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덴 피난처: 죽음의 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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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밀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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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잿빛 하늘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기형적으로 뻗어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스산한 풍경을 이루고, 멀리서 둔탁한 좀비들의 신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그 모든 절망적인 풍경 한가운데, 거대한 지하 벙커의 강철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 위에는 닳아버린 글씨로 ‘에덴 피난처’라고 새겨져 있다.
**내레이션 (지현):** 세상이 지옥으로 변한 지 3년. 우리는 ‘에덴’이라는 이름의 이 지하 동굴에 숨어 살고 있다. 지옥 바깥의 세상은 좀비 떼가 점령했고, 안쪽 세상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가장 잔인한 괴물이었다.
**[장면 2]**
**배경:** 에덴 피난처 내부, 좁고 어두운 복도. 비상등이 깜빡이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준과 지현이 조용히 걷고 있다. 서준은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한 손엔 낡은 수첩을 들고 있고, 지현은 등에 소총을 메고 주변을 경계한다.
**지현:** (한숨) 오늘 순찰도 별다른 이상 없었네요.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불안하죠? 기분 탓인가…
**서준:**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복도 천장의 환기구를 올려다보며) 불안은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지. 하지만 때로는… 감각이 현실을 앞설 때도 있어.
**지현:** (서준의 시선을 따라 환기구를 본다) 서준 씨는 늘 엉뚱한 소리만… 어? 저게 뭐죠?
**[장면 3]**
**배경:** 복도 저편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빨간 비상등이 번쩍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면 4]**
**배경:** 박 실장의 연구실 앞. 두터운 강철 문이 굳게 닫혀 있고, 그 앞에 김 경비 대장과 이 박사가 서 있다. 주변에는 몇몇 경비원들과 연구원들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경보음은 여전히 울리고 있다.
**김 경비 대장:** (얼굴이 시뻘개져 소리친다) 박 실장! 문 열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이 박사:** (침착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비상 경보가 작동했습니다. 내부 센서에 이상 반응이… 박 실장님 응답이 없습니다.
**지현:** (서둘러 달려와 김 경비 대장에게 묻는다) 무슨 일입니까, 경비 대장님?
**김 경비 대장:** 박 실장 연구실에서 비상 경보가 울렸어! 안에서 인기척은 없는데 문이 잠겨 있어! 지현 씨, 서준 씨! 빨리 문 따!
**서준:** (굳게 닫힌 강철 문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바닥의 미세한 먼지 하나를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이 문은 박 실장의 생체 인식과 고유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열리는 구조 아닙니까? 내부에서 잠겼다는 건… 밖에서 물리적으로 열 방법은 없다는 뜻인데.
**김 경비 대장:** 씨발… 그럼 어떻게 열어! 강제로 부술 수도 없고! 연구실 안의 장비들이 얼마나 중요한데!
**[장면 5]**
**배경:** 간신히 문이 열리고, 서준 일행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선다. 밀폐된 공간에서 섬뜩한 냉기가 느껴진다.
**내레이션 (지현):** 강철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에덴 피난처의 핵심 연구원이자 식량 배급을 담당하던 박 실장을 발견했다. 그는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었다. 주변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 어떤 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장면 6]**
**배경:** 박 실장의 시신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목덜미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붉은 점 하나가 찍혀 있다.
**지현:** (경악하며 입을 가린다) 박 실장님…!
**이 박사:** (서둘러 다가가 맥박을 확인한다) 늦었습니다. 이미… 사망했습니다.
**김 경비 대장:** (이를 악문다) 살인… 이란 말인가? 밀폐된 연구실에서? 이 문은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구조야! 내부 센서도 작동하지 않았고! 대체 어떻게…?!
**서준:** (말없이 방 안을 둘러본다. 천장의 환기구, 벽에 붙은 공기 정화 시스템, 그리고 책상 위 박 실장이 남긴 문서들을 꼼꼼히 살핀다)
**[장면 7]**
**배경:** 서준은 시신의 목덜미에 있는 작은 붉은 점을 확대경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서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흉기가… 없군. 외부 상흔도 미미하고. 마치 투명한 칼로 꿰뚫은 듯한…
**지현:** (서준의 옆에서 메모하며) 밀실 살인입니다. 서준 씨. 완벽하게 잠긴 방에서 살인이 일어났어요. 이 방은 박 실장님만 출입할 수 있고, 외부인의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로그 기록도 깨끗해요. 환기구도 너무 좁아서 사람이 드나들 수 없고, 비상 탈출구도 없습니다.
**김 경비 대장:** (분통을 터트린다) 누가 감히 에덴 피난처 안에서 이런 짓을 벌여! 당장 용의자를 찾아내!
**[장면 8]**
**배경:** 박 실장 연구실 안, 서준이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지현은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 경비 대장, 이 박사, 그리고 박 실장의 조수였던 최 연구원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지현:** (최 연구원에게 묻는다) 최 연구원님, 어제 박 실장님을 마지막으로 보신 건 언제입니까?
**최 연구원:**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 어제 저녁… 퇴근하기 전입니다. 평소처럼 야근하고 계셨어요.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지현:** (이 박사에게) 박사님은 어떠십니까? 박 실장님과 특별한 마찰은 없으셨습니까?
