 희미한 끌린 자국이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훈의 귓가에 차가운 속삭임이 스쳐 지나갔다.

*‘…도망칠 곳은, 없어.’*

낮고, 쉰 목소리. 등골을 타고 흐르는 얼음 같은 한기.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곳이, 네 무덤이 될 거야.’*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는 더 선명해졌다.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지훈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마치 오래된 꿈에서 들었던 소리처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둠에 잠긴 거실 한가운데, 방금 전 협탁이 움직였던 그 자리에,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도 희미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보려 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림자는 지훈의 등 뒤로, 아주 빠르게 이동했다.

*스윽.*

찬 손길이 지훈의 어깨를 스쳤다.

“으아악!”

지훈은 미친 듯이 몸을 돌려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던 작은 거울이었다. 이삿짐을 풀다가 잠시 내려둔 채 치우지 못했던 낡은 손거울. 그 거울이, 바닥에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지훈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두려움에 질려 일그러진 얼굴. 벌벌 떨고 있는 몸.

그런데 거울 속의 지훈이, 천천히 미소 지었다.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였다. 그리고 거울 속의 지훈은, 자기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칼… 칼이 어디서 났지?

지훈은 거울 속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진짜 지훈의 모습을 완벽하게 모방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 그의 옷, 그의 표정.

하지만 그 손에 들린 칼은… 진짜 지훈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지훈의 것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야.’*

그 말과 동시에, 지훈의 등 뒤에서 무언가 불쾌한 것이 느껴졌다. 차갑고 끈적끈적한 존재감이, 그의 등에 바싹 달라붙었다. 마치 오래된 시체가 등에 매달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신경이 마비된 듯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칼을, 서서히 자신의 목에 깊숙이 밀어 넣기 시작했다.

피가… 주르륵 흘렀다. 거울 속에서.

“안… 안 돼…!”

지훈은 몸부림쳤다. 등에 달라붙은 미지의 존재를 떼어내려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그를 옥죄었다.

거울 속의 지훈은, 이미 목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핏자국이 거울 화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이제, 영원히 함께야.’*

거울 속의 지훈이 피를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거울이,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지훈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던 존재감도 사라졌다.

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겨우겨우 숨을 고르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흩어진 거울 파편들이었다.

파편들 중 하나가,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작은 조각 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지훈의 얼굴도, 어둠에 잠긴 거실의 모습도.

오직, 핏빛으로 물든 그의 눈동자만이, 그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그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핏빛으로 물든, *다른* 눈동자였다.

마치 누군가 지옥에서 건져 올린 듯한, 핏발 선 눈동자.

지훈은 서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닿는, 축축하고 끈적이는 감촉에, 그는 더 이상 소리 지르지 못했다.

그것은… 피였다.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

거울 속의 환영이, 현실이 되어 지훈의 목을 죄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지훈은 깨진 거울 조각 속의 핏빛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가,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어서 와… 우리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