**이 박사:** (냉정하게) 박 실장은 피난처의 중요한 자원들을 관리했습니다. 사적인 마찰은 없었습니다. 물론, 연구 자원 배분 문제로 의견 충돌은 종종 있었지만… 그것이 살인의 이유가 될 수는 없죠. 저는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제 연구실에서 신종 바이러스 샘플 분석 중이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김 경비 대장:** (거칠게) 나도 마찬가지야! 어젯밤 외부 방벽 순찰에 나섰다고! 내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장면 9]**
**배경:** 서준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는 방 안의 공기 정화 시스템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난다.
**서준:** 공기 정화 시스템의 필터 교체 주기가 어떻게 되죠?
**이 박사:** (의아한 표정으로) 3개월에 한 번입니다. 지난달에 교체했습니다만…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서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살인 사건의 범인은, 결국 ‘트릭’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밀실 살인의 트릭은…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닐 때 발현되죠.
**[장면 10]**
**배경:** 모두가 서준을 주목한다. 서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 박사를 똑바로 쳐다본다.
**서준:** 박 실장의 죽음은 단순히 ‘누군가 방에 들어와 죽였다’는 가정을 깨야만 풀 수 있습니다. 살인자가 이 방에 들어오지 않고도, 혹은 살인이 일어나는 순간 ‘물리적으로’ 방에 없었음에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다면… 그때 비로소 ‘밀실’의 미스터리는 풀립니다.
**지현:** (숨을 죽인다) 서준 씨, 설마…
**서준:** (천천히 방 중앙으로 걸어간다) 이 방의 공기 정화 시스템은 에덴 피난처의 중앙 공조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맞죠?
**이 박사:** (눈빛이 흔들린다) 그… 그렇습니다만. 중앙 시스템은 통제실에서만 조작이 가능하고, 각 방의 필터 교체와 별개입니다.
**서준:** (피식 웃는다)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 해보죠. 이 박사님. 박 실장님께서는 혹시… 최근에 식사를 거르시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이 박사:** (더욱 당황한 기색) 아뇨, 특별히… 아! 얼마 전, 소화불량으로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신 적이 있긴 합니다. 평소보다 예민해 보이시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장면 11]**
**배경:** 서준은 다시 시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방 전체를 훑어본다.
**서준:**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방의 문은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인자는 박 실장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내레이션 (지현):** 그 순간, 서준 씨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마치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을 포착한 맹수처럼.
**[장면 12]**
**배경:** 서준은 다시 공기 정화 시스템에 손을 얹는다.
**서준:** 박 실장님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제 저녁부터 조금씩 독극물에 노출되어 온 겁니다. 마치 소화불량인 것처럼, 혹은 평소보다 예민해진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죠.
**김 경비 대장:** (믿기지 않는다는 듯) 독극물? 밀폐된 방에 독극물을 어떻게?!
**서준:** (이 박사를 똑바로 응시하며) 공기 정화 시스템. 이 시스템은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유해 물질을 *주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미량씩, 서서히. 중앙 공조 시스템과 연결된 이 방의 필터를 조작하거나, 특정 성분을 흘려보낸다면 말이죠. 특히… *의료 전문가의 지식*을 이용한다면요.
**[장면 13]**
**배경:** 이 박사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 박사:** (굳은 목소리로) 서준 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서준:** (차가운 목소리로) 박 실장님의 목덜미에 있는 이 작은 점. 이건 주사 바늘 자국이 아닙니다. 극도로 정교하게 가공된, 독가스가 주입된 작은 캡슐이 폭발하며 생긴 상흔이죠.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양이 주입되어 소화 불량 증세처럼 나타났고, 마지막 순간에 치명적인 양이 급속히 주입된 겁니다. 에덴 피난처에서 이런 독극물과 정교한 주입 방식을 아는 이는… 단 한 명뿐입니다.
**[장면 14]**
**배경:** 서준은 손가락으로 이 박사를 가리킨다.
**서준:** 이 박사님. 당신입니다. 박 실장을 죽인 건.
**내레이션 (지현):** 정적이 흘렀다. 경보음만이 귀를 찢을 듯 울려댔다. 모두의 시선이 이 박사에게로 향했다. 그는 마치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면 15]**
**배경:** 이 박사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군다. 그의 입술에서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이 박사:** (떨리는 목소리로) 서준 씨… 대체 언제부터…
**서준:** (단호하게) 박 실장은 피난처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외부 세력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생존자들의 식량과 의료품을 빼돌릴 계획이었죠. 당신은 그걸 눈치챘고, 모두를 살리기 위해… ‘악’을 제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살인은… 또 다른 악을 낳을 뿐입니다.
**이 박사:** (고개를 들고 절규하듯) 내가 틀렸다고요?! 박 실장이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겁니다! 그는 에덴을 멸망시킬 괴물이었어요! 나는… 나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장면 16]**
**배경:** 김 경비 대장이 이 박사에게 수갑을 채운다. 이 박사의 얼굴에 절망과 해방감이 교차한다.
**김 경비 대장:** (이를 악물고) 변명은 법정에서 해라!
**서준:** (어두운 표정으로) 이 지옥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죠.
**내레이션 (지현):** 밀실 살인의 트릭은 풀렸지만, 에덴 피난처의 또 다른 어둠은 시작되었다. 바깥 세상의 좀비보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괴물이 더 무서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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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끝]**
